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8월 초 이뤄진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은 1992년 김용순 대남 담당 비서의 방미를 연상케 한다. 북·미 첫 고위급 회담이었던 당시 상황은 아직까지도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럼에도 1990년대 북·미 관계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는 데에는 이론이 없다. 김계관 부상 방미 역시 7월24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초청 사실을 전격 발표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더구나 7월28~29일 약 10시간 동안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팀과 의견을 나눴음에도 나오는 얘기가 거의 없다.
다만 김용순 방미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속마음이나 양국 현안을 깊숙이 토론했을 것이라는 점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까. 과연 ‘6자 회담 재개 방안’과 같은 ‘정직한’ 대화만 오고 갔을까. 북·미 관계에 밝은 워싱턴의 한 인사는 “이번 회담은 북한이나 미국이나 서로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 있어서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선거 기간에 핵실험 같은 사고를 치면 낭패다. 따라서 6자 회담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적정한 선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핵 문제에 국한해 이번 회담이 열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희토류 개발권, KFC·코카콜라에 준다?
핵 문제 말고도 북한이 미국에 요구할 게 있고, 반대로 미국도 북한을 필요로 하는 게 있어서 만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북한이 지금 미국에 요구할 것은 크게 식량 지원과 전력 지원, 그리고 미국 자본의 평양 진출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도 북한에서 얻고자 하는 게 생겼다. 그것이 바로 희토류다”라고 말했다. 그에게서 희토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번 북·미 회담의 진상에 한발 다가서는 느낌이 들었다.
희토류는 반도체·컴퓨터·전기자동차·미사일 등 첨단산업 제품이나 첨단 무기 등에 없어서는 안 되는 희귀 금속류이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한때 희토류 생산 세계 1위였다가 중국의 저가 공세와 환경오염 시비에 말려 생산을 전폐하다시피 한 미국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희토류는 특히 미국 군산복합체가 심혈을 기울이는 MD(미사일 방어)에도 필수 자원이기 때문에 최근 미국 의회 보고서는 희토류 문제를 국가 안보 문제로 격상했다. 최우선 해결 과제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조선신보>도 밝혔다시피 북한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희토류 매장 국가다. 지금 당장 미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북한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의 다음 이야기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앞으로 어떻게 연계해 얻어가려 할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북한은 현재 미국 자본의 평양 진출을 강력히 희망한다. 미국 대기업들도 북한 투자에 관심을 가진 지 오래됐다. 그런데 최근 그 기폭제가 될지도 모를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와 코카콜라의 평양 진출 문제. 지난 7월14일 YTN은 베이징발로 “코카콜라와 KFC 본사와 해외사업 담당 간부 10여 명이 7월5일부터 9일까지 북한 외자유치 전담 기구인 대풍그룹 초청으로 방북해 평양 지점을 개설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오는 9월이나 10월까지는 지점 개설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대풍이나 코카콜라 측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으나 <시사IN>이 확인한 바로는 베이징 외교가의 경우 ‘그 방향이 맞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워싱턴 인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KFC와 코카콜라 평양 진출이 미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희토류 확보와 관련돼 있음을 내비쳤다. 즉 “KFC와 코카콜라가 평양에 진출하면 영업이익 대신 희토류 광산 개발권을 확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라는 것이다. 그의 얘기를 듣자 지난 2월 북·중 접경 지역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북 소식통 얘기가 떠올랐다. “올해 2월께부터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등 외자 유치 기관들이 희토류 광산이나 금광의 개발권을 가지고 외국 자본 유치에 나서고 있다”라는 것이었다. 또한 북·미 관계에 정통한 국내 또 다른 소식통의 전언 역시 그 얘기의 신뢰성을 뒷받침했다. 즉 “KFC와 코카콜라의 대북 진출을 위한 접촉이 지난 3월부터 시작됐는데 그때부터 이미 희토류 광산 개발권을 대가로 주는 문제가 거론돼왔다”라는 것이다.
결국 KFC와 코카콜라 평양지점 개설 이면에는 북한 희토류 광산 개발권 확보라는 거래가 숨어 있는 셈인데, 시점상으로도 지금쯤 당국 간 접촉이 필요할 때다. YTN이 보도한 KFC와 코카콜라 임직원의 평양 방문 시점은 7월5~9일. 그리고 1호점 개설 목표 시점은 9~10월. 따라서 그 사이에 바세나르 협정(전략물자 수출 통제)이나 적성국 교역법 따위에 묶여 있는 희토류의 채굴 및 수입을 둘러싼 법적 문제 등과 미국 대표 자본의 평양 진출 문제는 중요한 당국 간 협의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민간단체, 북한 발전소 개·보수 추진
이번 북·미 회담과 관련해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 바로 식량 지원 및 전력 지원 문제다. 이 중 식량 지원 문제는 지난 5월 말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 방북 때 이미 실무 검토가 이뤄졌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이번에 새롭게 대두한 전력 지원 문제인데, 이것 또한 희토류 생산과 연계되어 있다. 즉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려면 전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북한은 그마저도 없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평양의 전력 부족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평양 인근 희토류 광산 개발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 북창화력발전소 개보수 방안이 미국 민간단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라고 워싱턴 인사는 밝혔다. 북한 최대 화력발전소인 북창화력발전소는 북한 전력생산의 20%를 담당할 정도의 규모이지만, 시설 노후화로 ‘만가동’이 안 되고 있다. 시설 개보수만 되면 전력 생산의 30~40%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번 김계관 방미 팀에서 희토류 광산 등 자원 및 경제 문제는 지난해 10월 통역사에서 북한 외교부 미국국 부국장으로 전격 승진한 최선희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내각 총리인 최영림의 수양딸인 그는 유학 시절 오스트레일리아 광산을 전부 섭렵했다고 할 정도로 자원 전문가이다. 또한 외교가 일각에서는 앞으로 보즈워스 대사가 평양을 교차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워싱턴에서는 그보다는 8월 말, 9월 초 김계관 부상이 다시 뉴욕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용순 방미 때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속마음이나 양국 현안을 깊숙이 토론했을 것이라는 점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어떤 얘기들이 오갔을까. 과연 ‘6자 회담 재개 방안’과 같은 ‘정직한’ 대화만 오고 갔을까. 북·미 관계에 밝은 워싱턴의 한 인사는 “이번 회담은 북한이나 미국이나 서로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들이 있어서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선거 기간에 핵실험 같은 사고를 치면 낭패다. 따라서 6자 회담 등을 통해 북핵 문제를 적정한 선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핵 문제에 국한해 이번 회담이 열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Xinhua 7월28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왼쪽)이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났다. |
희토류 개발권, KFC·코카콜라에 준다?
핵 문제 말고도 북한이 미국에 요구할 게 있고, 반대로 미국도 북한을 필요로 하는 게 있어서 만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북한이 지금 미국에 요구할 것은 크게 식량 지원과 전력 지원, 그리고 미국 자본의 평양 진출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도 북한에서 얻고자 하는 게 생겼다. 그것이 바로 희토류다”라고 말했다. 그에게서 희토류라는 말을 듣는 순간 이번 북·미 회담의 진상에 한발 다가서는 느낌이 들었다.
희토류는 반도체·컴퓨터·전기자동차·미사일 등 첨단산업 제품이나 첨단 무기 등에 없어서는 안 되는 희귀 금속류이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한때 희토류 생산 세계 1위였다가 중국의 저가 공세와 환경오염 시비에 말려 생산을 전폐하다시피 한 미국 역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희토류는 특히 미국 군산복합체가 심혈을 기울이는 MD(미사일 방어)에도 필수 자원이기 때문에 최근 미국 의회 보고서는 희토류 문제를 국가 안보 문제로 격상했다. 최우선 해결 과제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조선신보>도 밝혔다시피 북한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희토류 매장 국가다. 지금 당장 미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을 북한이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의 다음 이야기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앞으로 어떻게 연계해 얻어가려 할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진진하기까지 했다. 북한은 현재 미국 자본의 평양 진출을 강력히 희망한다. 미국 대기업들도 북한 투자에 관심을 가진 지 오래됐다. 그런데 최근 그 기폭제가 될지도 모를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와 코카콜라의 평양 진출 문제. 지난 7월14일 YTN은 베이징발로 “코카콜라와 KFC 본사와 해외사업 담당 간부 10여 명이 7월5일부터 9일까지 북한 외자유치 전담 기구인 대풍그룹 초청으로 방북해 평양 지점을 개설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오는 9월이나 10월까지는 지점 개설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대해 대풍이나 코카콜라 측은 관련 사실을 부인했으나 <시사IN>이 확인한 바로는 베이징 외교가의 경우 ‘그 방향이 맞다’고 보고 있다.
ⓒReuter=Newsis 미국을 대표하는 자본 중 하나인 KFC가 평양에 진출할지 관심을 끈다. 위는 중국 선전의 KFC 매장. |
결국 KFC와 코카콜라 평양지점 개설 이면에는 북한 희토류 광산 개발권 확보라는 거래가 숨어 있는 셈인데, 시점상으로도 지금쯤 당국 간 접촉이 필요할 때다. YTN이 보도한 KFC와 코카콜라 임직원의 평양 방문 시점은 7월5~9일. 그리고 1호점 개설 목표 시점은 9~10월. 따라서 그 사이에 바세나르 협정(전략물자 수출 통제)이나 적성국 교역법 따위에 묶여 있는 희토류의 채굴 및 수입을 둘러싼 법적 문제 등과 미국 대표 자본의 평양 진출 문제는 중요한 당국 간 협의 사항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민간단체, 북한 발전소 개·보수 추진
이번 북·미 회담과 관련해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대목이 바로 식량 지원 및 전력 지원 문제다. 이 중 식량 지원 문제는 지난 5월 말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 방북 때 이미 실무 검토가 이뤄졌다. 따라서 관심의 초점은 이번에 새롭게 대두한 전력 지원 문제인데, 이것 또한 희토류 생산과 연계되어 있다. 즉 희토류 광산을 개발하려면 전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북한은 그마저도 없기 때문에 미국이 이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평양의 전력 부족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평양 인근 희토류 광산 개발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현재 북창화력발전소 개보수 방안이 미국 민간단체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라고 워싱턴 인사는 밝혔다. 북한 최대 화력발전소인 북창화력발전소는 북한 전력생산의 20%를 담당할 정도의 규모이지만, 시설 노후화로 ‘만가동’이 안 되고 있다. 시설 개보수만 되면 전력 생산의 30~40%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한다.
이번 김계관 방미 팀에서 희토류 광산 등 자원 및 경제 문제는 지난해 10월 통역사에서 북한 외교부 미국국 부국장으로 전격 승진한 최선희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내각 총리인 최영림의 수양딸인 그는 유학 시절 오스트레일리아 광산을 전부 섭렵했다고 할 정도로 자원 전문가이다. 또한 외교가 일각에서는 앞으로 보즈워스 대사가 평양을 교차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워싱턴에서는 그보다는 8월 말, 9월 초 김계관 부상이 다시 뉴욕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