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독채빌라는 600만원대도
제주도 내 숙박 바가지가 도를 넘고 있다. 휴가철을 앞두고 청정지역으로 급부상한 제주도 내 방 수요가 급증하자 '코로나 바가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방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곳은 제2의 신혼여행지 붐이 일고 있는 중문 지역이다.
이곳 터줏대감 신라호텔의 경우 8월 1일~10일 사이 극성수기 디럭스룸 1박 가격은 74만원 대다. 심지어 수영장과 사우나 등이 포함된 여름 패키지 상품은 1박에 90만원대에 육박하고 있다.
제주 여행업을 하고 있는 한 여행사 사장은 "작년 극성수기와 비교해도 20~30% 이상 높은 가격대"라며 "거품이 끼어도 너무 끼었다. 발리나 몰디브 같은 휴양지의 풀빌라 호텔 방값과 맞먹는 수준이다"고 꼬집었다.
신라호텔 방값이 평소 수준인 40만원대로 내려앉는 건 8월22일 이후 정도다. 그 전까지는 1박 당 70만원대 이상은 각오해야 한다.
심지어 홈페이지 공시 가격도 무시되고 있어 여행족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신라호텔 공식 홈페이지에는 8월1일 1박 가격이 56~58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하지만 실제 이 가격대 예약은 불가능하다. 홈페이지 공시 가격과 비교해도 30~40% 이상 거품이 낀 셈이다.
서송희 제주신라 홍보 담당은 "극성수기임을 감안하면 그렇게 비싸지 않은 수준이다. 글로벌 예약사이트를 통하면 홈페이지 나온 공시 가격대에 예약이 가능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롯데호텔도 3인용 써머키즈데이 패키지 1박 가격이 8월 초 81만원을 훌쩍 넘는다. 조식을 뺀 룸 온리(방값 단독) 가격은 58만원대다. 그나마 방도 곧 동이 난다.
역시나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30~40만원대 공시 가격은 무용지물이다. 객실 예약과로 전화를 걸면 저렴한 패키지로 예약을 해야 80만원대 수준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롯데호텔 홍보팀 관계자는 역시 "홈페이지 공시 가격인 40만원대로 8월초도 예약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적정한 수준이다"고 답했다.
언텍트 숙박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독채형 빌라 방값은 가격이 무색할 정도다.
세계적인 호텔값과 비교해도 터무니 없는 가격대다. 호텔스닷컴이 매년 도시별 호텔 가격으로 산정하는 도시별 호텔가격지수에 등장하는 최고가 도시 뉴욕과 호놀룰루의 1박 가격도 평균 30만원대다. 최고 여행지의 호텔 1박 가격과 비교해도 2.5배 이상 뻥튀기가 된 셈이다.
제주는 사실 바가지 요금이 관광경쟁력을 해치는 고질적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제주관광공사는 최근 발표한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서도 내국인 관광객들이 제주여행 불만족 사항으로 비싼 물가(29.1%)를 1순위에 올렸다. 특히 관광공사가 남녀 1천1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조사결과에서도, 제주여행에서 불만을 지적한 내국인 관광객 54.9% 중 39.0%가 제주의 물가에 대해 불만을 언급했다.
제주 방값이 고공행진 하면서 플랜B 청정지역으로 꼽히는 강원권과 부산지역의 방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바가지 낙수효과'다.
속초의 대표적 호텔인 속초 롯데는 7월말~8월초 성수기 가격이 1박당 60만원선이다. 여기에 워터파크까지 이용한다면 성인 6만6000원씩을 추가로 내야한다.
강릉 씨마크호텔 역시 성수기 1박 가격은 디럭스룸 기준 68만원대다. 평소 대비 18% 이상 비싸게 책정된 수준이다.
부산 지역도 살벌한 수준에 방값이 형성되고 있다. 해운대 맏형 파라다이스 부산은 8월 1일 바다전망 본관 객실 1박을 66만5500원(부킹닷컴 18일 조회 기준)에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단발성 바가지를 막을 제도적인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호텔 방값은 철저히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한다. '렉 레이트(rack rate)'라는 명목으로 지자체별 상한선이 지정돼 있다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해외길이 막히면서 국내로 여행수요가 몰리는데, 바가지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건 심각하다"며 "코로나 사태가 풀리면 이러다 중국 일본 등 주변국으로 여행족들이 흘러나가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익수 여행·레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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