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건희 폐서인' 칼럼을 썼던 <동아일보> 이기홍 대기자가 김건희 영부인이 '사법적 처분'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기홍 대기자는 4일자 '김건희 수렁, 사법심판대 서는 게 유일한 탈출구다'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통해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 "김건희 여사의 사과를 놓고 여권 내에서 왈가왈부하는데, 다 부질없다. 때를 놓쳤기 때문이다. 사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단계를 한참 지나버렸다"며 "결론부터 말하면 유일한 해법은 사법적 심판대 앞에 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대선 때부터 3년 넘게 보수진영 전체를 욕보이고 있는 여사 문제 수렁에서 헤어나려면 김 여사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일반 국민 누구나에게 적용될 절차를 거쳐 공정하고 엄정한 사법적 처분을 받는 것 이외엔 그 어떤 출구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명품백 수수 같은 참담한 일이 공개됐는데도 전당대회 문자 공개, 대통령실 이전 공사 업체 선정 논란, 공천 개입 논란 등의 낯부끄러운 일들이 계속 터져나오는 걸 보면서 국민들은 김 여사에 대해 이런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며 "정말 최소한의 공사 구분 의식, 자기 위치 파악 능력, 윤리관마저 갖추지 못한 상태로 권력 정점부에 들어가 있구나라는"이라고 했다.
이 기자는 "요 몇 달 필자는 김 여사가 실제로 공기관 인사에 관여하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밖에 없는 사례들을 접했다. 전언으로 들은 것들까지 합치면 여사의 영향력 행사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이라며 "더 놀라운 대목은 과거 정권들에서처럼 베갯밑 송사로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뜻을 관철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김 여사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하며, 자신이 이런 영향력 행사를 할 권리가 있다고 여긴다는 전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대통령의 공천 개입도 범죄(박근혜 공천 개입 징역 2년)인데, 하물며 배우자가 공천이나 인사에 손을 댄다면 초가삼간이 아니라 정권 전체, 보수진영을 태워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여권은 이런 눈사태가 본격화하기 전에 신속히 김 여사가 사법적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 과거 전직 대통령들 수준에 버금가게 소환돼 밤샘 조사받고, 만약 조금이라도 실정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며 "지금 덮고 가면 다음 대선에서 여당 후보들이 먼저 여사 문제를 공약할 것이다. 여야 누가 이기든 그때는 종합세트로 탈탈 털리는 사법 심판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지난해 12월 칼럼을 통해 "김 여사는 하루빨리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관저를 떠나 서초동 자택 등 사가(私家)로 거처를 옮겨 근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른바 '폐서인' 칼럼을 쓴 바 있다. 이 기자는 당시 "김건희 리스크는 총선과 나라의 진로에 지속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며 "이번 사건(명품백 수수)은 특검을 앞세운 야당 공세에 휘발유를 뿌린 격이 될 것이다. 공천 개입설, 인사 개입설 등 믿거나 말거나 의혹을 계속 기름 붓듯 쏟아낼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기자의 말대로 김건희 영부인을 둘러싼 의혹은 '공천 개입', '인사 개입' 의혹으로 뻗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의 비판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건희 리스크'가 자칫 '보수 진영' 전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로 해석된다.
1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고 굵은 원통형 장치를 탑재한 대형 특수차량이었다. 소문만 무성하던 초대형 벙커버스터 탄도미사일 현무-5의 실체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한국은 1970년대부터 축적해온 탄도미사일 기술에 벙커버스터 개념을 접목,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초고중량·초고위력 미사일을 만들어냈다.
현무-5를 비롯한 고위력 탄도미사일은 북한 내륙 곳곳에 건설된 지하시설을 무력화하고, 전쟁지도부가 위치한 특정 지역을 미사일로 초토화하는 대량응징보복(KMPR)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전례 찾기 힘든 강력한 미사일
현무-5는 기존의 현무-2·4가 사각형의 발사관을 지닌 것과 다르게 원통형 발사관 탑재 이동식 발사차량(TEL)을 사용한다. 이날 기념식에는 2대가 등장했다.
군은 현무-5가 기념행사장에 등장하자 “오늘(1일) 최초로 공개된 초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라고 소개했다. 미사일 본체는 발사관 안에 실려 있어 외형이 직접 공개되진 않았다.
현무-5 발사차량은 차축이 9개로서 바퀴가 18개에 달한다.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차량과 바퀴 수가 같다. 기아자동차에서 생산하는 K901 계열 특수차량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념식에선 바퀴들을 모두 한쪽으로 45도 꺾어서 주행하는 측면기동능력을 과시했다. 차체가 길어서 선회가 어려운 부분을 보완하는 능력을 갖췄고, 이를 통해 지형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발사관과 발사차량 길이도 현무-2·4보다 더 길어졌다.
형식적으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되는 현무-5 발사차량이 ICBM인 화성-18형과 바퀴 수가 같고 발사관이 원통형이라는 것은 현무-5가 기존 탄도미사일보다 길이와 폭, 중량, 추진체 추력이 크게 늘어났고 발사방식이 바뀐 초고위력·초고중량 탄도미사일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등을 통해 알려진 현무-5의 탄두중량은 8t, 총중량은 36t에 달한다. 총중량으로는 미국 ICBM 미니트맨과 맞먹는다.
고체연료를 쓰는 미니트맨 ICBM은 지하 사일로에서 운용하므로 지상 발사 순간부터 엔진이 점화하는 핫 런치(Hot launch) 방식을 쓴다.
하지만 고체연료 추진체 위력이 강한 고중량 탄도미사일을 이동식 발사차량에서 핫 런치로 쏠 때는 화염 등이 차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발사차량에서 미사일이 압축공기 또는 화약 폭발로 발생하는 가스 압력에 의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가 공중에 떠오른 뒤에 엔진이 점화하는 콜드 런치(Cold launch)를 쓴다.
콜드런치를 하려면 미사일과 발사관이 서로 꼭 맞아야 한다. 따라서 수직 콜드런치 방식은 대부분 원통형 발사관을 쓴다. 북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과 ICBM 화성-18형도 원통형 발사관이다.
원통형 발사관을 장착한 현무-5도 콜드런치를 채택했다.
8t 탄두를 탑재한 총중량 36t의 현무-5를 수백㎞ 떨어진 곳까지 쏘려면, 추진체 추력도 기존 현무 미사일보다 훨씬 강해야 한다. 발사 시 화염과 가스 압력 등도 더 강할 수밖에 없다.
이는 발사차량의 안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 발사차량과 인원의 안전을 고려하면서 미사일을 쏘기 위해 콜드런치를 적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컨테이너형 발사관을 쓰는 탄두중량 2t짜리 벙커버스터 현무-4보다 파괴력이 훨씬 큰 현무-5는 화강암으로 구성된 북한 내륙 산악지대에 구축된 지하시설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심 지하에 숨어든 북한 전쟁지도부를 겨냥한 대량응징보복(KMPR) 능력 강화에도 유용하다.
최근 이스라엘은 BLU-109 벙커버스터를 포함한 폭탄 100개를 공중투하해 헤즈볼라 수장인 하산 나스랄라가 있던 레바논 베이루트 일대 헤즈볼라 중앙본부 일대를 모두 파괴했다. 이로 인해 헤즈볼라 수뇌부는 무너졌다.
이스라엘이 전투기로 벙커버스터를 투하해 지하시설을 무력화한다면, 한국은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사용하게 된다. 지난해에 공개됐던 현무-4에 이어 현무-5가 가세한다.
탄두중량 8t짜리 현무-5 여러 발이 특정 지역에 잇따라 낙하한다면, 초고강도 콘크리트로 만들어 지하 깊숙한 곳에 건설된 특수 지하벙커도 무력화된다. 완파는 면해도 전기·수도 공급이 단절되거나 통로가 무너져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사용이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현무-5는 일반적인 탄도미사일보다 높은 각도로 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과정에서 흔히 쓰는 고각발사 방식이다.
총중량과 탄두중량이 다른 탄도미사일보다 훨씬 무거운 현무-5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낙하하면,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인해 탄두가 지하로 파고들지 못한 채 표면에서 부서질 수 있다.
자하시설을 파괴하려면 탄두가 지하로 침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정확한 속도와 각도가 중요하다.
탄도미사일 고각 발사는 낙하 시 공기 저항이 증가하면서 속도가 줄어든다. 현무-5도 고각 발사를 통해 속도를 조절, 지하 관통능력을 극대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드론 등 첨단 무기도 등장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는 현무-5 외에도 다른 미사일들이 등장했다.
지난해에 첫 공개된 현무-4와 더불어 현무-2C 탄도미사일 발사차량이 올해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두 차량은 정면에서 볼 때는 차이점을 식별하기 어렵다.
컨테이너 모양의 발사관 뒤쪽에는 미사일 발사 시 발생하는 화염의 방향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는데, 현무-4는 현무-2C보다 크다.
차량 운전석 부분의 크기도 현무-2C가 더 크다. 현무-4 길이가 길어지면서 발사관이 늘어나고, 운전석 부분이 축소된 결과다.
탄두중량 2t인 현무-4는 현무-5가 등장하기 전까진 벙커버스터 미사일 역할을 맡았다. 현무-2C는 2017년 6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최대 사거리가 1000㎞에 달한다.
기념행사에는 미사일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첨단 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술차량에 탑재된 채 등장한 소형 드론은 K-2 소총을 장착한 형태로 다수의 로터를 사용한다.
로터의 숫자가 6개인 헥사콥터 드론이다. 마주 보는 로터는 서로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고 인접한 로터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동체는 회전하지 않도록 제어한다.
최대속도는 시속 80㎞로서 반경 2㎞ 내에서 약 30분 정도 운용할 수 있다.
총격 시 발생하는 반동이 기체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총격 반동을 흡수하는 장치와 더불어 기체의 자세를 제어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시가지 전투나 주요 시설 방호 등에서 효과가 있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에도 들여온 하피 무인기도 등장했다. 지상 레이더를 비롯한 방공망을 제압하는 자폭드론이다. 적군이 레이더를 꺼도 공중에서 같은 위치를 최대 3시간 가까이 비행하다가 레이더 전파를 다시 발견하면 공격할 수 있다.
이날 기념식에 모습을 드러낸 무인기 중에서 유일하게 자폭 드론 기능을 갖췄다. 최근 북한이 자폭드론을 공개하면서 무인 전력 강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맞대응 차원에서 공개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함께 만든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도 기념식에 등장했다. 지대공미사일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무인기 등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다. 시험평가에서 3㎞ 떨어진 표적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블록1은 고정형으로서 공군기지를 비롯한 주요 시설 방호에 쓰일 예정이다. 군은 2030년까지 이동식 차량에 장착할 수 있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2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통해 더 넓은 지역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육군이 새로 도입한 자주도하장비 KM3 ‘수룡’도 기념식에서 그 모습을 선보였다. 미국 등에서 쓰이는 M3를 한국 실정에 맞게 만든 것이다.
차량으로서 도로를 주행하고 도하작전을 지원할 때는 문교 및 부교로 신속하게 전환한다. 육군에서 기존에 쓰던 리본 부교보다 운용 인원은 최대 80% 절감되고, 부교 설치시간도 60~70% 줄어든다.
하천이 많은 한반도에서 도하작전은 매우 중요한데, KM3를 도입함으로써 군의 도하 능력은 기존보다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