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10명 중 9명 “국민연금고갈 불안”
안정적 노후대비 위해 개인연금 더 중요예적금보다 ETF 선호 적극적 자산배분
국민연금 받기위해 “수령시점 늦춰도 돼”
‘잦은 이직’ 영향 퇴직연금 기대치는 낮아
1일 매일경제신문이 키움자산운용·어피티와 함께 2030 MZ세대 2778명을 대상으로 연금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개인·퇴직연금까지 노후 연금 3층 구조에 대한 이해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86%, 30대는 91%가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연금의 특징과 차이에 대해서 자세히 또는 어느정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가 연금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회생활 초기부터 ‘연금’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선진국형 은퇴 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의존도가 높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노후 재테크 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MZ세대가 3층 연금구조에 일찍부터 관심을 갖는 것은 국민연금 연속성에 대한 불신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10명 중 9명이 “불안하다”고 답했을 뿐 아니라 당장 피부에 와닿는 보험요율 인상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컸다. 20대와 30대는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개혁안에 대해 찬성 비중이 각각 21%, 27.1%였던 반면 반대 비중은 54.4%, 52.9%로 반대가 2배에 이르렀다.
다만 국민연금 수령 시점을 현행 63세보다 더 늦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20대는 찬성(47.8%)이 반대(37.8%)보다 10%포인트 가량 많았고, 30대 역시 찬성한다는 비중(45%)이 반대 비중(43.4%) 보다 높았다.
이 같은 불신은 3층 연금구조 가운데 개인연금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데서도 드러났다. 노후 대비를 위한 재원으로 20대는 개인연금(49%), 국민연금(27%), 퇴직연금(17%) 순으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30대 역시 개인연금(49.6%)이 가장 중요하고 국민연금(30%), 퇴직연금(15.8%) 순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연금의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를 늘리겠다고 답변이 2030이 모두 절반을 넘어섰다. MZ세대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예적금, 일반 공모펀드 순이라고 답했다. ETF는 기존 공모펀드에 비해 거래가 간편하고 어떤 종목을 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한 데다 투자 성향이 뚜렷한 MZ의 투자 수요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연금 투자 수요 증가와 맞물려 ETF의 시장 규모는 이미 95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기존 공모펀드 시장을 대체하면서 국내 뿐 아니라 해외까지 원하는 위험과 수익률을 반영한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며 “특히 장기 투자수익률이 검증된 미국 등 선진국 지수를 반영한 ETF가 많아진 것도 직접 운용 욕구를 키우고 있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절세와 노후 준비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도 2030 투자자들이 연금계좌를 적극 활용하려는 이유로 꼽힌다.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로 투자 시 연간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봉 5500만원 이하의 경우 16.5% 세제 혜택을 받아 연말정산 때 최대 148만원을 환급받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주식형 펀드와 ETF에 투자하면 매매 차익과 배당금 등 금융소득에 15.4%의 세금을 부과한다”며 “하지만 연금 계좌에서 투자할 경우 운용 수익에 대해서는 인출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 것이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의 세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재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을 경우 퇴직소득세를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기존 연금시장의 주축을 이뤘던 4050의 자리를 2030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생각이 연금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MZ세대는 개인연금과는 달리 퇴직연금에 관해서는 아직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익률이 낮은 데다 잦은 이직과 일시불 수령이 많아 연금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비용부담 비중은 8.3%로 국민연금 요율인 9%와 비슷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연금소득에 대한 퇴직연금의 기여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5년간 연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1.96%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에 대해 30대의 10명 중 7명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의 보장성 약화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적립형 연금제도”라며 “하지만 적립 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일시금 위주로 수령하고 있고 이마저도 중도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축의 성격도 취약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MZ세대는 퇴직연금이 3층 연금 구조의 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애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퇴직연금을 매달 연금형태로 받도록 하고 일시금 수령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한 20대의 57.7%, 30대의 52%는 필요하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다는 답변은 20대 14.8%, 30대 18.3%에 그쳤다. 2030대 응답자의 42%는 퇴직 적립금의 30~50%에 대해서 중도인출 제한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적립금의 50~70%까지 중도인출을 막아야 한다는 답변도 21.3%에 이르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의 적립금이 쌓이고,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을 통한 운용비중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연금 3층 구조를 빨리 이해하고 실행하면 할수록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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