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당시 후보 논문 표절 의혹을 보도했던 MBC 기자가 해고됐다.
MBC는 지난 11일 인사발령을 내어 현원섭 기자를 사규 및 취업규칙 위반으로 해고 처분했다.
과거 MBC 불공정보도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는 MBC 정상화위원회는 지난달 현 기자를 사규 취업 규칙 제6조의 1(정치적 중립성), 방송강령과 방송제작가이드라인, 윤리강령 위반 등으로 인사위에 회부했다.
지난 2012년 10월 새누리당을 출입하고 있었던 현 기자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단독] 안철수, 의학박사 논문도 표절 의혹” 리포트를 시작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안철수 후보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오차 범위 내 우위(양자대결)를 보인 시점이었다.
▲ MBC 불공정 보도 사례 등을 조사하고 있는 MBC정상화위원회는 지난 2012년 MBC '뉴스데스크'의 안철수 당시 대선후보 논문 표절 의혹이 사실상 조작됐다고 발표됐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쳐 |
정상화위 보고서를 보면 현 기자는 2012년 9월 말 국회 복도에서 우연히 지인 소개로 만난 취재원으로부터 안 후보 표절 의혹을 정리한 문건을 받았다. 이후 몇몇 교수에게 표절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결과 표절 여부에 대한 판단은 반반으로 갈렸다. 현 기자는 이 사안을 취재 중이라고 김장겸 당시 정치부장에게 보고했고, 제작 준비가 미비해 보도를 연기해달라는 요구에도 김 부장이 보도를 강행했다고 정상화위는 밝혔다.
당시 KBS와 SBS 기자들은 미디어오늘에 안 후보 논문 표절 의혹이 후보검증 보도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보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표절로 볼 수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다수인데 ‘표절 의혹’이라고 쓰는 것 자체가 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관련기사: KBS·SBS “안철수 표절 확신 못해 보도 안했다”]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이후 안 후보 논문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이 보도가 공정성, 객관성, 반론 기회 제공 등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며 ‘경고’ 처분했다.
MBC 정상화위원회는 해당 보도가 사실상 조작됐다고 밝혔다. 정상화위는 이 보도의 문제점으로 △제보에 대한 검증 부재 △사실 확인의 오류 △공정성 외면 △취재원 보호 오용 △검증 방식 오류 등의 사유로 MBC 방송강령 및 방송제작 가이드라인 위반 등을 지적했다.
현 기자는 앞서 미디어오늘에 본인 보도가 사실상 조작됐다는 판단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표절이 아니라는 분들도 ‘(논문에) 유사성이 있지만 용인해야 한다’는 취지이지 (유사성이) 전혀 없다‘고 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의혹을 기반으로 했을 뿐 고의성은 없었다는 해명이다.
다만 그는 “반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든가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지적된 부분을 철저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 MBC정상화위원회는 지난 2012년 정치부장이었던 김장겸 전 MBC 사장이 안철수 후보 논문 표절 의혹 보도를 강행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부당노동행위 피의자로 서울서부지검에 소환될 당시 김 전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당시 보도 책임자 중 한 명인 김장겸 전 MBC 사장은 11일 본인 페이스북에 “MBC가 6년 전 안철수 논문표절의혹을 보도한 기자를 해고했다고 한다”며 “과거 광우병이나 김대업 병풍 보도 담당자가 해고되거나 사과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자신들 언어로 ‘해고는 살인’인데 뭘 노리고 이렇게 오버하는 걸까? 혹시 방송법 저지?”라고 썼다. 미디어오늘은 김 전 사장이 주장하는 ‘조작보도지시 허위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김장겸 전 MBC 사장의 ‘정상화위’ 맹비난 따져보니]
MBC는 당시 정치부장으로 보도를 지시한 김 전 사장에 대해 수사의뢰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현원섭 기자의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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