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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rsday, April 28, 2022

아파트 해킹]⑥ "우리 집도 없어요"..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

 지난해 말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이 몰래 촬영된 영상이 해외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의혹'이 부각됐습니다. KBS는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시리즈 목차
[아파트 해킹①]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 어디에?.."세 가지만 보세요"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 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아파트 해킹⑥] "우리 집도 없어요"..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


■ 인터넷 카페마다 "우리 집도 없어요"…통신단자함 열어 확인하는 주민들

법적 필수 설비이자 해킹을 방어하는 기능이 탑재된 '홈게이트웨이'가 수많은 아파트에 설치돼 있지 않다는 KBS의 보도 이후, 아파트 입주민 카페마다 직접 통신단자함을 열어 해당 장치가 있는지를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뉴스 보도 이후 취재진은 포털 사이트의 아파트 카페와 제보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입주민들이 직접 찍어 올린 통신단자함 사진들을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취합한 사진을 전문가와 함께 확인한 결과, 대부분 홈게이트웨이가 없었습니다.

랜선이 빼곡하게 연결된 장치는 대개 통합커넥터거나 통신사의 인터넷 모뎀, TV 분배기였고 필수 설비인 홈게이트웨이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아파트 카페에 입주민들이 찍어 올린 세대 통신단자함 사진. 모두 홈게이트웨이가 시공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과 게시글을 통해 홈게이트웨이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전국의 여러 아파트, 이 가운데 많게는 9,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도 있고 누구나 알만한 건설사의 고급 브랜드 아파트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입주를 한 서울 강남의 유명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취재를 통해 상당수 아파트에 홈게이트웨이가 시공이 안 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입주민들이 직접 찍어 올린 사진과 해당 아파트의 정보를 취합해나갈수록 이 상황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심각하다!'

■ 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관리실 서버에 방화벽 있으니 괜찮다?

첫 보도 이후 일주일 동안 복수의 건설사 CS 부서에 접수된 홈게이트웨이나 월패드 관련 문의는 취재진이 파악한 것만 200건이 넘었습니다.

건설사에 직접 문의하지 않고 월패드 제조사 AS센터나 아파트 관리실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확인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문의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입주민들의 문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취재진이 파악한 복수의 건설사 CS팀 답변은 대략 이렇게 요약됐습니다.

1. 인터넷진흥원에서 검증을 마친 홈게이트웨이 통합형 월패드를 사용하고 있으므로 보안성에 문제 없다.
2. 전문업체에서 스마트홈시스템 유지 보수와 관리를 하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
3. 관리실에 있는 MDF실에 방화벽이 설치돼 있으니 괜찮다.
4. 해당 아파트는 지금껏 해킹 사례가 없으니 신뢰해 달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IoT 보안 인증서나 국립전파연구원에서 발행하는 KC인증 모두 '홈게이트웨이'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고 이미 해당 기관에서 밝혔습니다.

전문 용역 업체에서 스마트홈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으니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 또한 올바른 답변이 아니라고 정보통신기술사들은 말했습니다.

'마치 도어락 AS센터가 있으니 현관문을 열고 다녀도 집에 도둑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나 같다'라는 겁니다. '유지 보수'와 '보안'은 전혀 별개라는 의미입니다.

관리실 서버에 방화벽 장치가 있어서 세대 안에 홈게이트웨이가 없어도 된다는 주장 역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다 같은 보안 기능을 하더라도 각 위치와 구간에 따라 서로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일부 아파트 입주민 대표, 국토부에 하자심사신청 검토 중

일부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동의를 얻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국토교통부의 하자심사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식으로 하자심사를 받아 제대로 된 설비를 시공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하겠다는 겁니다.

주거 환경에서 공동주택(아파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 우리나라 특성을 반영해, 국토부에서는 하자심사·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입주민들은 건설사에 공식으로 하자보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고시」에 따라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적용한 아파트의 경우 건축주는 세대 전유부분에 홈게이트웨이를 설치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 공용부분에 있어야 하는 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단순 '시공 하자'에 그칩니다. 하지만 세대 전유부분인 집안에 필수 설비가 없다면 이는 주택법 위반일 뿐 아니라 사유 재산 침해에도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해석입니다.

■ "홈게이트웨이 TTA 시험성적서만 존재 입증할 수 있어"

세대 통신단자함에서 홈게이트웨이를 찾을 수 없다면 일단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해야 합니다.

건설사나 월패드 제조사에서 '월패드 안에 해당 기능이 탑재돼 있다'라고 주장할 경우, 집안에 설치된 월패드의 제조사와 제품명(모델명)을 확인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031-724-0114)로 문의, 해당 제품이 홈게이트웨이에 대한 TTA시험성적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통신단자함을 찾기 어렵거나 열어보기 힘든 경우에도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제출된 홈네트워크 기기 인증서들 가운데 홈게이트웨이 TTA시험성적서가 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만약, TTA 시험성적서가 월패드만 제출돼 있거나 건설사 또는 제조사가 그 외 다른 종류의 인증서를 제시한다면 미시공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연관 기사]
[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6629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123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는 어디에?…“3가지만 보세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7390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022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48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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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기자 (kma@kbs.co.kr)

Wednesday, April 27, 2022

김진애 "출마명분이.." vs. 송영길 "윤 정부 견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TV토론] 우여곡절 끝에 1차 토론 성사, 국민 100%로 29일 후보 결정

[박소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한 김진애 전 의원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 오마이뉴스
 
공천 배제 논란, 박주민 후보 중도사퇴 등 우여곡절 끝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TV토론이 27일 시작됐다. '공격수'로 변모한 김진애 후보는 송영길 후보의 출마 명분을 집중공략했고, 송영길 후보는 '윤석열 정부 견제론'으로 방어했다.

KBS1 '사사건건' 초청 토론에서 김진애 후보는 상대 후보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란 공통질문 때부터 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송 후보의) 출마 명분에 대해 많은 분들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게 '5선의 인천 국회의원, 전 인천시장이 왜 서울시장에 나올까?'"라고 했다. 이어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 시민들이 가장 먼저 문제를 삼지 않을까. 이런 일들이, 선거에서 가장 쉬운 질문이 계속 반복되면 여러 가지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후보는 송 후보의 강점으로 '외교전문가'를 꼽으면서도 그의 핵심공약, UN본부 유치는 "서울시장이 나가서 해야 될 일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 "민주당에서 배출한 서울시장은 조순, 고건, 박원순 세 분인데 다 다선의 여의도 정치인이 아니다. 거기다 386 운동권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거부감, 이런 것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공천배제까지 당한 게 바깥에선 계파싸움 문제로 보는데, 최종후보가 된다면 당내 결속도 제대로 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송영길 후보는 무엇보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와 맞서서 민주주의를 지켜야 되는 선거"라며 "(전직) 당대표로서 출마할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오세훈과의 경쟁만이 아니라 윤석열 정부와의 한판 승부, 대선 후반전"이라며 "민주당을 이끌었던 당대표 출신이 민주당의 모든 역량을 모아서 낙담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서울시에서 (중앙정부를) 견제할 것을 견제하고 협력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제가 5선을 했기 때문에 전세계 중요 정치인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었다"며 "이 힘을 바탕으로 서울을 국제적인 도시로 만들겠다"고 했다. 송 후보는 "저는 부도위기의 인천을 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런 에너지로 서울을 변화시키는 데에 앞장서겠다"며 "오세훈 시장이 4선에 도전하는데, 저도 해보니까 재선 정도만 하면 모든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고갈돼서 새로운 물이 필요하다. 인천 시장의 경험이 서울을 변화시키는 데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4월 27일 오후 7시 KBS1 '열린토론'에서 2차 토론, 4월 28일 오전 7시 15분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3차 토론을 진행한 뒤 28~29일 일반국민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100% 국민경선으로 진행되는 이번 서울시장 경선의 최종 승자는 29일 오후 7시 판가름날 예정이다.

국민투표법 '효력 상실'..선관위 "현재로선 불가능"

 



[앵커]

그런데, 윤석열 당선인 측이 제안하겠다는 '국민투표'는 법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저희가 확인해보니 8년 전에 '국민투표법'의 일부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하지만, 국회가 보완하지 않아서 효력이 상실됐습니다. 선관위에 물어봤습니다. 투표인 명부를 작성할 수가 없어서 현재로선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채승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민투표를 시행하기 위한 세부 절차는 국민투표법에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4년 7월 국민투표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외국민은 주민 등록이나 국내 거소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 투표를 할 수 없게 제한한 14조 1항이 투표권을 침해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당시 헌재는 2015년 말까지 법 개정을 하라고 요구했지만, 아직도 개정되지 않아 효력이 상실된 상태입니다.

중앙선관위는 현재로선 국민투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선관위 측은 "현행 규정으로는 투표인명부 작성이 불가능해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을 고쳐서 보완하려 해도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합니다.

윤 당선인 측은 투표인 명부와 관련해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장제원/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 이런 그 상황에 대해서 국민에게 물어보는 거는 저는 가능하다고 보고 투표인 명부 이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잘 검토해서…]

하지만 나이 문제도 지적됩니다.

공직선거법 개정 등으로 선거권과 투표권은 만 18세로 하향됐는데, 국민투표법엔 여전히 만 19세 이상만 투표가 가능하도록 돼 있습니다.

애초부터 윤 당선인 측이 충분한 논의 없이 무리하게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영상디자인 : 김현주·이창환)

박병석 의장 "국민의힘, 중재안 합의 백지화에 재논의조차 거부..약속 지켜져야"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상정 여부를 논의 하기 위한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창가로 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병석 국회의장이 27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히면서 여야 중재안 합의를 번복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이 중재안 합의를 백지화하고 재논의조차 거부했다”며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원총회 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의장의 입장문 전문.

의회 지도자들이 국민 앞에서 한 정치적 약속의 무게는 천금 같이 무거워야합니다.

지난 22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 공식 합의하고, 서명해서, 국민 앞에 발표한 검찰개혁 합의안은 ‘국민께 드리는 약속’ 이었습니다.

의장의 독창적인 중재안이 아니라, 사실상의 여야 합의안이었습니다. 수사 역량이 줄어들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검찰 수사권을 이양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할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합의안 발표후 야당은 “상생과 협력의 정치를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부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인수위 또한 “원내에서 중재안을 수용했다는 점을 존중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이를 번복했습니다. 그동안 여야 원내대표간의 합의안이 의원총회에서 뒤집힌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이처럼 의원총회 추인까지 받은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백지화한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의장은 인내심을 갖고 다시 소통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수차례 재논의를 거쳐 선거범죄수사권을 연말까지 검찰에 남겨두도록 기존 합의안을 보완했습니다. 일각의 오해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이조차 끝내 거부했습니다.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해 의총추인까지 거쳐 국민께 공개적으로 드린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런 원칙이 무너지면 의회민주주의와 협치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저는 이미 어느 정당이든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과 국회 운영 방향을 같이 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를 소집합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Monday, April 25, 2022

"일본, G7 최빈국 전락하며 한국에도 밀린다"..日석학, 치명적인 '엔저' 경고 [김태균의 J로그]

 日노구치 "엔화가치 하락이 인플레 부추겨 기업과 가계 경제 옥죈다"

일본 1인당 GDP, 올해 한국에 밀릴 위기..'1달러=135엔' 마지노선
"일본의 G7 회원국 유지 놓고 논란 벌어졌을 때 반박 못할 수도"
일본 증시 시황판 앞을 지나는 시민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임금, 생산성 등 지표에서 일본은 이미 한국에 추월당했다. 가장 기본적 지표인 1인당 국내총생산(GDP)까지 밀린다면 일본은 경제적 풍요를 나타내는 거의 모든 수치에서 한국에 뒤지게 된다. 동시에 선진 주요 7개국(G7) 중 가장 가난한 나라로 추락하게 된다.”

일본 엔화 가치의 하락이 최근 들어 더욱 가팔라지면서 경제의 총제적인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본 내에서 커지고 있다. 당장 기축통화 국가로서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이고, 높은 인플레이션 부담이 기업과 가계경제를 옥죌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경제의 쇠락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종을 울려온 원로 경제석학 노구치 유키오(82) 국립 히토쓰바시대학 명예교수는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일본은 1인당 GDP의 달러 환산치에서 현재 G7 최하위인 이탈리아에도 뒤지면서 새로운 ‘G7 꼴찌’ 국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장성(현 재무성) 관료 출신으로 이론과 실무에 모두 해박한 노구치 교수는 24일 일본 경제매체 겐다이비즈니스에 기고한 ‘마침내 도래! 1달러 135엔이 되면 일본은 한국·이탈리아보다도 가난한 나라가 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엔저(円低)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당국이 금융정책을 근본에서부터 전환할 때”라고 밝혔다.

일본 1인당 GDP, 연내 한국에 밀릴 위기...‘1달러=135엔’ 마지노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전격 사임을 발표한 28일 쿠후오카에서 속보를 알리는 뉴스 전광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후쿠오카 AP 연합뉴스

25일 현재 일본 엔화는 1달러당 128엔대로, 20여년 만에 130엔대에 근접해 있다. 연초 110엔 수준과 비교하면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가파른 평가절하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전방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루블화보다도 더 많이 떨어졌다.

노구치 교수는 그 이유를 “미국이 금융완화의 종료를 서두르고 여타 국가들도 이에 대응해 필사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일본은행은 금리 상승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달러당 130엔대에 접어들면 중대한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가 말한 ‘중대한 국면’은 후발국가들에 의한 1인당 GDP 국제 순위의 역전이다.

“지난해 일본의 1인당 GDP는 한국보다 15.7% 높았다. 그러나 올들어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달 12일 환율로 계산하면 한국과의 격차는 석달 반 사이에 7.2%로 줄어들었다. 대만과의 격차도 지난해 21.9%에서 현재 9.1%로 축소됐다.”

그는 한국의 달러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1달러당 135엔이 되면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기준 일본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 4073달러로 축소되면서 한국(3만 4189달러), 이탈리아(3만 4356달러)에도 뒤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현재 G7 국가 중 1인당 GDP가 가장 낮은 나라다.

“아베노믹스의 엔저 정책이 일본을 몰락시킨다”

일본 도쿄 행인들이 지난 28일 아베 신조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는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강 악화를 이유로 사퇴한다고 밝히면서 후임 총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도쿄 EPA 연합뉴스

“아베노믹스(제2차 아베 신조 정권의 경제 활성화 정책)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2년 일본의 1인당 GDP는 미국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당시 한국은 일본의 51.8%, 대만은 43.2%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1인당 GDP는 일본의 1.73배에 달한다.”

기업의 전세계 시가총액 순위에서도 일본 최고인 도요타자동차는 41위(2286억 달러·4월 13일 기준)로 대만 반도체기업 TSMC(10위·5053억 달러), 한국 삼성전자(18위·3706억 달러)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

엔저는 일본의 국제적 지위를 떨어뜨릴뿐만 아니라 현실에서의 경제 활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물가 상승 압력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고, 그것이 국내 소비자 물가를 더욱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엔화를 기준 가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전과 달리 일본 증시도 엔저를 반기지 않고 오히려 악재로 받아들며 주가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 과거에는 엔저에 따른 수출 증대와 이로 인한 기업 매출·이익 증가 등 순기능이 기대됐지만, 지금은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에 따른 기업 이익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다이아몬드 온라인 홈페이지

노구치 교수는 “엔화 약세가 급격히 진행되는 것은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인상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로 인해 엔저가 다시 엔저를 부르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은행, ‘통화가치 안정’이라는 본연의 사명으로 돌아가야”

“금리 억제책은 일본 경제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금융기관의 경영을 압박하는 등 부작용만 더 클뿐이다.”

그는 “이런 정책에서 한시라도 빨리 탈피해 엔저 악순환을 막을 필요가 있다”며 일본은행이 ‘통화가치 안정’이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사명으로 돌아가 금리 억제책으로부터의 전환을 밝힌다면 사태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구두개입만으로는 미흡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시 당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구치 교수는 “이대로라면 일본이 선진국 모임인 G7 회원국 지위를 유지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져도 반론을 제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