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4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 앞에서 대진연 회원의 구속영장 기각 촉구 오세훈 낙선운동 탄압 검경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06.04.ⓒ뉴시스
지난 4.15 총선에서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을 진행한 서울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회원 2명이 구속된 데 대해 "과도한 사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선거시기 벌어지는 낙선운동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와 사법부가 불법으로 판단한 경우는 있었지만, 재판 전에 사전 구속을 결정한 것은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대진연은 선거기간 당시 오 후보의 유세현장에서 '금품제공 근절' '선거법을 잘 지킵시다' '정치인은 언제나 기부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오 후보가 지난해와 올해 명절 때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청소원 5명에게 총 120만원을 줘 지난 3월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된 것과 관련 이를 지적하는 활동을 벌인 것이다.
대진연의 낙선운동에 대해 광진구 선관위는 이들의 낙선운동이 공직선거법 90조를 위반했다고 해석했고, 이에 따라 경찰은 대진연 회원 19명을 조사해 이중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에 법원은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자료가 충분하고 피의자들이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피케팅 만으로 구속...사법부, 영장제도 남용"
법조인들은 이례적으로 낙선운동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데 대해 "사법부가 영장제도를 남용했다"고 지적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장을 지낸 오영중 변호사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오세훈 후보가 청소원에 돈을 줬다는 건 팩트인데 그것에 대해 피켓시위를 한 정도를 가지고 사전 구속을 했다는 것은 제가 아는 법 상식으로서는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런 식의 낙선운동을 못 현행하게 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캠페인 정도를 한다고 (통상) 구속하지는 않는다"면서 "직접 위해를 가하는 물리력 행사와 후보자에 대한 불법성을 알리는 활동을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도 대진연에 대한 구속영장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변호사는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나 도주 등 구속의 필요성을 밝혔는지만 사실은 대학생들이 주거가 부정확한 부분들이 얼마나 있겠느냐"면서 "사건이 단순한 만큼 증거도 충분히 확보됐을 텐데 구속까지시켜서 재판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등록되지 않은 선거운동원의 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현행법이 과연 대학생들이 '이 후보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알리지 못 하도록 하려는 목적인지 신중하게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법부가 낙선운동에 대해 대응하는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인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해 경찰은 압수수색을 벌이고 구속영장청구 가능성까지 보이기도 했다. 검찰 또한 안진걸 당시 참여연대 사무총장에 대해 낙선운동 사건에서는 이례적으로 징역형을 구형하기도 했다.
이번 대진연 활동은 이보다 소규모이고 소극적으로 진행됐지만 오히려 사전 구속이라는 한단계 수위 높은 처분을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조 변호사는 "지지하지 않는 낙선 대상자에 대한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정치적 표현"이라며 "선거 시기에 정치적 표현을 제한하는 취지는 사회적 권력을 가지거나 엄청난 경제력을 가진 의사표현이 선거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걸 우려한 것인데 공평하지 않은 방책을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실제 사건에서 처벌받는 대학생이나 낙선운동 시민단체들이 경제적이나 사회적 권력이 있어서 선거의 공정성을 위협할 정도라고 판단하는 건지 의문"이라며 "사법부가 형식적인 논리보다 현실의 상황을 같이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선운동 등 선거운동 정치적 표현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조 변호사는 "정당 정치 과정에서는 두터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관계법에서는 유권자의 의사표현을 형사처벌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건아닌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선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도 아닌데 현행법 자체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광진을에 출마한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가 제21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일 오전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롯데백화점 앞에서 출근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낙선운동에 과잉 대응..나쁜 후보 나와도 가만히 있으라는 거냐"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이번 대진연에 대한 구속영장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대진연의 활동에 비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조치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진연 측은 오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벌이면서 선관위에 문의해 권고사항에 따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진연이 사용한 피켓에는 오 후보에 대한 내용임을 알 수 있는 후보의 이름이나 사진, 소속 정당 등이 기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벌였던 참여연대 출신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대진연 대학생은 소규모로 피켓팅만 하고, 그것도 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건 하지 않았다"면서 "대학생들이 법을 존중하면서 오 후보에 대한 문제점을 알린 것에 불구한 것인데 그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당시 오 후보가 대진연의 낙선운동을 '선거공작'이라고까지 몰아세운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오 후보) 자신이 떨어질 것 같으니까 대학생들의 비판을 수용 못 하고 '선거테러', '선거공작' 등으로 과도한 시비를 걸었다"면서 "선관위나 사법부도 (오 후보)가 과도하게 문제제기를 하니까 휘둘려 바람직하지 못한, 황당한 결과를 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소장은 "이번 구속으로 유권자의 참정권과 표현자유가 후퇴했다"고 평가하면서 "선관위와 감찰의 행태는 아무리 나쁜 놈이 후보로 나와도 유권자는 가만히 있으라는 거다. 이 문제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이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 소장은 지난 2018년 낙선운동 항소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뒤 아직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대법원은 하루빨리 낙선운동에 대한 무죄를 선고해 국민의 정치표현을 제한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