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집안 딸, 약물로 최순실이 장악”
라디오 방송 출연해 발언 파문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비선실세 최순실(60ㆍ구속기소)씨가 약물로 박근혜 대통령을 통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박 대통령의 약물 중독 의혹을 제기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권고로 수면유도제나 미용주사제 등의 약물을 자주 애용하면서 약물 중독 증상으로 판단력이 흐려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여옥 전 의원은 최근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책을 출간했다.
전 전 의원은 9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버지인 최태민이 최면술로 박근혜 대통령을 사로잡았다면, 그 2세로서 ‘박근혜’라는 자산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최순실은 수면유도제나 미용주사제 등 약물을 권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대한 업무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약물에 의지했을 것이란 주장도 했다. 전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퍼스트 레이디 (역할의) 대통령직인줄 알았다가 해보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니까 불면증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그 틈새를 최순실이 아주 교묘하게 ‘잠이 안 오실 때는 드시고, 열두시까지 주무셔도 되고요’이런 식으로 이야기 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 전 의원은 “고대 중국에서 환관과 내시들이 황제에게 아편이나 미색에 중독되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도 했다.
전 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 다시 들어가는 순간, 마치 몰락한 집안의 딸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집을 되찾았으니 내 업무를 완수했다고 (생각하고) 손을 놔버린 것 같다”고도 주장했다.
전 전 의원은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최씨의 약물 통제가 더욱 심해졌을 것이란 추측도 내놨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변인 역할을 하며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던 전 전 의원은 (대표 시절 당시) 박 대통령에 대해 “많이 성실했고, 기억력도 상당히 좋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물론 말이 어눌하고 말솜씨가 없어서, 종이에 성실히 써서 열심히 외우고 외웠고, 공식석상에선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그대로 또박또박 얘기했었다”고 기억했다.
전 전 의원은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로 문장의 어순이 흐트러지는 걸 떠나서, 자신이 이야기하려고 했던 초점에서 자꾸 벗어나더라”며 “불면증이 있어서 수면유도제를 장기 복용하면 저런 건망증 현상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출장 미용사를 불러 올림머리를 한 데 대해 전 전 의원은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없다. 그럴 수 있는 분이다”고 했다. 그는 “부모의 죽음, 18년 청와대 생활 그 자체로 용량이 이미 꽉 차 있어서, 타인의 삶을 보고 배우고 사랑과 눈물을 경험할 수 있는 용량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2004년 한나라당 대변인이던 전여옥(왼쪽) 전 의원이 당시 대표인 박근혜 대통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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