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국내 아파트 거실 모습이 몰래 촬영된 영상이 해외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아파트 '월패드 해킹 의혹'이 부각됐습니다. KBS는 다각도로 취재한 결과, 아파트 해킹이 구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으며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관련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 그 실태를 연속으로 보도합니다.
시리즈 목차[아파트 해킹①]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아파트 해킹②] 해킹 막는 '홈게이트웨이'..건설·제조사, 말로만 "있다"
[아파트 해킹③] 내 집 홈게이트웨이 어디에?.."세 가지만 보세요"
[아파트 해킹④] "필수인 것 몰랐다"더니.. 10년간 회의만 최소 9차례
[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아파트 해킹⑥] "우리 집도 없어요"..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
■ 인터넷 카페마다 "우리 집도 없어요"…통신단자함 열어 확인하는 주민들
법적 필수 설비이자 해킹을 방어하는 기능이 탑재된 '홈게이트웨이'가 수많은 아파트에 설치돼 있지 않다는 KBS의 보도 이후, 아파트 입주민 카페마다 직접 통신단자함을 열어 해당 장치가 있는지를 문의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뉴스 보도 이후 취재진은 포털 사이트의 아파트 카페와 제보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입주민들이 직접 찍어 올린 통신단자함 사진들을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취합한 사진을 전문가와 함께 확인한 결과, 대부분 홈게이트웨이가 없었습니다.
랜선이 빼곡하게 연결된 장치는 대개 통합커넥터거나 통신사의 인터넷 모뎀, TV 분배기였고 필수 설비인 홈게이트웨이는 아니었습니다.
사진과 게시글을 통해 홈게이트웨이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전국의 여러 아파트, 이 가운데 많게는 9,000세대가 넘는 대단지도 있고 누구나 알만한 건설사의 고급 브랜드 아파트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입주를 한 서울 강남의 유명 아파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취재를 통해 상당수 아파트에 홈게이트웨이가 시공이 안 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막상 입주민들이 직접 찍어 올린 사진과 해당 아파트의 정보를 취합해나갈수록 이 상황을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습니다. '심각하다!'
■ 건설사·제조사에 문의 빗발…관리실 서버에 방화벽 있으니 괜찮다?
첫 보도 이후 일주일 동안 복수의 건설사 CS 부서에 접수된 홈게이트웨이나 월패드 관련 문의는 취재진이 파악한 것만 200건이 넘었습니다.
건설사에 직접 문의하지 않고 월패드 제조사 AS센터나 아파트 관리실 등을 통해 우회적으로 확인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문의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입주민들의 문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취재진이 파악한 복수의 건설사 CS팀 답변은 대략 이렇게 요약됐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IoT 보안 인증서나 국립전파연구원에서 발행하는 KC인증 모두 '홈게이트웨이'의 존재를 증명하지 않는다고 이미 해당 기관에서 밝혔습니다.
전문 용역 업체에서 스마트홈시스템을 관리하고 있으니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 또한 올바른 답변이 아니라고 정보통신기술사들은 말했습니다.
'마치 도어락 AS센터가 있으니 현관문을 열고 다녀도 집에 도둑이 들지 않는다는 말이나 같다'라는 겁니다. '유지 보수'와 '보안'은 전혀 별개라는 의미입니다.
관리실 서버에 방화벽 장치가 있어서 세대 안에 홈게이트웨이가 없어도 된다는 주장 역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입니다. 다 같은 보안 기능을 하더라도 각 위치와 구간에 따라 서로 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 일부 아파트 입주민 대표, 국토부에 하자심사신청 검토 중
일부 아파트에서는 입주민 동의를 얻어 입주자대표회의에서 국토교통부의 하자심사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식으로 하자심사를 받아 제대로 된 설비를 시공할 것을 건설사에 요구하겠다는 겁니다.
주거 환경에서 공동주택(아파트)이 차지하는 비중이 70%가 넘는 우리나라 특성을 반영해, 국토부에서는 하자심사·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입주민들은 건설사에 공식으로 하자보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고시」에 따라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를 적용한 아파트의 경우 건축주는 세대 전유부분에 홈게이트웨이를 설치해야 합니다.
아파트 단지 공용부분에 있어야 하는 설비가 갖춰지지 않았다면 단순 '시공 하자'에 그칩니다. 하지만 세대 전유부분인 집안에 필수 설비가 없다면 이는 주택법 위반일 뿐 아니라 사유 재산 침해에도 해당한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적인 해석입니다.
■ "홈게이트웨이 TTA 시험성적서만 존재 입증할 수 있어"
세대 통신단자함에서 홈게이트웨이를 찾을 수 없다면 일단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의심해야 합니다.
건설사나 월패드 제조사에서 '월패드 안에 해당 기능이 탑재돼 있다'라고 주장할 경우, 집안에 설치된 월패드의 제조사와 제품명(모델명)을 확인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031-724-0114)로 문의, 해당 제품이 홈게이트웨이에 대한 TTA시험성적을 받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통신단자함을 찾기 어렵거나 열어보기 힘든 경우에도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제출된 홈네트워크 기기 인증서들 가운데 홈게이트웨이 TTA시험성적서가 있는지 확인하면 됩니다. 만약, TTA 시험성적서가 월패드만 제출돼 있거나 건설사 또는 제조사가 그 외 다른 종류의 인증서를 제시한다면 미시공으로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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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해킹]① 월패드 해킹 언제든 또 뚫린다!…“필수 설비 수년간 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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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해킹]⑤ 감리도 준공승인도 ‘10년 넘게 통과’…어떻게 가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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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아 기자 (kma@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