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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December 10, 2011

정몽준-김문수-이재오, '박근혜 독주'에 딴지

정몽준-김문수-이재오, '박근혜 독주'에 딴지

전당대회 소집, 권력 분점 요구 등 한나라당 내홍 심화

2011-12-11 13:59:27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 반박세력이 일제히 홍준표 대표 사퇴후 박근혜 전 대표에게 권력이 급속히 넘어가고 있는 데 대해 딴지를 걸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앞날이 계속해 혼란과 내홍의 계속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반응들이다.

정몽준 전 대표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이 근본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당원들의 뜻에 공감한다"면서도 "전당대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며 전당대회를 통한 새 대표 선출을 주장했다.

그는 "오늘의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도부 구성을 위한 임시적 조치를 취하더라도 곧바로 정상의 절차를 밟아야 지도부가 권위를 갖고 근본적인 개혁을 해나갈 수 있다"며 "전당대회를 열면 당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전당대회의 장점은 그러한 부작용보다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가 열리면 당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이날자 동아종편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대세론ㆍ독주론은 독배인데 축배처럼 볼 수 있다. 혼자 뛰다 보면 땀을 흘리지만 넘어질 수 있다"며 "'박근혜 대세론'은 곧 죽음이다. 경선에서 강력한 상대를 만나야 승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의 당헌당규를 뛰어넘는 상위 개념의 비상국민회의를 소집하는 식으로 당 바깥의 정치세력을 모으고 박 전 대표와 외부인사가 공동의장을 맡아 꾸려나가야 할 것"이라며 '권력 분점'을 주장한 뒤, "박 전 대표가 중심이 돼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안철수 교수 같은 사람을 받아들이면 안정적인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도 앞서 홍준표 대표가 사퇴한 지난 9일 트위터에 "어떤 조직에 위기가 닥치면 앞장 서는 사람도 있고 따라가는 사람도 있다. 모두 앞장서거나 모두 따라가면 그 조직은 점점 위기가 증폭되어 끝내 망한다"며 "특히 앞서는 사람들은 개인적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박 전 대표측을 겨냥한듯한 경고의 글을 올렸다.

이밖에 정두언 의원도 11일 트위터에 "한나라당이 살 길은 모든 기득권버리고 재창당(당해체후 신당창당)하는 길뿐. 그것이 박근혜도 사는 길"이라며 "박체제의 사명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신속히 재창당을 완수하는 것. 이러기 위해선 보수혁신에 동참하는 제세력을 참여시키는 포용력이 필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한나라당이 박근혜체제로 가닥이 잡히자 그동안 박근혜 눈치만 보며살던 일부의원들이 이제 우리가 당권을 잡았다고 기지게를 켜기 시작"이라며 친박을 겨냥한 뒤, "당권이 여기서 저기로 옮아가는 게 쇄신이 아니며 국민 눈에는 그나물에 그밥. 당권잡았다 희희낙락하다간 바로 나락으로"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엄수아 기자

홍정욱 "지난 4년은 실망과 좌절의 연속"

홍정욱 "지난 4년은 실망과 좌절의 연속"

쇄신파 등 한나라 의원들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

2011-12-11 15:26:20
홍정욱 한나라당 의원은 11일 "오로지 제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한다"며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벼슬을 하는 자는 직분을 다하지 못하면 떠나야 한다고도 했다"며 맹자의 말을 인용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4년은 제게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며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 간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도 씻지 못했다. 정당과 국회를 바로 세우기에는 제 역량과 지혜가 턱없이 모자랐다"고 정부여당의 총체적 실패를 자성했다.

그는 "직분을 다하지 못한 송구함이 비수처럼 꽂힌다"며 거듭 사과한 뒤, "그러나 나아감을 어렵게, 물러남을 쉽게 여기라는 성현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이제 어울림 없는 옷을 내려놓고자 한다"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홍정욱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쇄신파 등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큰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현 기자

공사채 발행액 300조 육박, MB집권후 공기업 급속부실

공사채 발행액 300조 육박, MB집권후 공기업 급속부실

내년에 만기 40조 도래, 채권 발행해 빚 갚아야 할 판

2011-12-11 14:31:26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의 채권 발행 규모가 매년 급증해 발행잔액이 3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정부가 국책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공사채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면서 공기업의 채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공사채 발행 잔액은 283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내년 정부예산 326조원의 87%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공사채 잔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2008년 말 150조원에서 2009년 말 210조원, 2010년 말에는 261조원까지 늘었다. 매년 잔액이 수십조원씩 늘어나 3년 만에 89% 증가했다.

공사채 잔액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개발공사 등이 발행한 채권 잔액을 모두 합한 것이다.
기관별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사채 발행 잔액이 57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2008년말 잔액이 31조원에서 3년 만에 26조원(85.4%) 증가했다.

주택금융공사(36조원)와 정책금융공사(32조원), 한국전력공사(25조원), 예금보험공사(24조원), 한국도로공사(19조원), 중소기업진흥공단(15조원), 한국철도시설공단(13조원), 한국가스공사[036460](13조원), 한국수자원공사(10조원) 등도 채권 발행 잔액이 많았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공사의 36조원은 유동화증권인 주택저당증권(MBS)과 주택저당담보부채권(MBB)을 포함한 금액이다. 이 유동화증권은 대출받은 주택이 담보물이기 때문에 신용을 담보로 발행하는 공사채와 달리 공사의 부채를 산정하는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수자원공사의 채권발행 잔액은 2008년 말 500억원에서 지난해 말 5조5천억원, 올해는 10조원으로 3년 만에 무려 200배로 늘었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했다.

한국채권투자자문 김형호 대표는 "정부의 국채 발행 한도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다 많이 늘리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공기업이 대신 자금을 조달하게 하고 이 자금을 재원으로 국책사업을 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공사채 발행 규모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국민임대주택사업 등 정부정책 사업을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부채 규모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 사업조정과 인력감축, 원가절감 등 다양한 정상화 방안을 실천하고 있지만 부채 규모 자체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지원이 어느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공사채 발행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 만기 도래하는 공사채가 40조원에 달해 이를 상환하려는 차환 발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책금융공사와 토지주택공사의 내년 만기 금액은 각각 11조원, 8조4천억원에 달한다. 예금보험공사(5.7조원)와 전력공사(3.1조원), 중소기업진흥공단(2.4조원), 도로공사(1.9조원), 철도시설공단(1.6조원), 가스공사(1.3조원) 등도 내년에 1조원 이상을 상환해야 한다.

SK증권 연원태 연구원은 "공사채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많아 만기 상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내년 1월과 2월에 5조원씩 만기가 집중돼 이 부분은 유의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기업의 빚이 늘어나면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된다. 빚을 내서 다시 빚을 갚는 것에서 벗어나 부채의 악순환 고리를 조속히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명진스님 법회에 어버이연합 난입 소동

명진스님 법회에 어버이연합 난입 소동

명진 "<나꼼수> 4인방, 머리 깎아 중 만들까 생각했다"

2011-12-11 15:54:44
MB정권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해온 명진 스님의 11일 법회에 어버이연합이 난입, 소동을 피웠다.

명진 스님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최근 출간한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말·글빛냄 간)의 출판기념회를 겸한 '단지불회(但知不會) 법회'를 열었다.

'단지불회'는 명진스님과 함께 하는 불교 수행모임으로, 명진 스님은 이들과 함께 매달 한차례 법회를 열고 있다. 이날 법회에는 1천여명의 단지불회 회원과 각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불청객들이 왔다. 어버이연합회 회원 50여명이 법회장에 난입하려 하면서 소동을 피운 것. 이들은 MB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명진 스님을 맹비닌하며 승적 파계를 요구했다. 이들은 주최측과 경찰의 제지로 법회장에 들어가지 못하자, 대회장 밖에서 고함을 지르며 소동을 벌이다가 해산했다.

명진스님을 수행하고 있는 김영국 거사는 트위터에 "명진스님, 백범기념관 법회에 어버이 연합 난입. 명진스님, 어르신들이 스님 법문에 참석한 것은 무슨 목적이든 공덕을 짓는 것, 부디 복을 받으시라고 덕담"이라고 어버이연합의 소동에 개의치 않는 명진 스님의 대범함을 전하기도 했다.

한편 명진 스님은 이날도 거침없이 MB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명진 스님은 특히 서울 강남 코엑스 내 반디앤루니스에서 열 예정이었던 ‘저자와의 만남’이 불허된 것과 관련, "서점에서 처음엔 '그렇게 하자'고 해놓고, 나중에 그걸 못하겠다고 취소했다. 저같이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사인회한다고 하면 책이 몇 권이라도 더 팔릴 텐데"라며 "그런 이유는 코엑스 사장이 MB과 엄청 가깝다더라. 참 치사하죠"라고 말했다. 코엑스 홍성원 대표는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회장으로 재직한 때 현대건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명진 스님은 MB에 대해서도 "살아온 삶의 모습이 모여 나를 만든다. 성질 많이 낸 사람, 눈이 약간 찢어지면서 독사같이 생긴다. 꼭 사기꾼같이 생긴 사람 있잖아. 보기만 해도 어쩜 그렇게 생길까요. 주어는 없습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명진 스님은 "사기는 세상을 그르치는 가장 큰 범죄 행위"라며 "거짓에 대한 준엄한 징계 내지는 비판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명진스님은 또한 "정치권력이 괴담으로 규정지은 게 거의 다 진담이고, 진담이 거의 괴담이 돼 버렸다"며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 그 조직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이 출연했던 <나꼼수>에 대해 "<나꼼수> 4인방을 보면 이 시대의 선지식(善知識)"이라며 "순간적 반전들, 발상의 전환들은 대단한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없다"고 극찬했다. 이어 "속으로 '저것들을 다 (머리) 깎아서 중을 만들까' 생각했다"며 "제자들을 두려면 그런 제자를 둬야 한다"고 우스갯소리를 해 관중들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그는 폭발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나꼼수>와 <나가수>를 거론하며 "우리 시대가 열광하는 이유는 (출연자들이) 남에게 잘 보이려고 사기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김혜영 기자

1만여 시민들 "한나라당 해체하라"

1만여 시민들 "한나라당 해체하라"

"술김에 디도스 공격했다고 믿을 국민이 어디 있나"

2011-12-11 08:56:53
혹한에도 불구하고 1만여명의 시민이 10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한미FTA 날치기와 중앙선관위 사이버 테러 등을 규탄하는 집회를 가졌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이날 오후 5시 청계광장에서 주말 집회로는 세번째로 열린 한미FTA 날치기 규탄 범국민대회에는 영하의 매서운 날씨 때문에 수백명 규모의 집회에 그칠 것이란 경찰의 예상을 깨고 1만여명(경찰수산 2천300명)의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이날 동아일보 사옥 앞 청계광장을 가득 메운 참가자들은 차가운 바닥에 신문 등을 깔고 앉아 2시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날치기 무효", "MB정권 퇴진", "한나라당 해체" 등을 주장했다.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디도스 공격 때문에 한나라당은 마비 상태다. 술김에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하는데 이걸 믿는 국민이 있나"라며 "이런 정부와는 도저히 같이 살 수 없다"며 MB 퇴진과 한나라당 해체를 주장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정당연설회는 합법적인 행사인데 경찰이 자꾸만 불법시위라고 위협하고 있다"며 "오늘 운동화가 벗겨질까봐 평소보다 높은걸로 신고나왔으니 경찰도 모자에 고무줄 달아서 나올 각오를 해라"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걸 보면 청와대에서도 깜짝 놀랬을 것"이라며 "지금 이 판에 등원하겠다고 여야 원내대표가 발표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등원 합의를 한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맹비난했다.

야당과 사회단체 대표자들의 발언에 이어 정부와 한나라당을 비꼬는 노래와 판소리 등 문화공연도 이어졌고, 시위대들은 오후 7시50분께 범국민대회를 끝내고 명동성당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기 위해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청계천을 거쳐 을지로2가로 진입하려다 경찰의 봉쇄에 막힌 참가자들은 흩어져 을지로3가와 퇴계로, 회현사거리, 을지로입구, 종로2가 등 도심 곳곳에서 도로와 인도를 통해 행진했고,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졌으나 연행자는 없었다. 시위대는 밤 9시30분께 명동성당 앞에 집결해 마무리 집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에 앞서 한대련 소속 학생 15명은 이날 정오께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전원 연행돼 강남경찰서와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김혜영 기자

박근혜 전면 등판, 한나라당 제왕체제로 복귀

한나라당 홍준표(57) 대표가 9일 사퇴했다. 서울시장 선거와 한미 FTA 비준안 처리, 디도스 사건 등 연달아 터진 악재에 따른 당 혼선의 책임을 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등판’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그 방법과 시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이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전 비서 공아무개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수사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고 언론은 일제히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아무개 씨가 이국철 SLS그룹 회장과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약 7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의 사촌 처남도 로비를 받은 혐의로 출국금지 조치됐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대기업 광고 담당자들을 불러 모은 자리에서 광고비 지출을 늘릴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종편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업 관계자들은 “압박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최시중 위원장의 거듭되는 ‘종편 시중들기’ 의혹에 대한 비판이 커져가고 있다.
다음은 12월 10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목록이다.
경향신문 <이상득 보좌관, 저축은행서도 1억5천만원 받았다>
국민일보 <한나라당 구하기 박근혜 ‘등판’>
동아일보 <한나라 ‘박근혜 비대위장’ 체제로>
서울신문 <‘박근혜의 한나라’ 5년만의 귀환>
세계일보 <박근혜 결단 임박 비대위 체제 갈듯>
조선일보 <이란 석유 대신할 수입라인 검토중>
중앙일보 <5년5개월 만에 박근혜 체제로>
한겨레 <“광고비 지출 늘려야” 종편지원 압박>
한국일보 <홍 대표 사퇴…박근혜 전면 등판 초읽기>

박근혜 전면 ‘등판’…언제, 어떻게?

  
▲ 국민일보 10일자 1면.

총선을 4개월 여 앞두고 한나라당 호의 선장이 바뀌게 됐다. 홍준표 대표는 9일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내부 정리를 한 후에 사퇴하고자 했던 내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면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민본21’등 당내 쇄신파의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 쇄신안’을 내놓으며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던 홍 대표는 결국 취임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분간 황우여(64) 원내대표 주도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갈 것으로 보인다.
관심은 한나라당 박근혜(59) 전 대표에게 쏠린다. 황 원내대표도 “(당 후속체제를) 가능한 한 빨리 박 전 대표에게 넘기려고 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박 전 대표의 복귀를 기정사실화 했지만, 그 방법과 시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놨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박 전 대표는 이르면 내주 초에 현 정국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밝히고 전면 복귀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벼랑 끝에 내몰린 한나라당을 이끌고 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며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르면 10일 박 전 대표를 만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해체와 새로운 중도보수 정당의 창당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에 따라 한나라당이 아닌 다른 새로운 정당이 여권을 대표해 내년 4월 총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3면에서는 “친박 핵심 의원들이 12일 만나 의견을 정리하기로 함에 따라 박 전 대표의 결심은 그 직후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 조선일보 10일자 5면.

조선일보는 1면 하단에 <박근혜 이달 중 당 비대위 맡을 듯>이라는 기사를 내보낸 데 이어 5면에 가서야 관련 소식을 전했다. 조선은 1면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달 중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9일 전해졌다”고 전한 뒤, 5면 관련기사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의중이) 한나라당을 신당에 가까울 정도로 바꾸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는 쪽에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조선은 “각 계파의 핵심 관심사인 공천을 투명한 시스템을 통해 처리해 나가면서 외부 인사를 대폭 수혈해 내년 2월이나 3월 전당대회를 통해 당명 개정 등을 포함한 재창당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박 전 대표 측근들은 박 전 대표에게 ‘친박 계파 해체’를 비롯해 내년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지역구 불출마 방안 등을 건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박 전 대표가 그동안 자신에 대해 각을 세웠던 친이·반박 인사들을 만나는 방안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서울신문은 3면에서 한나라당이 비대위를 꾸리고, 황우여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 “박 전 대표의 뜻을 황 원내대표가 집행하는 형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신문은 이어 박 전 대표가 “공천 불개입 원칙을 천명하고 계파를 실질적으로 해체할 것으로 보인다”며 “계파 해체 과정에서 친박계 일부를 ‘읍참마속’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친박 의원들이 아니라 쇄신파를 전면에 내세워 이미지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향은 3면에서 “당 전면 복귀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며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판 정풍운동’을 이끌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단, 경향은 “박 전 대표는 일단 쇄신파를 등에 업고 당에 회초리를 드는 모습부터 보이기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계파간 이해관계 조율 등 산적한 문제들에 섣불리 뛰어들어 일찍부터 손에 ‘흙’을 묻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앙일보는 5면 관련기사에서 “복귀 방식은 현재로선 민본21등 쇄신그룹이 요구한 대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하다”고 전했고, 국민일보는 “박 전 대표가 이번 주말을 보낸 뒤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당 관계자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신문들은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에 ‘변화’를 주문했지만, 초점은 미묘하게 달랐다.
한겨레는 <난파된 한나라당, ‘제왕체제’ 복귀는 해법 아니다>라는 사설에서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이른 점을 생각하면 그의 퇴진은 당연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향도 사설에서 “민심은 여당에 등을 돌렸다”며 “그의 퇴진은 당이 아닌 민의 심판이라고 보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우선 새 간판을 달아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적당히 리모델링해서 간판만 바꾸는 데 그친다면 도로 한나라당이 된다”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10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지금은 임기말 정권 심판론이 박 전 대표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 전 대표가 당의 무슨 직함으로 등판하는가보다 어떤 구상과 무슨 메시지를 들고 나오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선은 또 “박 전 대표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주변 인사들을 정리하는 것”이라며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당의 전면에 서는 것”을 주문했다.
동아일보는 “구성원 모두가 사즉생의 각오로 나서야 당을 살릴 수 있다”는 사설을 내놨다. 동아는 “한나라당의 복잡한 당내 파벌은 고질병”이라며 “계파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누가 나서도 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중앙일보는 <박근혜·이재오·정몽준·김문수가 만나야 한다>는 사설에서 “그(박근혜)의 등장이 계파 간 갈등이나 권력투쟁을 촉발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면서 “당이 분열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쇄신을 부르짖는 의원들 중 상당수가 한나라당의 처참한 오늘에 더 책임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면서도 “대표로서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은 불가피한 숙명”이라고 봤다. 이 신문은 “분열하지 않고 힘을 합치고, 기득권을 내놓을 수 있는 희생”이라는 ‘대원칙’이 필요하다면서 “그게 전제되지 않는 한 쇄신이건 재창당이건 신당 창당이건 백약이 무효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경찰 ‘꼬리자르기’ 수사결과 발표…“이래놓고 수사권 독립?”
경찰이 9일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와 박원순 후보 홈페이지에 가해졌던 디도스 공격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9급 비서인 공아무개(27) 씨의 단독범행이라는 것이다. 언론은 일제히 물음표를 제기했다.
한국일보는 “예상대로였다”는 문장으로 시작한 5면 기사에서 여섯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전 모의가 있었는지, 또 범행을 말렸다고 진술한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 김아무개(30)씨가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등 경찰 수사에 미심쩍은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 한국일보 10일자 5면.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공씨와 강씨등 관련자들의 ‘자백과 진술’ 외에는 밝혀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면서 “특히 경찰은 다른 참고인 등에 대해서는 실명을 언급하는 등 적극 공개를 한 반면, 청와대 국내의전팀 박아무개 행정관(38·3급)등 이 사건에서 이름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서는 신원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도 6면 관련기사에서 “과연 9급 상당의 국회의원 수행비서가 ‘선거 방해 사이버 테러’라는 엄청난 범죄를 단독으로 감행한다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남는다”고 지적했고, 동아일보는 12면에 배치한 기사에서 “공 씨의 단독범행이라고 보기엔 해소되지 않는 의혹이 적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 경향신문 10일자 3면 만평.

경향은 사설에서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중대한 사건에서 제기된 의문점 중 무엇 하나 제대로 풀지 못한 수사결과에 비난과 조소가 쏟아지는 게 당연하다”면서 “이번 경찰의 수사로 의혹이 풀리기는 커녕 더 커졌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어 “검찰은 약속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사건의 배후와 범행 과정 등 의문점을 밝혀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놨다.
서울신문도 <‘선관위 테러’ 단독범행 누구도 안 믿는다>는 사설에서 “단독범행으로 믿을 국민을 별로 없을 것”이라며 “수사한 결과물은 매우 초라하고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또 “검찰과의 밥그릇 싸움에는 열심히 일치단결해 뛰었던 경찰이 정작 국가의 기강을 문란하게 한, 정치권 뿐 아니라 많은 국민이 촉각을 세우고 있는 중대 사안 수사는 한심한 수준으로 끝을 냈다”고 꼬집기도 했다.

  
▲ 서울신문 10일자 사설.

한국일보도 5면에 실린 ‘기자의 눈’에서 “구태를 벗지 못한채 수사권 독립을 운운하는 모습이 딱하다”는 견해를 전했다. 사회부 정민승 기자는 “경찰의 눈치보기 수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다가 정치권을 의식해 사건을 덮었다는 비판을 받는 KBS 도청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만사형(兄)통’ 이상득 의원 정조준 하나?
검찰이 이국철(49) SLS그룹 회장과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1) 회장으로부터 총 7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박아무(46)씨를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상득 의원은 15년간 자신을 보좌해 온 박 씨의 로비 연루 의혹에 대해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칼 끝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겨레는 1면에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을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수사의 방향이 어디로 갈지 알고 수사에 착수했다”는 검찰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권 최고 실세인 이 의원에 대한 수사가 두려웠다면 처음부터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어 “검찰의 이런 태도는 9일 박 보좌관을 상대로 ‘돈의 행항’을 강도 높에 추궁하는 장면에서도 이어진다”면서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의원이 검찰의 칼끝을 피해가지 못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 한겨레 10일자 1면.

이런 가운데 이상득 의원이 이르면 다음주 초 정계 은퇴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일보가 2면에 보도했다. 동아는 “이 전 (국회)부의장은 이런 결심을 제3자를 통해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이 대통령에게서 ‘참 고마운 결정을 해 주셨다’는 반응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동아는 “이명박 정부의 실력자로 통했고 한나라당 최다선(6선)인 이 전 부의장이 사퇴의 뜻을 굳힘에 따라 홍준표 체제가 붕괴되고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최일선에 나설 것을 요구받는 격랑에 휘말린 한나라당과 여권에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고도 했다.
반면 중앙일보는 5면에서 정계 은퇴나 총선 불출마에 대해서 이 의원이 측근을 통해 “사실무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보좌관이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총선 불출마나 정계 은퇴 선언을 한다면 ‘내가 연루됐다’고 시인하는 격 아니냐”는 한 측근의 말을 전하며 이같이 전했다.

  
▲ 동아일보 10일자 2면.

국민일보는 4면에서 “앞서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측근비리 문제로 한창 시끄럽던 지난 9월 27일 청와대에서 법무장관 국세청장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권력형 비리 근절 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실을 찾았다. 그는 ‘대책회의를 정례화해 비리를 철저히 예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로부터 두 달 반이 지난 요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편 ‘시중들기’ 나선 방통위 최시중 위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대기업 광고담당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광고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겨레 등이 보도했다. ‘신생아’인 종편을 배려해야 한다는 등의 말로 ‘종편 시중들기’ 의혹을 산 당사자인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광고를 비용이 아닌 투자의 관점에서 보고 기업들은 광고비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시중 위원장은 또 “광고가 활성화돼야 산업이 큰다”며 “기업들이 광고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겨레 10일자 3면.

한겨레는 “최 위원장이 직접 종편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종편에 대한 광고를 늘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라며 “최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종편 살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방통위원장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없는 대기업 광고담당 임원들을 비공개로 불러 광고 증대를 요구한 것은 직무 범위를 넘어선 행동이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최 위원장이 주요 그룹 광고담당 임원들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종편 개국 전에도 불려 갔는데 종편 개국 며칠 만에 또 불려갔다”, “종편 광고를 지원해주라는 메시지였다”는 등의 대기업 임원의 말을 전했다.
한국일보도 1면에서 “종편 선정부터 광고 지원까지 최 위원장이 종편에 대해 사실상 ‘풀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고, 경향신문도 8면에서 “사실상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종합편성채널을 지원하기 위해 대기업을 압박하려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 한복판에 ‘나치 이명박’ 그림이…

김제동 ‘트위터 투표독려’ 검찰수사 배후는?

김제동 ‘트위터 투표독려’ 검찰수사 배후는?(서프라이즈 / 아이엠피터 / 2011-12-10)

김제동 씨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었습니다. 김제동 씨가 지난 10.26 재보궐 선거 당일 트위터에 투표 인증샷을 공개하는 등 투표를 독려한 것은 당일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행위라는 고발장이 한 시민에 의해 접수되었고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에 나섰습니다.

김제동 씨의 트위터 투표 인증샷은 10.26 재보궐 선거 때 선관위가 밝힌 해괴한 선거법 논란으로 인증샷을 어떻게 올리는가 그리고 과연 그것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가? 등의 많은 논쟁이 있었던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지금 대한민국의 검찰이 누구 때문에, 왜 이런 일을 벌이는가를 알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배후와 그 배경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 김제동은 과연 선거법을 위반했는가?

선거법 위반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경찰과 검찰이 하지만 실제적인 선거법 고발은 선거관리위원회가 도맡아서 합니다. 실제로 선관위는 선거에 관련하여 고발 대상자를 파악하고 경찰이나 검찰에 직접 고발장을 접수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과연 선관위가 이번 김제동 씨의 투표 인증샷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과연 선거법 위반이 맞는가를 우선 검토해봐야 합니다. 먼저 공직선거법 조항을 살펴보겠습니다.
공직선거법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①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창당준비위원회와 정당의 정강·정책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공직선거법 93조를 보면 ‘후보자를 지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제동 씨가 그날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 과연 특정 후보를 지지, 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었을까요?
김제동 씨가 10,26 재보궐 선거일에 올린 트위터 멘션들 ⓒ김제동 트위터 화면 갈무리

김제동 씨가 올린 트윗멘션에서 고발의 핵심 내용은 두 가지입니다. 그 두 가지가 과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따져 보겠습니다.

○ 투표 인증샷

선관위에서는 투표 인증샷에서 투표소 안이나 기표대, 투표용지를 촬영해서 올리는 것은 명백히 불법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투표소 밖에서 촬영한 인증샷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제동 씨가 올린 투표 인증샷은 전혀 선거법 위반이 아닙니다.

○ 선거캠프의 주요인사가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참여

고발장에 따르면 김제동 씨가 투표를 독려한 것이 문제라고 하는데, 단순한 투표 독려는 위법이 아닙니다. 단지 선관위에서 그 당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한 것은 ‘선거캠프의 주요 인사’입니다. 즉 박원순 멘토단에 속해있는 인물들이 투표 독려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밝혔습니다. (단순 유명인에서 구체적으로 적시)

여기서 김제동 씨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 적이 있었느냐는 사실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김제동 씨는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 적도 없고 박원순 캠프의 선거운동원이나 멘토단에 속하지 않았었다는 점입니다. 즉 단순 유명인이라고 걸고넘어지는 악수를 두면 몰라도 ‘선거캠프의 주요인사’라는 항목에는 절대로 김제동 씨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결국, 고발장에 나온 고발 사유를 보면 김제동 씨는 법을 위반한 적도 없으며 해당하지도 않습니다.
■ 짜고 치는 고스톱 타짜들, 검찰과 조선일보

김제동 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기사를 제일 먼저 내보낸 매체는 어디일까요?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가 단독으로 올린 김제동 검찰수사 기사 ⓒ조선일보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단독]으로 김제동 씨의 트위터 투표독려에 대한 검찰수사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언론들도 앞다투어 조선일보를 인용하여 기사를 올렸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선일보가 무엇을 위해 이런 기사를 내보냈느냐는 점입니다.

실제로 김제동 씨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착수한 것은 아닙니다. 일단 고발장이 접수되었기에 고발장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담당검사를 배당하고 그 후에 처벌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앞서 제가 첫 번째로 ‘김제동은 과연 선거법을 위반했는가?’라는 단락을 먼저 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법의 상식에서 김제동에 대한 선거법 위반 고발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성 보복성 고발장일 뿐입니다. 특히 선관위에서는 아예 선거가 끝나고 유명인들의 투표 인증샷에 대한 조사를 더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리 적용이 명확하지 않기에 고발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검찰관계자의 말을 인용하여 (무슨 언론사가 ~관계자의 말만 갖다가 쓰는지) “김씨가 글을 올린 당시의 전후 사정과 적용 법리 등 조사해야 할 부분이 많아 차근차근 조사할 방침”이라고 기사의 말미를 장식했습니다.
검찰이 저런 식으로 말을 한다면 김제동 씨도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검찰은 선거법 93조를 가지고 인터넷을 규제하고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례 1) 블로거 정아무개씨는 지난 대선 50일 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Extreme Dirt Mr. Lee’라는 문구와 함께 이명박 후보의 사진을 넣은 글을 게시해 기소
사례 2) 종로경찰서는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종로구 노인복지센터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유권자 이승택 안산노동인권센터 활동가를 연행했다. 그는 ‘주어 생략당’, ‘메뚜기 복지당’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 선관위는 이씨가 들고 있던 피켓 문구가 한나라당을 연상할 수 있는 것으로 공직선거법 90조 1항 위반이라고 해석.
사례 3) 회사원 홍아무개씨는 지난 2008년 총선 3개월 전에 인터넷한겨레 토론방에 ‘예상대로 움직이는 박근혜’라는 제목으로 한나라당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해 기소 벌금 100만 원 선고받음
사례 4) 트위터 계정 2MB18nomA를 가진 송아무개씨가 트위터에 한나라당 낙선 의원 명단을 올려 벌금형 선고받음
사례 5) 누리꾼들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를 ‘한국을 미국에 팔아넘길 FTA 찬성의원 명단 노래’라는 제목으로 가사를 바꿔 인터넷에 올렸다. 이 곡에는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 17명 실명과 함께 ‘국민을 무시하고 밀어붙이는 외통위 의원들’, ‘찬성하는 의원들 낙선시켜요’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선관위는 이 ‘낙선송’을 만든 누리꾼 4명을 선거법 93조 1항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
이런 식으로 뭐든지 선거법 93조를 밀고 나가는 검찰에 이길 자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들은 법의 원칙과 올바른 적용보다는 현행 악법을 자신들의 보스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트위터에서 김제동 못지않은 유명 정치인들의 투표소 인증샷은 왜 처벌하지 않는가를 성토하는 트위터 이용자들 ⓒ홍정욱 의원 트위터

■ 오로지 MB만을 위해 충성하는 법무부

이번 김제동 사건을 전담하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이상호 부장검사) 입니다. 대다수의 선거법 위반 수사는 공안1부가 맡는 것이 관행입니다. 그래서 이곳은 검찰에서도 소위 끗발이 있는 요직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김제동 씨를 수사하는 공안1부 이상호 부장검사가 어디 출신일까요? 바로 고려대학교 출신입니다. 알다시피 고려대학교는 대통령이 나온 학교입니다. 단지 김제동 수사와 고대 출신을 갖다 붙이는 것은 억지라고 하시는 분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법무부 주요 직책은 검찰과 법무부를 움직이는 핵심 요직을 의미합니다. 그곳에 자신의 사람이 있다면 검찰을 장악하기는 아주 쉽습니다. 이 요직에 어떤 사람들이 임명되었는지 보겠습니다.

전체 요직에 임명된 인물 중에 TK, 고려대 출신만 뽑아서 보니, 참여정부 시절에는 16명 중 3명뿐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는 22명 중 10명이 TK, 고려대 출신이었습니다. 특히 저 자료는 2010년 초반 자료이기에 이명박 정부가 취임 3년 이내에 검찰과 법무부 요직을 TK, 고려대 출신으로 물갈이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선거법을 전담하는 수사팀인 이상호 검사는 고려대 출신으로 대검공판송무부장을 거쳐 공공형사과장, 공안기획과장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공안 1부 부장검사로 임명된 자입니다.
제가 왜 김제동 씨가 상식선에서 선거법 위반은 아니지만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SNS 규제에 관한 ‘100분 토론’에서 트위터때문에 폐업위기까지 당했다는 시청자가 허위였다고 밝혀진 사건

김제동 씨 사건은 앞으로 총선과 대선을 MB 정권과 보수우익세력들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SNS의 폐해를 보여주는 방송과 그에 맞춘 방통위의 심의와 규제 그리고 조중동의 SNS 괴담과 겁주기, 검찰의 강력한 수사 대응 발표 등이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계속 나올 것입니다.

유명인 김제동도 검찰 조사를 받으니 나도 이제 트위터에서 조심하자는 생각을 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아니 트위터뿐만 아니라 블로그와 온라인 게시판과 뉴스 댓글도 모두 선거법 93조에 걸려 검찰에 기소되는 경우가 무수히 많아질 것입니다.

점점 임기 말이 다가오면서 자신들의 권력이 불안해지기 때문에 저들은 이제 더욱더 법을 이용해서 국민의 눈과 귀에는 차단막을 씌우고 입에는 재갈을 물릴 것입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래 봐야 벌금 100만 원입니다. 벌금 낼 돈이 없는 분들은 저라도 나서서 모금 운동을 해 드리겠습니다. 누구의 말처럼 우리 모두 쫄지 맙시다.

아이엠피터

“위대한 검찰로부터 위태한 대한민국을 구하라”

“위대한 검찰로부터 위태한 대한민국을 구하라” ‘검찰개혁’의 한목소리 담은 토크콘서트 ‘The 위대한 검찰’

“처음에는 분노가 치솟다가 나중에는 아무도 보고 싶지 않고, 내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생각되더군요. 가슴이 저미고 녹아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나를 기소한 검찰들이 불쌍해지더군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반드시 이건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검찰개혁의 기수가 되었습니다.”
지난 12월 7일 저녁,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검찰개혁 콘서트 ‘The 위대한 검찰’ 무대 위에 선 한명숙 전 총리의 회한과 결의에 찬 말입니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었다가 최근 1년 6개월 만에 무죄판결을 받음으로써 외마디 절규와도 같았던 ‘내가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란 말을 만인과 법 앞에서 당당하게 증명해냈습니다.
‘The 위대한 검찰’은 문재인 이사장과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가 공동 집필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발간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검찰권력의 폐해를 널리 알리고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욕구와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꾸려진 공연입니다.

한 전 총리, 정봉주 전 의원과 함께 1부 무대에 오른 김상곤 경기 교육감, 정연주 전 KBS사장, 민간인 불법사찰 피해자 김종익 씨는 모두 ‘정치검찰’의 표적·보복수사로 억울한 희생양이 될 뻔했다가 늦게나마 진실을 되돌려 받은 주인공들입니다.
검찰의 잇따른 표적수사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KO승을 거둬낸 한 전 총리는 “최근에 나를 ‘무죄녀’ ‘전문 피고인’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자신과 함께 가슴 졸여왔던 지지자들을 향해 환한 웃음의 안부로 공연 시작을 이끌었고, 정연주 전 KBS 사장은 네티즌들 사이에 크게 유행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 시리즈 패러디로 현 정부와 언론의 행태를 날카롭게 꼬집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행사는 신랄한 비판과 풍자로 초반부터 그 열기가 아주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김종익 씨가 불법사찰 피해를 이야기하며 여전히 눈물과 고통이 마르지 않았음을 피력했던 것처럼 출연진과 관객 모두는 검찰 문제가 정치적 영역을 넘어 이미 개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음에 크게 공감하며 검찰개혁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의사표현과 행동이 이어져야 함에 뜻을 모았습니다.
정연주 전 사장은 “다음 정부가 가장 역점적으로 개혁해야 할 대상은 검찰과 언론”이라고 강조했고, 특별게스트로 출연한 노종면 YTN 전 노조위원장은 “언론인은 칼이 아니라 펜으로써 사람을 죽인다”는 어느 검찰 인사의 말을 인용하며 “나쁜 검찰을 몰아내기 위해 펜을 갈고 또 갈겠다”며 검찰개혁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검찰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논의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진행한 2부 순서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문재인 이사장은 “우리나라 검찰은 세계 유례없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또한, 권력을 키우려고 정치권력과 유착하고 야합한다. 수사나 소환과정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등 인권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이명박 정부 들어 이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 이런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권위주의를 해체하지 않고는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참여정부 때 있었던 ‘평검사와의 대화’에 대한 배경을 묻는 질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평검사들에게서 정의감, 기개 같은 걸 기대했었다. 검찰개혁방안을 놓고 진솔하게 대화하며 건의사항도 받고, 검사들에게 주문하기도 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임으로써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려고 했는데, 검찰의 수준이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인회 교수는 “검찰 문제는 대한민국 건국 이후 계속 쌓여온 문제다. 정치권력과 함께 통치의 주체로 나서며 국민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다”며 검찰의 노골적인 기득권 지키기, 정치적 편향을 비난하고 “수사권과 기소권, 재판 관여, 형의 집행, 나아가 법무행정까지 검찰에게 너무 많은 권력이 편중되어 있다. 이 모든 것은 한 사람은 물론 조직의 운명을 결정짓는 강력한 권한이다. 검찰이 이 모두를 다 잘할 수 없다. 이는 각각의 전문 집단이 나누면 충분하다”고 지적했습니다.
‘The 위대한 검찰’은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밤 11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야 끝이 났습니다. ‘검찰개혁’이라는 무겁고 진중한 주제였음에도 마지막까지 무대와 객석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습니다.
특히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 시간(전혀 연출되지 않았고 절묘한 우연의 연속으로 이뤄진), 최근 변호사로 개업한 19년 경력의 전직 평검사와 강력반장 출신 32년 경력의 전직 경찰, 그리고 법을 공부 중인 학생의 연이은 ‘3色토크’는 이번 공연의 가장 인상적인 한 장면으로 기억될 듯합니다.
[봉하영상관] 검찰개혁 콘서트 ‘The 위대한 검찰’ 서울공연 전체영상
[봉하사진관] 부산공연 사진 보기 / 서울공연 사진 보기

‘무죄판결’ 이후에도 한명숙을 다시 샅샅이 뒤진 검찰 [항소심 1차 공판] 1년 7개월 만에 열려… ‘피고인 한명숙과 대한민국 검찰’ 출간돼

▲ 12월 5일 오전 뇌물 무죄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을 위해 서울고등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는 한명숙 전 총리
검찰이 항소를 했으므로 항소심이 열리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5일 서초동 고등법원 403호 법정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곽영욱 뇌물제공 의혹사건 항소심 1차 공판은 참으로 생뚱맞다는 느낌을 주기에 족했다. 1차 공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지 벌써 1년 7개월이나 지났다는 시간상의 문제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총리공관에서 식사 후 의자 위에 돈 봉투를 놓고 나왔다”는 곽영욱 증인의 진술을 유일한 증거로 기소를 감행한 검찰의 무모함에 대해 “곽영욱은 지금의 궁박한 처지를 벗어나려는 노력의 하나로 이 사건 뇌물공여 부분에 관하여 검사에게 협조적인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할 것이며, 나머지 정황증거들만으로는 한 전 총리의 혐의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한 전 총리에게 무죄판결을 내린 재판장의 논고가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재단까지 뒤집어 보고 싶은가

하지만 정치검찰의 집요함은 여전했다. 그동안 또 한 번 한 전 총리의 주변을 샅샅이 뒤진 모양이다. 한 전 총리의 남동생을 불러, 검찰이 조사한 가족 간의 금융거래 내역을 캐물었다. “5만 달러를 의자 위에 던져놓고 나왔다”는 기소내용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흠집내기에 불과한 이런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다. 동생은 수십 항목에 이르는 검사의 질문에 대해 모조리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검찰은 재작년 9월 <노무현재단>이 출범할 당시 한 전 총리가 수표로 출자한 5백만 원의 기금 출처까지 찾아냈다. 모자라는 액수는 동생들이 보태 어렵게 만든 출자금이다. 한 전 총리가 ‘달러’를 받은 것이 혐의라면, 그 달러를 또 1백만 원짜리 수표로 바꿔 출자금으로 낸 것이기라도 하는가. 그런데도 검찰은 재단 직원을 증인으로 불러, 출범 당시 기금조성 경위와 재단의 결재라인까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방청석에서 “검찰이 노무현재단까지 뒤집어 보고 싶은 게 아니냐”는 탄식이 나온 이유다.
이날 공판에도 황창화 보좌관이 언제나처럼 자리를 지켰다. 참여정부 때 국무총리실 정무수석으로 이해찬 전 총리와 한명숙 전 총리를 보좌했던 그는 이후 200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과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늘 한 전 총리의 주변을 지켰다. 그런 그가, 2009년 12월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검찰의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최일선에서 방어막을 치고 우군을 조직하고 변호인단을 꾸려 반격에 나서는데 앞장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그는 700일에 이르는 전 과정을 빠짐없이 기록했다.

정치검찰과의 전쟁, 그리고 역사의 기록

가감 없는 그 전쟁의 기록이, 한 전 총리의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는 날 <피고인 한명숙과 대한민국 검찰>이란 제목의 책으로 꾸려져 출판됐다. 그는 이 책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의 정치공작적 공격이 어떤 배경에서 시작됐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그런 공격에 대해 한 전 총리 쪽에서는 어떤 각오와 작전으로 맞섰는지를 세세히 밝히고 있다.
그는 서문에서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명제를 가슴에 새기며, 한 총리가 왜, 어떻게 두 차례나 형사법정에 서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어떤 고초를 겪었으며 어떻게 진실을 밝히고 무죄를 입증했는지를 소상히 기록했다”고 집필 이유와 책 출간의 의미를 분명히 선언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의 추천사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통해 한 총리가 겪었던 고초와 역경, 그리고 검찰과 권력이 저지른 만행을 기억하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좀 더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그 ‘기억’과 ‘분노’가 검찰개혁 그리고 정권에 대한 응징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나 역시 황 수석(주변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수석’이라고 부른다)과 마찬가지로, 1·2차 사건 포함 모두 30여 차례 재판을 한 번도 빠짐없이 지켜보았다. 때론 새벽 2시까지 진행되기도 한 그 힘든 재판을 항상 꼿꼿한 자세로 의연하게 견뎌내던 한 전 총리가 언젠가 딱 한 번, 의자에 앉은 채 허리를 90도 앞으로 꺾어 한참을 웅크리고 힘겨워하던 모습을 보았다. 또 한 번은 증인들이 나오지 않아 공판이 무산된 날, 뜻하지 않은 휴가를 얻었다며 보좌진들과 함께 근처 공원에 나들이 가 꽃밭에서 사진도 찍고 캔 커피를 마시기도 하면서 즐거워하던 모습도 생각난다. 얼마나 재판이 괴로웠으면…
▲ 12월 7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검찰개혁 콘서트 ‘The 위대한 검찰!’ (사람사는 세상 회원 후르츠님 사진)

“검찰이 주는 밥은 먹지 않겠다”

책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한 전 총리가 검찰에 체포될 당시 “검찰이 주는 밥은 먹지 않겠다”며 도시락을 준비해 가는 등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 반면, 검찰이 한만호 사건까지 만들어냈을 때는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시련을 겪을지, 지금은 주위에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하나 둘 떠나고 결국 홀로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는 등 얼마나 헤아리기 힘든 고통을 겪었는지, 그건 황 수석 같은 보좌관만 눈치챌 수 있는 몫이다.
그래도 황 수석은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 전 총리만큼은 스트레스를 덜 받았지 않았을까, 아니, 그렇게 힘든 한 전 총리를 보좌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아닐까, 책을 펼치며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지나간다. 그리고 프롤로그에 쓰인, 한 전 총리가 즐겨 부른다는 노래 <넬라 판타지아>의 가사 몇 구절에 눈길이 꽂힌다.
환상 속에서 나는 새로운 세상을 바라봅니다.
모두가 정직하고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저 떠다니는 구름처럼
깊은 곳까지 박애로 충만한 영혼을
환상 속에서 나는 밝은 세상을 봅니다.
심지어는 밤에도 어둡지 않은 세상을

한 전 총리에 대한 1차 사건 항소심 결심공판은 오는 16일 오후 2시 30분이다. 이렇게 한 전 총리에 대한 정치탄압이 길게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다른 한편에서는 야권통합 움직임이 용틀임 치고 있다. 확실히 역사적 전환기의 풍경이며 그에 따른 정치적 격동기의 풍경이기도 하다.

2011년 12월 10일
노무현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