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 근간 흔들고 무법천지 가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은 대가 혹독"
미시경제학자이자 '경제학원론' 등의 저자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가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남들 다 지키는 법질서를 헌신짝처럼 여긴다"며 직격했다.
이 교수는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게 나라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그는 늘 입버릇처럼 '법질서'를 부르짖던 사람 아니었느냐"면서 "자기 정적에겐 먼지 하나라도 털어 추상같은 법의 철퇴를 내리면서 마치 '법의 화신'인 양 우쭐대던 사람인데, 법이 자기에게 불리할 것 같으니 이젠 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무시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법원이 정식으로 발부한 영장인데, 그것이 불법이라며 불복할 이유가 손톱만큼이라도 있나. 대체 어느 나라에서 법을 공부했길래 그런 무식한 발언을 감히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4일 한남동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 우리의 국격은 하루아침에 '바나나공화국' 수준으로 폭락했다. 법치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한 사람의 만행으로 우리 사회는 이제 무법천지의 시대로 들어가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바나나공화국은 부패한 지배층이 다스리는 국가를 뜻하는 용어로, 천연자원 등 1차산업에만 의존하면서 무능한 지도층에 장악된 저개발 국가를 일컫는다.
이 교수는 대통령 경호처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점도 꼬집었다. 그는 "경호처는 국가기관인가, 아니면 윤석열이 사비로 고용한 민간경비업체인가"라면서 "어떻게 국가기관인 경호처가 법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다른 국가기관이 정당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 훼방을 놓는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윤 대통령이 수사와 탄핵심판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한시라도 빨리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 그를 영원히 추방시키는 일뿐"이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시간을 끌고 있는 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더 망가질지 심히 걱정될 뿐"이라면서 "대통령 한 사람을 잘못 뽑은 대가가 이렇게 혹독할 줄은 미처 몰랐다"며 글을 맺었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