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의 후폭풍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특히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서병수 새누리당 선대위 당무조정본부장(현 부산시장), 홍문종 조직총괄본부장(현 국회의원), 유정복 직능총괄본부장(현 인천시장)에게 모두 8억원을 건넸다고 지목하면서 지난 18대 대선으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선거 캠프 사무실 외에 불법 선거 캠프를 비밀리에 운영했던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이곳에서 일반적인 선거유세 작업은 물론, 불법 SNS 활동을 비롯한 대선자금 모금까지 이뤄졌다는 내부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대선 당시 박 후보 캠프의 선거조직과 자금을 총괄 관리했던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현 부산시장)이 비밀 캠프 운영에 관여했으며, 이 조직의 총괄관리는 '비서진 4인방'의 맏형으로 통했던 고 이춘상 보좌관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강대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송재국 KT샛 사장 역시 이곳에서 선거 운동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사저널 이종현
"12~13개 오피스텔 선거운동에 사용"
지난해 11월 말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민권익위원회에 정 아무개씨가 쓴 탄원서가 올라왔다. 자신을 여의도에 위치한 에스트레뉴 건물 오피스텔 소유자라고 소개한 정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10여 곳 이상의 자기 소유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탄원서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 등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지지 모임의 시민단체 및 홍보, 새누리당 당명 로고작업, 유세단 연습장, SNS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님의 선거지지 활동을 한 단체의 장입니다. 두 포럼이 선거운동을 위하여 무상으로 탄원인의 건물을 사용하기로 하고···(중략)…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활동 기간에 오피스텔 사용을 짧게는 2~3달부터 길게는 2년여 이상까지 사용하였습니다.…(중략)…오피스텔 10여 채 이상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지원해주었건만 지금 제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무실에 계셨던 분들 중에는 현재 정부와 관련된 기관을 비롯 모처에서 주요 활동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중략)…대통령님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고 관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활동했던 사람들 중)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선거법 관련하여 검찰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어떤 조치까지 취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8대 대선 당시 박 후보 캠프의 공식 사무실은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었다. 공직선거법 61조에 따르면, '선거 사무소는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설치하되, 선거사무소 1개소와 시·도 및 구·시·군마다 선거연락소 1개소'를 둘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선거사무소는 하나만 둘 수 있으며 신고한 사무소가 아닌 곳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탄원서에 따르면, 에스트레뉴 빌딩 내 10여 곳의 오피스텔은 사실상 선거사무소로 활용됐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 선거 캠프 이외에 합법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스트레뉴 빌딩의 오피스텔은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 캠프가 아니다"고 위법 사실을 확인해 줬다. 서강바른포럼은 박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동문 모임인데, 공직선거법 제87조에 따라 향우회·종친회·동창회·산악회 등 동호인회, 계모임 등 개인 간의 사적모임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불법 선거 사무실 운영은 법원에서도 인정된 사실이다.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은 에스트레뉴 빌딩에서 불법 SNS 활동을 펼치다 18대 대선 하루 전인 2012년 12월18일 선관위에 적발됐다. 2013년 10월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에 대한 판결에서 "(피고들은) 2012년 6월경 에스트레뉴 빌딩 1601호를 임차하여 사용하고, 2012년 8월경 위 에스트레뉴 빌딩 21층을 임차하여 2103호를 서강바른포럼 사무실로, 2104호를 SNS 교육장 및 회의장 등으로 활용하는 등 2012년 8월경부터 2012년 12월19일경까지 사무실을 사용하였다"며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박근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함으로써 기존의 서강바른포럼이라는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을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처럼 이용하였다"고 밝혔다.
에스트레뉴 빌딩에서 불법 선거 캠프로 활용된 곳은 여기만이 아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관계자 A씨는 "포럼동서남북은 1603호를, 조동원 당시 박 후보 캠프 홍보기획본부장은 1703호를 사용했다. 17~18층의 3~4개 사무실은 유세단의 연습실로 사용했다. 20~21층은 불법 SNS 활동을 위한 사무실이었다. 그 중 2103호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실로 이용됐다"며 "모두 12~13개의 오피스텔이 박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쓰였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대선 직전 적발한 사무실은 단 한 곳에 그쳤는데, 이와 관련해 A씨는 "선관위가 들어오기 전날부터 사무실의 모든 인터넷선을 끊고 자료를 치웠다. 선관위가 왔을 때는 미처 치우지 못한 극히 일부분만 적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성기철·서병수·이덕훈·송재국 등 거론
그렇다면 대규모 불법 선거 캠프를 운영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소유주 정씨 측이 포럼동서남북 등에 내용증명 형식으로 보낸 진정서를 보면 "당시 이(에스트레뉴 빌딩)를 임대한 피진정인들은 포럼동서남북 대표 성기철,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 서병수, 서강금융인모임 회장 (현) 수출입은행장 이덕훈, 선대위 홍보기획본부장 조동원, (전) 청년총괄선대 위원장 김상민, 서강바른포럼 공동회장 송재국입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에스트레뉴 빌딩에 불법 선거 캠프를 차린 인물 중 상당수는 서강대 출신이다. 그 중에서도 서병수 당시 당무조정본부장과 성기철 포럼동서남북 회장이 눈에 띈다. 서병수 본부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71학번으로 박 대통령의 1년 후배이고, 성기철 회장은 박 대통령과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다. A씨는 "서병수 (당시) 본부장이 에스트레뉴 빌딩 선거 캠프를 총괄했고, 실질적인 업무는 성기철 회장이 맡았다고 보면 된다. 서 본부장과 성 회장은 서강대 인맥으로 막역한 사이다. 서 본부장은 당시 선거와 관련된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성 회장이 에스트레뉴 빌딩과 관련된 모든 일을 보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대하빌딩에 있던 SNS팀 일부가 에스트레뉴 빌딩으로 옮겨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원 역시 불법 SNS활동 혐의로 성 회장에게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성 회장이)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새누리당 추천후보자인 박근혜를 위하여 선거운동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실무에서 활동하는 서강바른포럼 회장, 부회장, 운영위원, 사무국장 등을 지휘하는 역할 등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성기철 회장은 2011년께 포럼동서남북 회장에 오르면서 '친박' 외곽 조직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고, 같은 해 서병수 의원과 함께 파주출판단지에서 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서강바른포럼의 상임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던 성 회장은 2010년 5월께부터 서울 마포구 도화동 T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을 서강바른포럼 회원들과 함께 사용하다가 2012년 6월께 에스트레뉴 빌딩으로 들어왔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부터 박근혜 후보의 비선 라인으로 '마포팀' '강남팀' 등이 거론됐는데, 이런 외곽 조직을 총괄 관리한 인물로는 고 이춘상 보좌관이 거론돼 왔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성 회장과 이 보좌관은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에스트레뉴 빌딩의 선거 캠프도 이 보좌관의 관리 아래 있었다. 이 보좌관은 성 회장 사무실이 에스트레뉴 빌딩에 들어온 뒤로 자주 찾아왔다. 사고로 사망하기 전날인 2012년 12월1일에도 성 회장과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찾아와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 보좌관이 유명을 달리한 후 이재만, 안봉근 보좌관이 에스트레뉴 빌딩과 관련된 일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비밀 캠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서울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 시사저널 이종현
"대선 자금 모금 및 홍보 활동도 펼쳐"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송재국 KT샛 사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행장은 서강대 수학과․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서강대 경제학과 총동문회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금융권 내 대표적인 친박 모임인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출신이다. 서강바른포럼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25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선거운동을 위한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이덕훈 당시 고문을 총괄회장으로 위촉했다. 서강대 무역학과를 나온 송재국 사장 역시 서강바른포럼 공동회장을 역임했다. A씨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실은 에스트레뉴 빌딩 2103호에 위치했는데, 이덕훈과 송재국이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선관위에 적발된 서강바른포럼의 불법 SNS활동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피고들의 조직적 선거운동 및 관련 활동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유○○으로 하여금 2012년 10월경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2104호에 있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실에서 이덕훈 등 15명 이상에게 뉴스 앱 사용방법 등을 교육하게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행장과 함께 송 사장은 서강바른포럼 불법 SNS 활동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강바른포럼이 서강대 동문들에게 박근혜 당시 후보를 위한 정치자금을 홍보하고 실제로 모금 활동을 펼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A씨는 "2103호에 모인 서강바른포럼 측 사람들이 서강대 출신들에게 박 후보를 위한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은행 △△지점장의 경우 200만원을 송금했다. 불법 SNS활동으로 기소된 임 아무개 씨의 경우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의 임원 출신인데, 임씨가 이 돈을 전부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문에서도 "2012년 7월25일경 김○○으로 하여금 이메일을 이용하여 서강바른포럼 전체 회원에게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박근혜의 경선자금 모금을 홍보하게 하고, 2012년 11월 말경 양○○으로 하여금 박근혜 펀드 가입 안내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하여 박근혜 후보자의 선거자금 모금을 홍보하게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선관위는 "신고한 정식 후원회가 아닌 곳에서 선거 자금을 모금하면 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선 후보를 위한 펀딩 자체는 액수 등과 상관 없이 불법 행위가 아니다. 다만 해당 작업이 동문 차원 등에서 이뤄졌다면 구체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이 행장과 송 사장이 각각 수출입은행장, KT샛 사장으로 임명됐을 때 박 대통령 측근 낙하산 논란으로 출근저지 투쟁까지 일어났다. 불법 비밀 선거캠프에 몸 담았지만 결국 개국공신으로 공신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진 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친박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노무현 정권시절)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사저널 취재진이 이번 취재 도중 만난 포럼동서남북의 회원 유 아무개씨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의 항변을 취재진에게 쏟아냈다.
"(불법 비밀 캠프가) 우리뿐인가? 저쪽(야당)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저쪽이라고 SNS 안 했겠나. 다했지. 오히려 더 잘하는 데가 그쪽 아닌가. 들키지 않게 잘하는 사람은 안 걸리고, 여기(새누리당)는 실력미숙으로 혼나는 것일 뿐이다."
비밀 선거캠프 연루 인사들 대부분 의혹 부인
시사저널은 비밀 선거캠프 운영에 연루된 인사들의 입장을 다각도로 청취했으나 대부분 '위법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청와대는 이재만 및 안봉근 비서관 등에 대한 시사저널의 답변 요청에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측은 "당시 불법적인 선거 활동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서강바른포럼 관계자는 "금시초문인 얘기"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내가 아닌) 광고회사 후배 오 아무개씨가 사무실을 2013년 3월부터 임대해 쓰고 있다. 그런데 건물 경매로 인해 보증금 5000만원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당명로고 작업은 당에서 총선 전인 2012년 1~2월에 이뤄진 별개의 사안이다. 대선 당시 나는 홍보기획본부장이 아니라 부본부장이었다. 유세단은 대선당시 홍보본부와 관련이 없는 별도조직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자신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서강바른포럼 사무실 이전 및 선거지원운동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 이와 아는 바가 없고 서강바른포럼 사무실 등에서 선거지원운동에 동참한 바 없다"고 밝혔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송재국 KT샛 대표는 관련 의혹에 대해 질의를 보내고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5월8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조해수·엄민우·이규대 기자 /
이런 와중에 새누리당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선거 캠프 사무실 외에 불법 선거 캠프를 비밀리에 운영했던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특히 이곳에서 일반적인 선거유세 작업은 물론, 불법 SNS 활동을 비롯한 대선자금 모금까지 이뤄졌다는 내부 핵심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대선 당시 박 후보 캠프의 선거조직과 자금을 총괄 관리했던 서병수 당무조정본부장(현 부산시장)이 비밀 캠프 운영에 관여했으며, 이 조직의 총괄관리는 '비서진 4인방'의 맏형으로 통했던 고 이춘상 보좌관이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강대 출신으로 현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송재국 KT샛 사장 역시 이곳에서 선거 운동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12~13개 오피스텔 선거운동에 사용"
지난해 11월 말 청와대와 새누리당, 국민권익위원회에 정 아무개씨가 쓴 탄원서가 올라왔다. 자신을 여의도에 위치한 에스트레뉴 건물 오피스텔 소유자라고 소개한 정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10여 곳 이상의 자기 소유 오피스텔을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탄원서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 등은 박근혜 대통령 후보지지 모임의 시민단체 및 홍보, 새누리당 당명 로고작업, 유세단 연습장, SNS 활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님의 선거지지 활동을 한 단체의 장입니다. 두 포럼이 선거운동을 위하여 무상으로 탄원인의 건물을 사용하기로 하고···(중략)…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 활동 기간에 오피스텔 사용을 짧게는 2~3달부터 길게는 2년여 이상까지 사용하였습니다.…(중략)…오피스텔 10여 채 이상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지원해주었건만 지금 제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무실에 계셨던 분들 중에는 현재 정부와 관련된 기관을 비롯 모처에서 주요 활동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중략)…대통령님과도 상당한 친분이 있고 관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활동했던 사람들 중) 선거가 끝난 이후에는 선거법 관련하여 검찰조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고, 어떤 조치까지 취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8대 대선 당시 박 후보 캠프의 공식 사무실은 여의도 대하빌딩에 있었다. 공직선거법 61조에 따르면, '선거 사무소는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설치하되, 선거사무소 1개소와 시·도 및 구·시·군마다 선거연락소 1개소'를 둘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선거사무소는 하나만 둘 수 있으며 신고한 사무소가 아닌 곳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탄원서에 따르면, 에스트레뉴 빌딩 내 10여 곳의 오피스텔은 사실상 선거사무소로 활용됐다. 이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식 선거 캠프 이외에 합법적으로 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스트레뉴 빌딩의 오피스텔은 선관위에 신고한 선거 캠프가 아니다"고 위법 사실을 확인해 줬다. 서강바른포럼은 박 대통령이 나온 서강대 동문 모임인데, 공직선거법 제87조에 따라 향우회·종친회·동창회·산악회 등 동호인회, 계모임 등 개인 간의 사적모임이 선거운동을 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불법 선거 사무실 운영은 법원에서도 인정된 사실이다. 서강바른포럼과 포럼동서남북은 에스트레뉴 빌딩에서 불법 SNS 활동을 펼치다 18대 대선 하루 전인 2012년 12월18일 선관위에 적발됐다. 2013년 10월17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이에 대한 판결에서 "(피고들은) 2012년 6월경 에스트레뉴 빌딩 1601호를 임차하여 사용하고, 2012년 8월경 위 에스트레뉴 빌딩 21층을 임차하여 2103호를 서강바른포럼 사무실로, 2104호를 SNS 교육장 및 회의장 등으로 활용하는 등 2012년 8월경부터 2012년 12월19일경까지 사무실을 사용하였다"며 "인적․물적 시스템을 구축한 다음 박근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함으로써 기존의 서강바른포럼이라는 기관․단체․조직 또는 시설을 공직선거법상의 선거사무소 또는 선거연락소처럼 이용하였다"고 밝혔다.
에스트레뉴 빌딩에서 불법 선거 캠프로 활용된 곳은 여기만이 아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핵심 관계자 A씨는 "포럼동서남북은 1603호를, 조동원 당시 박 후보 캠프 홍보기획본부장은 1703호를 사용했다. 17~18층의 3~4개 사무실은 유세단의 연습실로 사용했다. 20~21층은 불법 SNS 활동을 위한 사무실이었다. 그 중 2103호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실로 이용됐다"며 "모두 12~13개의 오피스텔이 박 후보 선거운동을 위해 쓰였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대선 직전 적발한 사무실은 단 한 곳에 그쳤는데, 이와 관련해 A씨는 "선관위가 들어오기 전날부터 사무실의 모든 인터넷선을 끊고 자료를 치웠다. 선관위가 왔을 때는 미처 치우지 못한 극히 일부분만 적발됐을 뿐"이라고 말했다.
성기철·서병수·이덕훈·송재국 등 거론
그렇다면 대규모 불법 선거 캠프를 운영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소유주 정씨 측이 포럼동서남북 등에 내용증명 형식으로 보낸 진정서를 보면 "당시 이(에스트레뉴 빌딩)를 임대한 피진정인들은 포럼동서남북 대표 성기철,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 서병수, 서강금융인모임 회장 (현) 수출입은행장 이덕훈, 선대위 홍보기획본부장 조동원, (전) 청년총괄선대 위원장 김상민, 서강바른포럼 공동회장 송재국입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에스트레뉴 빌딩에 불법 선거 캠프를 차린 인물 중 상당수는 서강대 출신이다. 그 중에서도 서병수 당시 당무조정본부장과 성기철 포럼동서남북 회장이 눈에 띈다. 서병수 본부장은 서강대 경제학과 71학번으로 박 대통령의 1년 후배이고, 성기철 회장은 박 대통령과 전자공학과 70학번 동기다. A씨는 "서병수 (당시) 본부장이 에스트레뉴 빌딩 선거 캠프를 총괄했고, 실질적인 업무는 성기철 회장이 맡았다고 보면 된다. 서 본부장과 성 회장은 서강대 인맥으로 막역한 사이다. 서 본부장은 당시 선거와 관련된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다. 성 회장이 에스트레뉴 빌딩과 관련된 모든 일을 보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 본부장의 지시에 따라 대하빌딩에 있던 SNS팀 일부가 에스트레뉴 빌딩으로 옮겨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원 역시 불법 SNS활동 혐의로 성 회장에게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성 회장이)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새누리당 추천후보자인 박근혜를 위하여 선거운동을 실질적으로 총괄하고, 실무에서 활동하는 서강바른포럼 회장, 부회장, 운영위원, 사무국장 등을 지휘하는 역할 등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성기철 회장은 2011년께 포럼동서남북 회장에 오르면서 '친박' 외곽 조직으로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고, 같은 해 서병수 의원과 함께 파주출판단지에서 워크숍을 갖기도 했다. 서강바른포럼의 상임고문을 역임하기도 했던 성 회장은 2010년 5월께부터 서울 마포구 도화동 T빌딩에 마련된 사무실을 서강바른포럼 회원들과 함께 사용하다가 2012년 6월께 에스트레뉴 빌딩으로 들어왔다. 2007년 17대 대선 당시부터 박근혜 후보의 비선 라인으로 '마포팀' '강남팀' 등이 거론됐는데, 이런 외곽 조직을 총괄 관리한 인물로는 고 이춘상 보좌관이 거론돼 왔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성 회장과 이 보좌관은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에스트레뉴 빌딩의 선거 캠프도 이 보좌관의 관리 아래 있었다. 이 보좌관은 성 회장 사무실이 에스트레뉴 빌딩에 들어온 뒤로 자주 찾아왔다. 사고로 사망하기 전날인 2012년 12월1일에도 성 회장과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찾아와서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 보좌관이 유명을 달리한 후 이재만, 안봉근 보좌관이 에스트레뉴 빌딩과 관련된 일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자금 모금 및 홍보 활동도 펼쳐"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송재국 KT샛 사장의 역할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행장은 서강대 수학과․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10년 서강대 경제학과 총동문회 초대회장을 지냈으며, 금융권 내 대표적인 친박 모임인 서금회(서강대 금융인 모임) 출신이다. 서강바른포럼은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25일 회장단 회의를 열어 선거운동을 위한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이덕훈 당시 고문을 총괄회장으로 위촉했다. 서강대 무역학과를 나온 송재국 사장 역시 서강바른포럼 공동회장을 역임했다. A씨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실은 에스트레뉴 빌딩 2103호에 위치했는데, 이덕훈과 송재국이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선관위에 적발된 서강바른포럼의 불법 SNS활동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피고들의 조직적 선거운동 및 관련 활동에 대한 판결문을 보면 "유○○으로 하여금 2012년 10월경 여의도 에스트레뉴 빌딩 2104호에 있는 서강바른포럼 사무실에서 이덕훈 등 15명 이상에게 뉴스 앱 사용방법 등을 교육하게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이 행장과 함께 송 사장은 서강바른포럼 불법 SNS 활동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서강바른포럼이 서강대 동문들에게 박근혜 당시 후보를 위한 정치자금을 홍보하고 실제로 모금 활동을 펼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A씨는 "2103호에 모인 서강바른포럼 측 사람들이 서강대 출신들에게 박 후보를 위한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은행 △△지점장의 경우 200만원을 송금했다. 불법 SNS활동으로 기소된 임 아무개 씨의 경우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의 임원 출신인데, 임씨가 이 돈을 전부 관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문에서도 "2012년 7월25일경 김○○으로 하여금 이메일을 이용하여 서강바른포럼 전체 회원에게 새누리당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박근혜의 경선자금 모금을 홍보하게 하고, 2012년 11월 말경 양○○으로 하여금 박근혜 펀드 가입 안내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하여 박근혜 후보자의 선거자금 모금을 홍보하게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선관위는 "신고한 정식 후원회가 아닌 곳에서 선거 자금을 모금하면 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선 후보를 위한 펀딩 자체는 액수 등과 상관 없이 불법 행위가 아니다. 다만 해당 작업이 동문 차원 등에서 이뤄졌다면 구체적으로 따져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이 행장과 송 사장이 각각 수출입은행장, KT샛 사장으로 임명됐을 때 박 대통령 측근 낙하산 논란으로 출근저지 투쟁까지 일어났다. 불법 비밀 선거캠프에 몸 담았지만 결국 개국공신으로 공신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 터진 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친박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노무현 정권시절) 성완종 전 회장에 대한 연이은 사면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물타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시사저널 취재진이 이번 취재 도중 만난 포럼동서남북의 회원 유 아무개씨 역시 이와 비슷한 맥락의 항변을 취재진에게 쏟아냈다.
"(불법 비밀 캠프가) 우리뿐인가? 저쪽(야당)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저쪽이라고 SNS 안 했겠나. 다했지. 오히려 더 잘하는 데가 그쪽 아닌가. 들키지 않게 잘하는 사람은 안 걸리고, 여기(새누리당)는 실력미숙으로 혼나는 것일 뿐이다."
비밀 선거캠프 연루 인사들 대부분 의혹 부인
시사저널은 비밀 선거캠프 운영에 연루된 인사들의 입장을 다각도로 청취했으나 대부분 '위법 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청와대는 이재만 및 안봉근 비서관 등에 대한 시사저널의 답변 요청에 "아는 바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측은 "당시 불법적인 선거 활동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서강바른포럼 관계자는 "금시초문인 얘기"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은 "(내가 아닌) 광고회사 후배 오 아무개씨가 사무실을 2013년 3월부터 임대해 쓰고 있다. 그런데 건물 경매로 인해 보증금 5000만원을 날릴 처지에 놓였다. 당명로고 작업은 당에서 총선 전인 2012년 1~2월에 이뤄진 별개의 사안이다. 대선 당시 나는 홍보기획본부장이 아니라 부본부장이었다. 유세단은 대선당시 홍보본부와 관련이 없는 별도조직으로 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자신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서강바른포럼 사무실 이전 및 선거지원운동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것 이와 아는 바가 없고 서강바른포럼 사무실 등에서 선거지원운동에 동참한 바 없다"고 밝혔다. 서병수 부산시장과 송재국 KT샛 대표는 관련 의혹에 대해 질의를 보내고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5월8일까지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조해수·엄민우·이규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