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조응천이 먼저 가져와" vs 조응천 "거짓말" '십상시 문건' 지시 부인, 조응천 "내가 돌았나. 김기춘이 지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7일 최순실 국정농단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서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이를 반박하는 자료와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 궁지에 몰렸다.

김기춘 전 실장은 이날 오후 속개된 청문회에서 김 전 실장의 퇴진설 출처를 조사한 조응천 당시 공직기강비서관의 보고서, 세칭 '십상시 문건'에 대해 "(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조응천 전 비서관이 이미 조사를 마치고 저에게 보고서를 먼저 갖고 왔는데, 제 자신의 거취에 관한 것이라 그것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쉬는 시간에 조응천 의원과 통화했다. 김기춘 실장 말이 맞냐고 물었더니 조 의원은 '제가 돌았나. 김기춘이 지시해서 알아본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천 경정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똑같이 얘기한다"며 "김 전 실장은 지금 전부 거꾸로 얘기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 전 실장은 박 의원이 조 의원의 말을 전하자 순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는 이후 답변 기회를 얻어 "제가 제 사임, 김기춘을 곧 쫓아내야한다는 말이 돌아 너 한번 조사해봐라 이렇게 한 일이 없다. 보고서가 왔다"고 거듭 부인했다.

박 의원이 이에 "그럼 조응천 의원이 왜 이 시점에 거짓말을 하겠나. 김 전 실장의 기억이 잘못됐든지, 아니면 부인하는거 아니냐"고 따져 묻자 김 전 실장은 "일부러 부인하는 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전 실장이 청문회 내내 "모른다"고 답했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소대한 최순실씨 건물도 도마에 올랐다.

박 의원은 최씨 건물인 '미승빌딩'의 사진을 보이며 아느냐고 물었고, 김 전 실자은 "모른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에 "주차요원이 김 전 실장을 자주봤다고 한다"며 "세월호 건도 제가 원내대표 시절에 들었는데도 말을 바꾸고, 조응천도 거꾸로 말하라는 거니까 대답을 못하고...원로로서 그래도 되나"라고 질타했다.

그는 "검사들이 지금 뭐라고 하냐면 우병우와 김기춘 조사를 하나도 못했다. 그동안 김기춘에게 자리 달라한 게 너무 많아 수사를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특검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김 전 실장은 실장 되기 전부터 검찰 인사가 있기 전에 검사들에게 전화했다. 그래서 안부 물으면서 '사실 내가 힘이 있는 게 아니지만 앞으로 밀어주겠다고 했다', 검사들이 직접하는 말이다"고 몰아붙였다.

김 전 실장은 이에 "제가 검찰과 법무부에 오래있었기 때문에 전부 저와 같이 있었던 인연이 있어 그들이 혹시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실장도 아닐 때 검사 불러 물어보고 전화하고 그런 일은 없다"고 거듭 모르쇠로 일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