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시선이 국회로 쏠렸다.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장을 TV나 온라인 생중계 등으로 지켜봤다. 국회 방청석에 참석할 수 있었던 시민은 단 108명이다.
민주당에 배분된 본회의장 방청권을 모두 받은 4·16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 관계자 40여명도 9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역사의 한 순간’을 지켜봤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제안한 다섯 번째 이유를 읽어내려 가던 때 방청석에 앉은 가족협의회 가족들은 눈물을 훔쳐 냈다.
야 3당이 제출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의 탄핵 사유 다섯 번째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후 ‘7시간 동안’ 행적을 비공개 하면서 헌법 제10조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배했다고 적시했다.
▲ 전인숙 4.16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가운데 현수막 든 이)이 9일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된 후 희생자 304명의 영정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김유리 기자 |
234표. 정세균 의장이 탄핵안 가결을 선언하고 본회의가 마무리 됐을 때 가족협의회는 “촛불 시민 만세”를 외쳤다. 전인숙 가족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은 가슴 속에 품었던 가로 세로 1m 가량의 현수막을 꺼내 국회 본회의장을 향해 펼쳐 들었다.
현수막 게시를 제지하는 국회 경위에게 전인숙 분과장은 “우리 아이들의 영정 사진이 담긴 것”이라며 “우리 아이들 영정을 좀 보라”고 소리쳤다. 본회의가 끝난 직후 눈가가 촉촉이 젖은 전인숙 분과장을 국회에서 만나봤다.
“안절부절 하면서 지켜봤어요. 기대도 안했는데, 가면 갈수록 기대를 좀 하게 되더라고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그는 짧지만 깊은 탄식을 뱉어냈다. 그리고 다시 다부진 목소리로 “이게 끝이 아니다”며 “아직 갈 길은 멀고 우리는 모두를 끌어내리기 위해, 진상규명을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는 2014년 4월16일부터 탄핵안이 표결에 부쳐지기 직전까지 박근혜 대통령 때문에 고통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박계의 탄핵안 공동 발의 참여를 전제로 ‘세월호 참사 7시간’을 탄핵안에서 삭제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탄핵에 찬성했던 새누리당 비박계는 ‘세월호 7시간’ 책임을 탄핵안에서 삭제하자고 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8일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가결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세월호 7시간’ 책임을 탄핵 사유에서 삭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친박계는 이 논란을 지렛대 삼아 비박계의 이탈표를 기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전인숙 분과장은 “여야 모두 정말 누구나 할 것 없이 ‘세월호 7시간’, 304명의 고귀한 생명이 스러져간 그 시간을 두고 좌지우지 하지 말고 진상규명할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7시간 가지고 절대 논의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전인숙 세월호가족대책협의회 대외협력분과장. 사진=김유리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소추안이 국회의원 234표로 가결된 것에 대해 전인숙 분과장은 “양심이 있으면 몰표가 나올 줄 알았는데 기권도 나왔더라”며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내보였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까지 탄핵안을 부결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당 대표가 표결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듯한 발언을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이정현 대표는 탄핵안 표결 후 빠른 시일 내 사퇴 입장을 표명했다.
전인숙 분과장은 “정말 징글징글하게 싫다”며 “인간성도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정현 대표가 ‘외부의 압력을 받지 않고 표결해야 한다’며 촛불 민심을 ‘압력’이라고 표현한 부분에 대해서 전인숙 분과장은 “이건 외부 압력하고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본인이 위에서 일하는 사람이면 국민의 뜻을 알고 일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100만 촛불, 200만 촛불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위에서 ‘압력을 가하네 마네’하는 말 따위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런 단어를 왜 쓰나. 정치인이라고 하면 편파적이지 않게 정치를 제대로 해야하는 것 아닌가. 제대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1층 출입구까지 현수막을 펼쳐 들고 내려온 전인숙 분과장은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한 다른 가족들과 지원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국회를 빠져나왔다. 세월호가족협의회는 이날 약 70여명이 국회를 찾았으나 민주당에서 제공 받은 방청권은 40장 뿐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박주민 의원은 본회의 직후 1층 방청객 출입구로 나와 이들과 인사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3854#csidxaaa1319cd29d0d18e42f49822b8b8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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