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종이배를 등에 업고 304명을 태운 고래. 많은 시민이 울컥하며 반긴 고래. 지난 11월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세월호 고래’가 왔습니다. 길이 7m에 너비 5m, 고래 모양 풍선입니다. 고래 등 위에선,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 종이배가 수백만 촛불을 떠올리게 하는 엘이디(LED) 조명의 호위를 받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박수를 치거나 폰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고래를 데리고 걸었습니다. 법원이 청와대 앞 200m까지 시위행진을 허용한 그날, 세월호 고래는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앞까지 갔습니다. 이 고래를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고래를 메고 다닌 이 남자를 아시나요?’ 닷페이스 제공
김영만(55) 서울하우징 대표. 그는 전남 진도 동거차도에 남아 있는 세월호 가족들에게 튼튼한 ‘돔 텐트’를 지어준 사람입니다. 뉴미디어 매체 ‘닷페이스’는 6일 유튜브에 게시한 동영상 콘텐츠 ‘고래를 메고 다닌 이 남자를 아시나요?’에서 김 대표가 세월호 고래를 메고 광장에 나온 이유를 조명했습니다. 김 대표는 “광장에 나타난 세월호 고래는, 석정현 작가의 ‘세월호 고래’ 그림을 실제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구체화됐다”고 설명합니다. 고래가 태우고 있는 304명은 서울 성미산학교 1·2학년 학생들이 그린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캐릭터라 하네요.
그는 “세월호 고래가 지날 때 시민 수만명이 주목하고 사진을 찍으셨다. 고래의 의미를 아시는 거다. 이 정도면 세월호를 다시 충분히 알렸구나 싶었는데, 막상 청와대 앞에 가니 또 감회가 다르더라”고 털어놓습니다.
지난 11월26일 오후 세월호 희생자들을 등에 태운 고래 모양의 대형 풍선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littleprince@hani.co.kr
세월호 고래 아이디어는 세월호 가족 곁에서 시작됐나 봅니다. “아들과 함께 세월호 유가족들이 아직 계시는 동거차도를 두 번 다녀왔는데, 세월호가 잊혀져 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4·16가족협의회는 지난해 9월 동거차도 섬 꼭대기에 움막을 지었습니다. 사고 현장을 감시하고 지켜보기 위해서입니다. 반별로 부모들이 짝을 정해 일주일씩 움막에서 생활하며 인양작업 경과를 일지로 기록해왔습니다. 4평 크기에 폴리염화비닐로 둘러싼 임시 텐트는 매서운 바닷바람에 자주 무너졌습니다. 이 소식을 알게 된 김 대표는 지난 3월 동거차도를 찾아 쉽게 훼손되지 않는 ‘돔’ 형태로 세월호 움막을 새로 지었습니다.(▶관련기사 <한겨레> 새로 짓는 진도 동거차도 세월호 유족들의 움막)
진도 동거차도 섬 꼭대기에 세워진 세월호 가족 돔텐트. 닷페이스 제공
영상에서 김 대표는 “가족들이 계시는 막사가 바람에 무너지면 불편함이 있는데…제가 하는 건 건축이고, 특수구조물도 만든다. 마침 자재를 가지고 있으니 시간 따지지 말고 갑시다 해서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드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합니다.
“그때 ‘아, 나도 할 일이 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제가 나선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 누구나 나설 기회가 있으면 나설 사람들”이라는 김 대표는 7일 시민들을 광장으로 초대하는 메시지를 닷페이스 페이스북에 썼습니다. “세월호 고래는 오는 10일 광화문광장을 다시 찾아갑니다. 함께 해주세요.”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