정의당이 2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데 대해 "전반적으로 표현이 너무 저급하고 신중치 못하다"고 말했다. 앞서 보수 야당들에 이어 진보 정당인 정의당도 추 장관 비판에 동참한 것이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추 장관이 검찰개혁의 본질을 이루려면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논평했다.
추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주최 민주당 초선 의원 혁신 포럼에 참석해 "(윤 총장이) 내 지시의 절반을 잘라먹었다, 장관 말을 들었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새삼 지휘해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윤 총장을 "말 안 듣는 검찰총장"이라고 표현했다.
김 대변인은 당시 포럼 분위기를 전하며 "(추 장관이) 얼굴은 웃으면서도 책상을 쿵쿵 치고 '애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며 "국민들이 심각하게 바라보는 검찰개혁 문제를 이렇게 수준 낮게 표현하는 것은 검찰개혁의 문제를 두 사람의 알력싸움으로 비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오히려 자신의 지시가 정당하다면 왜 장관이 직접 나서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러한 지시를 지키지 않는 검찰이 왜 문제인지를 어느 공간에서든 차분히 설명하는 것이 옳다"며 "그렇지 않다면 한명숙 사건 증언 왜곡 문제, 검언유착 의혹 등은 정권과 검찰의 알력싸움으로만 국민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은 "추 장관이 며칠 전 있었던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검찰에 순치된 것 아니냐'는 민주당 의원의 문제 제기에 기분이 상해서인지 초선 의원들에게 장관을 흔들지 말라는 등의 발언도 했다"며 "요즘 말로 전형적인 꼰대 스타일의 발언 아니냐"고도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국민의 대표로 보지 않고 자신의 후배들 정도로 보는 것"이라며 "후배들이라 하더라도 그러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 한동훈 '직무배제·직접 감찰' 조치 '윤석열 못 믿겠다' 판단..秋 "尹, 제 지시 절반 잘라먹어" 노골적 비난도 여당도 일주일 내내 '윤석열 때리기' 檢 내부선 "수사 중인데 직무배제·감찰은 장관 직권남용" 격앙 기류도 윤석열은 '침묵'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여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는 모양새다.
추 장관은 검찰총장 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의 기존 사건 처리 방식을 뒤집은 데 이어, 검찰이 수사 중인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직접 감찰권까지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일주일새 쏟아진 추 장관의 이례적 강경 조치들과 사퇴론을 동반한 여당의 비판은 모두 윤 총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권 차원의 '불신임 조치'가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검찰청은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추 장관의 직권남용"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강한 불만기류도 감지된다.
◇ 절정 치달은 '윤석열 때리기'…'尹 최측근 직접 감찰' 초강수까지
법무부는 26일자로 한 검사장을 사실상 직무배제하고, 직접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날 밝혔다. 법무부는 이런 직접 감찰 조치의 근거로 '법무부 감찰규정 제5조2 제3호'를 들었다. 여기엔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보여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감찰사건'의 경우 법무부가 직접 감찰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결국 윤 총장이 최측근인 한 검사장에 대해 공정한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본 것으로,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불신'의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도 "대검에서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감찰권을 직접 행사하겠다는 게 추 장관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채널에이 이모 기자가 한 검사장과 공모해 이철 전 벨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 측에 유시민 전 장관의 비위 첩보를 내놓으라고 압박한 의혹이 골자다. 이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형사1부)는 이 기자의 취재 행위가 강요미수죄에 해당한다고 보고 지난주 대검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했지만, 혐의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대검 지휘부의 의견이 있어 제동이 걸렸다. 대검 부장회의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자 윤 총장은 법률 전문가 심의기구인 대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다.
그러자 곧장 여권을 중심으로 한 검사장을 비호하기 위해 윤 총장이 수사팀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취지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고, 추 장관의 '직접 감찰권 행사'로 이어졌다. 고위 검사에 대한 법무부의 직접 감찰은 지난 2017년 '돈 봉투 만찬사건'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지난 18일엔 검찰청법상 명시된 '검찰총장 지휘권'을 행사해 '한명숙 수사팀의 위증 종용 진정 사건'과 관련한 윤 총장의 기존 조사 방식을 뒤집었다. 윤 총장이 대검 감찰부에서 맡고 있던 해당 진정사건을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넘긴 건 '감찰 중단'이라며 "대검 감찰부에서 중요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총장 지휘권 발동도 지난 2005년 이후 처음 있는 일로 파악됐다.
◇ 秋 "제 지시 절반 잘라먹어" 與 "나였으면 물러나"…일주일 내내 '말폭탄'
이처럼 주요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의 결정과는 배치되는 이례적 지시가 잇따라 이어진 일주일 내내 추 장관과 여권은 '말 폭탄'도 쏟아냈다.
특히 추 장관은 '한동훈 직접 감찰 카드'를 빼든 이날 국회에서 열린 초선의원 혁신포럼에 참석해 "저는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을 하라고 했는데,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게 내려보내고 대검 인권부가 총괄해보라고 했다. 제 지시를 절반 잘라먹었다"고 했다. 한명숙 수사팀 진정사건 관련 자신의 지시를 언급하며 윤 총장을 직격한 것이다. 그는 나아가 "장관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지휘랍시고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며 고수위의 비판을 이어갔다.
추 장관은 전날에도 윤 총장을 겨냥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자가 각종 예규 또는 규칙을 통해 위임의 취지에 반하도록 자기 편의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법 기술을 벌이고 있다"고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부에서도 19일 "제가 윤 총장이라고 하면 벌써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겠나"(설훈 최고위원)라는 직접적 사퇴론이 나온 데 이어, 여당 주도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도 윤 총장의 사건 처리를 비판하는 발언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추 장관의 강경 행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와 검찰의 '협력'을 당부한 지난 22일 이후에도 거침없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묵인 하에 정권 차원의 '윤석열 밀어내기'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검찰 일각 "추미애 직권남용" 부글…법무부 "문제 없다"
대검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법무부 직접 감찰‧전보방침'과 추 장관의 윤 총장 비판에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일각에선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한 검사장을 인사조치하고, 감찰 대상으로 규정지은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징계 결론을 정해놓고 달려가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장관의 정치적인 공격"이라며 "이미 법과 원칙, 절차 등을 따지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법무부는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감찰까지 하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의 검찰 내부 지적에 대해 "수사와 동시에 감찰에 착수하는 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한 검사장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려운 조치이나, 어느 곳에서든 공직자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며 "편향되지 않은 '공정한 수사'가 이뤄지기만 한다면 저의 무고함이 곧 확인될 것으로 생각하고,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