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재계서열 30위 중반을 다투고 있는 중흥건설그룹에서 특이한 행보를 보이는 계열사가 발견돼 눈길을 끈다. 2013년 9월,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장남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세종중흥건설이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4년 후인 2017년, 중흥토건이 세종중흥건설을 2억 7827만 원에 인수했다. 중흥토건은 정원주 사장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다.
세종중흥건설은 주택건설 및 분양업,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세종중흥건설의 매출은 0원이다. 또 2017년 말 기준 세종중흥건설의 부채비율은 6242.11%에 달했고, 종업원 수는 1명인 중소기업(?)이다. 분양업을 주 사업으로 둔 세종중흥건설이지만 자산 36억 1500만 원(2017년 말 기준) 중 99.67%에 해당하는 36억 300만 원이 유동자산이고 임대주택자산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2018년 재무 현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세종중흥건설 설립 당시에는 정원주 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세종중흥건설의 초대 대표이사는 안 아무개 씨였지만 2015년 12월 정원주 사장이 직접 대표로 취임, 현재까지도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세종중흥건설에서 발생한 매출이 없어 회사는 자연스럽게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세종중흥건설은 8900만 원의 영업손실, 1억 100만 원의 영업외손실 등 총 2억 21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비용의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액수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급여, 대출 이자 등 기본적인 비용으로 보인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세종중흥건설에 대해 “시행사 중 하나일 것”이라고만 짧게 말했다. 그러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하는 경우는 흔하다”며 “공동주택용지 입찰은 대부분 추첨제이기에 계열사를 많이 동원하면 낙찰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2015년 1분기 동안 중흥건설은 76개 필지에 입찰을 신청해 24개 필지에 당첨됐다. 중흥건설은 심지어 1개 필지에 최대 31개 계열사를 동원하기도 했다. 세종중흥건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입찰을 신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벌떼 입찰’에 동원하기 위한 페이퍼컴퍼니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6년 9월 공동주택용지 입찰에 최근 3년간 300세대 이상 주택건설 실적이 있는 건설업체에게 1순위 신청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당시 LH는 “일부 건설업체가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동주택용지 추첨에 참여하고, 최근에는 증권사까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공동주택용지 추첨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계열사가 입찰에 성공하면 해당 용지를 모회사에 전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5년 8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으로 현재는 추첨을 통해 공급되는 공동주택용지는 2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과거 세종중흥건설은 정원주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였기에 세종중흥건설이 용지를 계열사에 전매하면 정 사장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공교롭게도 정원주 사장이 중흥토건에 세종중흥건설을 매각한 시점은 LH 발표 후인 2017년이다. 그러나 그간 세종중흥건설의 수익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실제 낙찰에 성공해 용지를 매각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흥토건 인수 후 세종중흥건설은 예전과 다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1월, 세종중흥건설은 중흥건설의 서산예천 택지개발 시행대행권을 양수받았다. 양수가액은 19억 7600만 원. 세종중흥건설의 자산이 30억 원대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후 세종중흥건설은 수차례에 걸쳐 중흥주택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 2018년 11월 기준 세종중흥건설이 중흥주택으로부터 빌린 돈은 총 140억 원이고 용도는 운영자금이다. 계열사 간 자금 지원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경영 행보에 나서는 데는 궁금증이 따른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중흥건설이 상장사도 아닌 1인 지배구조이기에 지배구조 내에서 왔다갔다하는 게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사업에서 필요했기 때문에 인수했을 거 같지만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세종중흥건설은 주택건설 및 분양업,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7년까지 세종중흥건설의 매출은 0원이다. 또 2017년 말 기준 세종중흥건설의 부채비율은 6242.11%에 달했고, 종업원 수는 1명인 중소기업(?)이다. 분양업을 주 사업으로 둔 세종중흥건설이지만 자산 36억 1500만 원(2017년 말 기준) 중 99.67%에 해당하는 36억 300만 원이 유동자산이고 임대주택자산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다. 2018년 재무 현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세종중흥건설 설립 당시에는 정원주 사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었다. 세종중흥건설의 초대 대표이사는 안 아무개 씨였지만 2015년 12월 정원주 사장이 직접 대표로 취임, 현재까지도 대표직을 유지하고 있다.
세종중흥건설에서 발생한 매출이 없어 회사는 자연스럽게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세종중흥건설은 8900만 원의 영업손실, 1억 100만 원의 영업외손실 등 총 2억 21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비용의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지만 액수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아 급여, 대출 이자 등 기본적인 비용으로 보인다.
재계서열 34위의 중흥건설에서 특이한 행보를 보이는 계열사가 발견돼 눈길을 끈다.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은 2017년 세종중흥건설을 중흥토건에 매각했다. 사진=중흥건설 홈페이지
중흥건설 관계자는 세종중흥건설에 대해 “시행사 중 하나일 것”이라고만 짧게 말했다. 그러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견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여러 계열사를 동원하는 경우는 흔하다”며 “공동주택용지 입찰은 대부분 추첨제이기에 계열사를 많이 동원하면 낙찰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5년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2015년 1분기 동안 중흥건설은 76개 필지에 입찰을 신청해 24개 필지에 당첨됐다. 중흥건설은 심지어 1개 필지에 최대 31개 계열사를 동원하기도 했다. 세종중흥건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곳에 입찰을 신청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벌떼 입찰’에 동원하기 위한 페이퍼컴퍼니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6년 9월 공동주택용지 입찰에 최근 3년간 300세대 이상 주택건설 실적이 있는 건설업체에게 1순위 신청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당시 LH는 “일부 건설업체가 수십 개의 계열사를 동원해 공동주택용지 추첨에 참여하고, 최근에는 증권사까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공동주택용지 추첨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 사진=중흥건설 홈페이지
과거 세종중흥건설은 정원주 사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였기에 세종중흥건설이 용지를 계열사에 전매하면 정 사장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공교롭게도 정원주 사장이 중흥토건에 세종중흥건설을 매각한 시점은 LH 발표 후인 2017년이다. 그러나 그간 세종중흥건설의 수익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실제 낙찰에 성공해 용지를 매각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흥토건 인수 후 세종중흥건설은 예전과 다른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17년 11월, 세종중흥건설은 중흥건설의 서산예천 택지개발 시행대행권을 양수받았다. 양수가액은 19억 7600만 원. 세종중흥건설의 자산이 30억 원대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이후 세종중흥건설은 수차례에 걸쳐 중흥주택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 2018년 11월 기준 세종중흥건설이 중흥주택으로부터 빌린 돈은 총 140억 원이고 용도는 운영자금이다. 계열사 간 자금 지원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해 경영 행보에 나서는 데는 궁금증이 따른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중흥건설이 상장사도 아닌 1인 지배구조이기에 지배구조 내에서 왔다갔다하는 게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사업에서 필요했기 때문에 인수했을 거 같지만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중흥건설 2세 회사 성장 이면에 드리워진 ‘일감 몰아주기’ 실태 정창선 중흥건설 회장의 장남 정원주 중흥건설 사장과 차남 정원철 시티건설 사장은 각각 중흥토건과 시티건설(옛 중흥종합건설)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중흥토건의 별도 기준 매출은 2016년 8754억 원에서 2017년 1조 3066억 원으로 급상승했다. 또 중흥에스클래스, 중봉건설, 세종이엔지, 다원개발 등 여러 계열사를 거느리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시티건설 역시 2016년 매출 5471억 원에서 2017년 6818억 원으로 상승했다. 정원철 사장은 시티글로벌, 시티산업개발 시티이엔지 등의 회사 지분도 100% 갖고 있다. 또 시티글로벌은 시티주택건설, 시티종합건설, 시티개발, 아이시티건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사실상 계열분리가 완성됐다. 중흥토건과 시티건설 성장 이면에는 일감 몰아주기가 있다. 2018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중흥건설의 내부거래 비중은 27.4%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흥토건의 매출 1조 3066억 원 중 65%인 8538억 원, 시티건설의 매출 6818억 원 중 87%인 5936억 원이 각각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이다. 중흥건설은 2015년 자산 5조 원을 넘기면서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기업집단현황 공시의무가 발생했다. 그간 중흥건설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큰 제재를 받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중흥건설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상정한 일감몰아주기 사건들을 일관성 있게 엄정 처리하는 한편 사건처리가 제재 그 자체로 그치지 않고 일감 개방으로 이어지는지를 점검하는데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본격적으로 강화할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