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사실상 청와대 기능이 마비된 상황을 악용해 주요 권력기관들이 몸집 불리기에 나서거나 기관장이 친정체제 구축에 골몰해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있다.
8일 사정기관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최근 국가정보원은 12개 광역지부 중 5곳의 부(副)지부장(2급) 자리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직 개편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적체 해소 차원이라는 이유지만 국정원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청와대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늘려 덩치를 키우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현 정권의 운명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어 조직 개편을 서두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권교체 시기가 당겨질 수 있는 만큼 차기 정권에서 고위직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조직 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구ㆍ경북(TK) 출신들이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치안정감과 치안감, 경무관 등 고위직 인사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한 경찰도 권력 공백기를 이용해 지난 8월 취임한 이철성 경찰청장이 과도하게 “자기 사람을 챙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 단행한 치안정감ㆍ치안감 인사 시점도 예년보다 빨랐고, 그간 순차적으로 진행한 경무관 및 총경 승진 인사 역시 이례적으로 같은 날 발표해 조직 내부에서조차 뒷말이 무성하다. 이 청장은 “일이 많고 어려운 시국이라 일찍 인사를 했다”고 설명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청장 친위체제 구축과 보은인사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다. 치안감으로 승진한 경찰청 A국장은 이 청장과 간부후보 동기로 최근 최순실씨의 청와대 출입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렸으나 외부기관 파견 5개월 만에 요직을 꿰찼다. 경찰의 얼굴인 경찰청 대변인으로 이동한 B경무관은 이 청장 고교 후배다. 또 이 청장과 간부후보 동기인 C총경은 지난해 서장 재임 당시 해당 지역 시장으로부터 격려금을 수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구설에 올랐지만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박근혜정권의 명운이 다했음을 감지하고 바로 칼끝을 바꾼 검찰처럼 다른 권력기관들의 행태도 다르지 않다”며 “임기 말이면 으레 나타나는 꼼수의 시기가 조금 빨라진 것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전문성과 시스템 위주의 조직ㆍ인사 관리가 자리잡지 못하면 권력기관의 이기주의는 매번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