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나서도 청와대를 비우지 않자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불만 글이 쇄도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박근혜는 전 대통령 신분이 됐다. 하지만 12일 현재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칩거 중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여전히 대통령으로 표기돼 있다. 국민들은 이에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으로 몰려가 비난을 쏟아내는 중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청와대 불법점거", "빨리 비우십시오", "빨리 물러나십시오" 등의 글로 도배된 상태며 현재는 접속되지 않는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한 지 이틀이 지났음에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 게시물이 그대로 올라와 있다.
다음·네이버 등 주요 포털 사이트가 헌재의 탄핵 인용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정보를 수정한 것과 비교하면 청와대는 두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12일 오전 청와대 홈페이지 메인화면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이 있던 지난해 12월9일 박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 및 부처장관 간담회를 열어 “앞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특검의 수사에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한 발언 모음이다.
▲ 12일 오전 청와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또 홈페이지에서 ‘대통령’을 클릭하면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입니다”라는 박 전 대통령의 인사말이 나온다. 또한 ‘대통령기록관’을 클릭해보면 재임 기간 역시 ‘2013년~현재’로 나와 있다.
언론 왜곡을 바로잡는다며 확인되지 않는 청와대의 반박을 모아놓은 ‘이것이 팩트 입니다’도 버젓이 확인가능하다. 탄핵국면에서 청와대 홈페이지를 사실상 방치한 결과다.
다만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보도자료 등은 최근까지 올라오고 있으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 참석한 사진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게시됐다.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언제 홈페이지 고치나? 서둘러 홈페이지 바로 잡기 바란다”, “그만 나가셔야 한다. 증거 인멸할 게 그리 많은가. 홈페이지도 빨리 수정해야겠다”, “박근혜의 모든 사진을 지우고 청와대 경관 사진만 남겨 놓을 게 좋을 듯하다”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 12일 오전 청와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속한 퇴거를 바라는 게시물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박아무개씨는 자유게시판에 “대통령 파면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홈페이지가) 바뀌지 않느냐”며 “보기 몹시 불편하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아직도 버젓이 홈페이지에 나오다니”라고 개탄했다.
한편 위키백과는 박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으로 물러난 대통령”이라고 설명한 뒤 “1925년 대한민국 임시 정부에서 탄핵된 이승만 대통령까지 포함할 경우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11일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앞에는 경찰이 취재진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로부터 파면 결정을 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틀이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자연인 신분으로 청와대 관저에 머물고 있다.
12일이나 13일쯤 서울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것이라는 말도 들리지만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칩거가 길어지면서 갖은 설들이 난무하다.
박 전 대통령은 헌재 선고 이틀 째인 11일에도 청와대에 머물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10일 헌재 결정이 나온 뒤 관저를 방문한 참모들에게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청와대 참모진들이 탄핵 인용, 기각 결정에 따른 대응 방안도 마련해뒀지만 박 전 대통령이 받은 충격으로 인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입장발표는 예정되지 않았고, 사저로 언제 돌아갈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대통령의 침묵이 맞물리면서 정국의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광화문 사거리를 사이에 두고 대규모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열릴 예정이라 충돌 가능성도 없지 않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법치주의가 죽었다며 11일 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가의사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청와대 관저에서 사저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동 시에는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의 협조를 받게 된다. 박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법에 따라 연금, 사무실 제공, 무상 병원 치료 등 모든 예우를 박탈당하지만 예외적으로 경호⋅경비는 신변안전을 우려해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동 사저는 보일러 공사 등 개보수 작업이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일에는 청와대 직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짐을 옮기는 모습이 포착됐다. 일각에서는 삼성동 사저 준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12~13일께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참모들은 주말인 이날도 모두 출근, 한광옥 비서실장 주재로 회의를 하는 등 비상근무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지난 10일 오전 전국민의 시선이 헌법재판소로 쏠린 가운데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출근 모습이 화제가 됐다.
이날 오전 7시50분쯤 헌재에 도착한 이 권한대행의 머리에 분홍색 헤어롤 두 개가 말려 있었기 때문이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촬영한 그의 사진은 곧바로 ‘얼마나 긴장했으면’, ‘얼마나 재판에만 집중했으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라왔다.
당황한 헌재 측은 기자들에게 “이정미 재판관이 어제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하고, 아침에 너무 정신없이 나오다보니 머리도 헝클어지고 엉망이었다. 방송사들이 되도록 이정미 재판관 출근 영상을 안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사적인 순간을 앞두고 재판관의 실수에 이목이 쏠리거나 가십거리가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지난 10일 오전 헌법재판소에 들어서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머리에 꽂힌 두개의 헤어롤이 많은 화재를 뿌렸다. 동그란 헤어롤 모양을 (탄핵)‘인용’으로 변형한 사진과 탄핵 찬성 8명이라는 의미의 숫자 ‘8’로 변형한 사진.
예상대로 헤어롤을 꽂은 채 출근하는 이 권한대행의 사진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통해 퍼졌고 곧바로 패러디 사진이 돌았다.
그러나 패러디 사진은 두 개의 동그란 헤어롤을 한글 초성으로 활용해 (탄핵)‘인용’이란 글씨로 변형하거나, 재판관 전원 탄핵 찬성을 의미하는 숫자 ‘8’로 변형한 것들이었다.
모두 탄핵이 인용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넷심의 표현이었다. 헤어롤을 꽂은 이 권한대행을 희화화한 사진은 없었다.
두 개의 헤어롤은 탄핵을 암시한다는 해석 뿐 아니라 각계 각층에서 뜨거운 반응을 이끌며 외신에도 소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머니 고 육영사 여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올림머리를 고수하며 지지층을 결집시켰지만, 이제는 ‘불성실’의 상징으로 남았다.
무엇보다 이 권한대행의 헤어롤은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와 대비되며 큰 울림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육 여사의 올림머리를 연출해왔고, 자신의 트레이드로 만들었다.
흐트러짐 없는 올림머리는 일반 여성들이 혼자 하기도 힘들고, 머리핀만 수십개가 필요할 정도로 손질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이 헤어스타일리스트를 청와대 관저로 불러 올림머리를 하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흐트러진 머리까지 전문가의 손길로 다시 ‘연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분을 샀다.
대통령이 구조에 온 힘을 다해도 모자를 골든타임에 머리 손질 등으로 허비한 7시간 행적은 탄핵심판에서도 지적됐다. 헌재는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 행적이 탄핵 소추의 사유가 될수는 없지만, 대통령으로서 성실 의무를 위반했다며 보충의견으로 결정문에 남겼다.
박근혜 대통령이 1977년 3월 16일 새마을궐기대회에서 최태민 구국봉사단 총재(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걸스카우트 대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퍼스트레이디였던 어머니의 이미지를 지지세력 결집에 활용했던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혼동했는지도 모른다. 결국 온화한 퍼스트레이디의 상징이었던 올림머리는 불성실의 상징으로 추락했다.
반면 헌재에서 수십명의 기자들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는 가운데도 머리에 헤어롤이 꽂힌 줄도 몰랐던 이 권한대행의 출근 모습에는 ‘아름다운 실수’, ‘일하는 여성의 진짜 모습’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물론 일 하는 여성은 빈틈없이 화장하고 말끔하게 차려입으면 안되고, 부스스하거나 어딘가 빈틈이 있는 차림새여야 일에 몰두하는 여성이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고작 몇 천원 하는 헤어롤은 미용실에 자주 갈 수 없는 여성들이 고불고불한 파마머리가 풀리지 않게 하기 위해 혼자 손질할 때 쓰는 도구다. 최저 비용과 최단 시간을 투자하는 최소한의 꾸밈 비용인 셈이다.
그 소박한 헤어롤은 일하는 많은 여성들에게는 동질감과 친근감을 불러일으켰다. 가장 높은 유리천장을 뚫었던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유리 파편에 찔리는 듯한 아픔과 좌절을 느낀 여성들에게 따뜻한 위로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국가의 앞날이 좌우될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이 권한대행이 역사적 소명을 얼마나 무겁게 느끼고, 고뇌하고, 긴장했는지 국민들은 느낄 수 있었고 감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