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
[개발-디자인]황장연 고정미 기자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지난해 '친박실세'인 최경환 의원(당시 경제부총리, 경북 경산시.청도군)을 둘러싸고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됐다. 최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던 황아무개씨가 지난 2013년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신입사원 채용시험에 지원해 4500명 가운데 2299등을 했는데 최 의원이 중진공에 영향력을 행사해 최종 합격시켰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최경환 특채'라고 불렀다.
황씨는 중진공에 합격한 뒤에는 최 의원의 지역구에 위치한 중진공 대구경북연수원에 근무하다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자 사표를 냈다. 그는 최 의원이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경북 경산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으로 채용된 인물이다. 중진공에 입사했을 당시 그의 연봉은 3280만 원(2014년 신입사원 기준)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그가 최 의원실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받은 급여는 얼마였을까?
'특채 의혹' 최경환 의원 인턴은 '월 50만 원짜리'
정치자금 사용내역에 따르면, 최 의원은 지난 2012년 6월부터 2013년 2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경산 사무소 직원 인건비'(640만 원)와 '경산 사무소 직원 격려금'(100만 원, 야근 및 공휴일 업무)을 합쳐 총 740만 원을 황씨에게 지급했다. 월평균 74만 원을 급여로 받은 셈인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5월분과 12월분 급여는 170만 원이고, 나머지 8개월 동안에는 월 50만 원을 받았다. 2013년 6월과 12월에 지급된 '170만 원'에는 120만 원의 상여금(총선과 연말)이 포함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점들을 헤아리면 황씨는 '월 50만 원짜리 인턴'이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열악한 대우를 받았다고 '특혜성 취업'이 정당될 수는 없다.
국회의원이 채용할 수 있는 2명의 인턴(총 22개월)은 국회로부터 급여를 받는다. 급수는 없지만 국회에서 근무하는 보좌직원(총 9명)으로 정식 등록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받는 급여는 월 126만 원(연봉 환산 1512만 원, 2016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들과 별도로 채용되는 또다른 인턴들의 급여는 정치자금에서 나가는데, 이들은 국회 정식 인턴보다 더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정치자금에서 나간 '인건비-인턴' 비용은 총 5억121만여 원(97명)이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각각 약 2억 2013만 원과 약 2억4253만 원으로 엇비슷했다. 그밖에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은 각각 3786만 원과 70만 원을 '인건비-인턴' 비용으로 썼다.
가장 많은 인건비-인턴 비용을 쓴 의원은 김춘진(전북 고창.부안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김 의원이 채용한 인턴은 총 23명이었고, 이들에게 총 4090만 원을 지급했다. 그 뒤를 이강후(2905만여 원, 강주 원주시을)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성(2580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진후(2022만여 원, 비례대표) 진보정의당 의원이 2000만 원 이상의 인건비-인턴 비용을 썼다.
이강후 의원은 인턴 2명에게만 총 2905만 원을 지급했다. 최재성 의원은 5명, 정진후 의원은 3명의 인턴을 채용했다. 특히 정 의원이 2022만 원이나 썼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같은 당 심상정(약 162만 원), 노회찬(60만 원, 서울 노원구병) 의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그밖에도 김용태(1845만 원, 서울 양천구을), 심윤조(1700만 원, 서울 강남구갑), 박원석(약 1542만 원, 비례대표), 유대운(1450만 원, 서울 강북구을), 조정식(1330만 원, 경기 시흥시을), 주승용(1270만 원, 전남 여수시을), 박민식(약 1197만 원, 부산 북구·강서구갑), 김정록(1186만여 원, 비례대표), 신의진(1150만 원, 비례대표) 의원도 1000만 원 이상을 인건비-인턴 비용에 썼다.
인턴에게 120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의원은?
인건비-인턴 비용에는 인턴 급여 외에도 '급여보조', '격려금', '초과근무수당', '야근수당', '상여금' 등의 명목으로 지출한 정치자금도 포함돼 있다. 신의진, 이한성(경북 문경시.예천군), 이자스민(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과 한정애(비례대표), 배기운(전남 나주시·화순군), 김기식(비례대표), 김상희(경기 부천시 소사구) 새정치민주당 의원 등은 '격려금'으로 적게는 2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115만 원까지 지급했다. 박민식 의원과 설훈(경기 부천시 원미구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각각 '인턴 성과 상여금'과 '정책연구개발금'로 50만 원씩을 인턴에게 지급했다.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아무개 인턴에게 120만 원의 퇴직금을 지급하고,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인턴 교통비로 총 200만 원(5개월, 1인당 20만 원)을 지출해 눈길을 끌었다. 김관영(전북 군산시, 현 국민의 당)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기국회 야근수당(1인당 25만 원), 김정록 의원은 초과근무수당(약 30만 원), 심재권(서울 강동구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시간외 수당(50만 원)에 정치자금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