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권한 정지 직전, 최재경 수석 사표 수리
조 신임수석 “세금도둑” 운운..특조위 결근하다 중도사퇴
세월호 유가족 “또 다른 국정농단” 반발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인 조대환 변호사를 임명했다. 세월호 특조위의 해체를 주장하다 사퇴한 인물을 새 민정수석에 임명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보류해왔던 최 수석의 사표를 이날 수리했다고 밝혔다. 최 수석은 민정수석에 내정된 지 20여일 만인 지난달 22일 사표를 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에 의해 형사 피의자로 입건된 지 이틀 만이었다. 당시 최 수석이 더 이상 민정수석으로서 본인의 역할이 없다고 판단해 사표를 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도 최 수석보다 하루 앞서 사표를 냈다.
박 대통령은 탄핵안 가결로 본인의 인사권 등 권한이 정지되기 직전에 최 수석의 사표를 수리하고, 새 ‘법률 방패’로 조 변호사를 뽑았다. 검찰 출신인 조 신임수석은 사법연수원 13기로,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별검사보를 지냈다.
그는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도 등장했다. 2014년 11월28일치에는 ‘세월호 진상조사위 17명-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정치지망생 好)’, ‘②석동현, ①조대환’이라고 적혀 있고, 메모대로 실제 부위원장이 됐다. 그는 특히 지난해 7월 특조위 위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공연히 존재하지도 않는 별개의 진상이 존재하는 양 떠벌리는 것은 혹세무민이며 이를 위해 국가 예산을 조금이라도 쓴다면 세금 도둑이 분명하다. 특조위는 크게 인력과 예산을 들여 활동해야 할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즉시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결근투쟁’을 벌이다 중도 사퇴했다.
조 변호사가 새 민정수석에 임명되자 세월호 유가족들은 “또 다른 국정농단”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전 특조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때문에 탄핵되는 대통령이 민정수석 자리에 세월호 특조위 진상규명을 방해하던 여당 쪽 부위원장을 앉히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직무 정지 직전에 그를 임명한 것은 세월호 진상을 끝까지 은폐하려는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이번 탄핵소추안에 ‘세월호 7시간 직무유기’ 부분을 삭제하거나 조정할 것을 막판까지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가 조 신임 수석을 임명한 배경에는 특검 수사와 탄핵 심판에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대응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 세월호 특조위 상임위원·부위원장을 지낸 조 신임 수석을 통해 이에 대비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신임 수석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 황교안 국무총리와 탄핵심판을 맡은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연수원 동기다. 2013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법질서·사회안전분과 전문위원을 맡는 등 박 대통령과도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조 변호사와 황 총리, 박 헌재소장이 연수원 동기로 잘 아는 사이다. 탄핵이 가결된 뒤 곧바로 임명된 것을 보면, 이들이 손발을 맞춰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대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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