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동보고서 작성 당시 실험실 내용 포함 거부"..덴마크 TV서 폭로
팬데믹 발발 시기에 실험실 이전도 지적(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올해 초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조사를 이끌어온 세계보건기구(WHO) 조사단 일원이 당시 WHO 공동 보고서 작성에 얽힌 뒷배경을 폭로하며 '우한 연구소 유출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놨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전날 덴마크 공영방송 TV2에서 방영된 '바이러스 미스터리' 제하의 다큐멘터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엠바렉 박사는 WHO 조사단과 중국 연구팀이 보고서와 관련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부딪혔던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지난 3월 WHO는 중국에서 4주간의 조사를 마친 후 공동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중국 실험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중국 연구팀이 보고서에 코로나19 기원과 우한 연구소를 연관시키는 내용을 담는 것을 반대했다고 폭로했다.
박사는 "처음에 그들은 보고서에 실험실과 관련된 그 어떤 내용도 들어가길 원치 않았다"며 "그러나 우리는 그 내용이 바이러스 기원과 관련된 문제의 일부였기에 보고서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이후 48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중국 연구팀은 해당 내용을 언급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대신 그 가설과 관련해 추가 연구를 진행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한다.
또 박사는 박쥐와 상호작용하는 실험실 직원이 최초 감염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며 WHO가 일축했던 연구소 유출 가능성을 열어놨다.
그는 "현장에서 샘플을 채취하다가 우연히 감염된 직원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들여왔다는 가설은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며 "이는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것과 박쥐로부터 감염됐다는 두 가지 가설을 모두 충족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사는 중국 연구자들과 대화하던 도중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을 언급하며 "실험실이 2019년 12월에 이전됐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라며 "이 시기에 코로나19가 시작됐다"라고 둘 사이의 연관성을 유추했다.
이전에 WHO가 발표한 '중국 실험실 기원설은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결론이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우한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운영하는 실험실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kit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