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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ne 2, 2018

트럼프 "12일 김정은 만나겠다. 종전선언 나올 수도" 김영철 만나 '김정은 친서' 전달받아. "매우 좋고 흥미로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만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 받고 장시간 면담한 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발표했다.

이날 오후 1시15분부터 백악관에서 시작된 면담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오후 2시 35분까지 80분에 걸쳐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면담 후 백악관 집무동 밖에까지 나와 김 부위원장에게 차량 탑승을 안내, 면담 성과가 만족스러웠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과정에 몇분에 걸쳐 통역을 사이에 두고 김 부위원장과 대화를 나눴고, 북한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과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과도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후 기자들과 만나 "일이 잘 진행됐다"며 면담 성과에 대만족을 나타낸 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확정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겠다"며 "이날 회담에서 빅딜이 있을 것"이라고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오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며 남북미 종전선언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가 70년이 된 한국전쟁의 종전을 논의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느냐"고 기자들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며 "그럴 수 있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이 전달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선 "매우 좋고 흥미로웠다"고 만족감을 나타내면서도 "사실 아직 읽진 않았다"며 구체적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북한도 비핵화를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 역시 국가로서 발전하기를 원한다. 우리가 그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에서 대북 제재 문제도 논의됐음을 밝히며 "북한에 '최대의 압박'이라는 용어를 더는 쓰길 원하지 않는다"며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대북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인권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인권은 논의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논의될 수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우리는 (회담일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12일에 어떤 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 한번의 만남으로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다"며 "어쩌면 두번째, 세번째 만남이 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지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잘 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추가 회담을 시사하기도 했다.

6.12 싱가포르 회담에서는 우선 큰 틀의 합의만 도출하고 구체적 비핵화 및 체제보장-보상 협상은 추가회담을 통해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Friday, June 1, 2018

"'세월호 왜 세우냐'는 분들, 이거라도 아셨으면 해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485] < MBC 스페셜 > '누운 배 94일의 기록' 명순석 PD
[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지난 5월 10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옆으로 누워있던 세월호가 4년 만에 바로 섰다. ⓒ공동취재사진
세월호.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 세 글자만 보아도 마음이 덜컹 내려앉을 것이다. 참사 발생 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잊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는 그 이름 세월호. 지난 10일 참사 이후 줄곧 왼쪽으로 누워 있었던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진행됐다. 많은 이들이 방송과 인터넷 라이브를 통해 두 눈을 부릅뜨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MBC는 지난달 28일 < MBC 스페셜 > '누운 배 94일의 기록' 편을 방송했다. 이 다큐에는 세월호 직립 착공식이 있었던 지난 2월 6일부터 직립작업이 끝난 5월 10일까지, 94일의 기록이 담겼다.
100일 가까운 시간 동안 세월호 곁에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제작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지난달 30일 '누운 배 94일의 기록'을 연출한 명순석 PD를 서울 마포 '명 인터 미디어' 사무실에서 만나 제작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명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달 28일 세월호 직립 과정을 담은 < MBC 스페셜 > '누운 배 94일의 기록'을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이 나간 뒤 기분이 어떠셨나요?
"2월 6일 세월호 바로 세우기 착공식 겸 위령제를 했어요. 본격적인 촬영은 그때부터였죠. PD들은 방송 마치고 만족을 못해요. 배가 세워진 뒤에 내부 정밀 수색하거든요. 미수습자가 아직도 5명 남았잖아요. 그리고 중요한 게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아직 원인이 규명 안 됐잖아요. 배를 똑바로 세운 뒤 후속 취재까지 하고 싶었는데... 방송 일정 때문에 저희는 바로 세우는 과정까지만 담았죠. 아쉬웠어요."
- 이번 방송 기획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기획을 말씀드리면, MBC에서 먼저 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세월호 선체 조사위에서 직립 과정을 다큐로 담아줄 수 있겠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선체 조사위, MBC 관계자와 1월에 미팅도 했고요. MBC에선 '굉장히 좋은 다큐가 될 것 같다'고 했죠. 저 역시도 어른으로서 잘못한 부분도 있고 방송 PD로서 세월호 관련 다큐를 해보고 싶었어요. 선조위 제안이 있어서 1월부터 준비한 거예요. 본격적 촬영은 위령제 및 착공식부터 시작된 거죠."
- 방송 나간 후 반응은 어땠나요?
"방송 나가자마자 유가족인 건우 어머니에게 문자가 왔어요. '방송 잘 봤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아이들 절대 잊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셨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고 어떻게든 힘 보탤 것이다'라고 문자 보냈어요.
현대삼호 쪽에서도 연락 왔어요. 거기에서 진정성 있게 일 해줬거든요. 예산을 180억 원으로 세웠는데 몇 억이 남았대요. 남은 돈을 416가족 협의회에 전액 기부한다고 하더라고요. 현대삼호 쪽에서도 방송 잘 봤고 고맙다고 했고, 다른 분 반응은 모르겠어요. 방송국은 시청률이 중요하잖아요. 요즘 시청률이 잘 안 나오는데 그래도 선전한 것 같아요."
"이 다큐가 세월호 유가족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길"
명순석 PD ⓒ이영광
- 얼마 전 MBC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월호 당일 보도 화면을 자료로 쓰면서 문제가 됐어요. 같은 방송사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상황이라서 좀 난감했을 것 같은데...
"그때가 촬영 막바지였어요. 촬영장에서 기사를 봤죠. 난리 났잖아요. 사실 저희 쫓겨나는 줄 알았어요. 왜냐면 MBC가 잘못한 거잖아요. 그래서 유가족 계시는 곳에 들어가기 겁나더라고요. 나가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그렇진 않았어요. 저희 입장에서는 고의든 실수든 잘못을 크게 저질렀으니 이번 다큐로 조금 더 위로되시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자막 하나하나 내레이션 하나 하나 조심했어요.
영상은 찍는 것이니 상관없지만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어도 조심했죠. 예를 들어, 세월호가 목포 신항에 들어왔을 때  초반에 미수습자 4명이 발견됐잖아요. 그래서 작가가 시적인 언어로 '네 개의 별을 토해냈다'라는 멘트를 썼어요. 별은 이해되는 데 토해냈다는 단어가 걸렸죠. 그래서 '선생님이 나오시고 세 개의 별을 돌려보냈다'라는 식으로 내레이션을 바꿨어요. 그만큼 조심스러웠고, 이 다큐가 유가족 분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드리길 바랐어요."
- 그래도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잘못한 몇 명 제외하면... 최승호 사장님부터 사과했고 지금 있는 구성원들은 그동안 핍박받다가 새롭게 일하는 분들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유가족들이) 진정한 사과로 받아들이신 것 같고 저는 거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저는 이번 다큐를 통해 조금이라도 잘못을 사죄하는 방송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 94일이란 날짜는 어떻게 나온 건가요?
"2월 6일 착공식부터 5월 10일까지가 94일이에요. 물론 촬영은 그 전부터 했어요. 세월호 선조위 사무실에서 한 사업 설명회를 찍기는 했는데 그건 준비 과정의 기록이고 본격적인 기록의 시점을 2월 6일로 잡은 거죠."
- 그 전에 세월호 관련 다큐를 촬영한 경험이 있나요?
"저는 없어요. 416연대 기록 다큐팀이 있잖아요. 거기에 선후배 PD가 많이 참여했어요. 저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다른 일 하면서는 하기 힘들었어요. 그러면서 머릿속에는 이 아픔을 다큐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늘 가지고 있었는데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 거죠."
- 그럼 부채의식 같은 게 있었을 거 같아요.
"그렇죠. 하고 싶었고 PD로서 해야 하는 건데 참여를 못 하니 저 스스로 고민스러웠어요. 그리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데 뒤늦게라도 왜 바로 세우기를 해야 하는지 그 과정을 담게 되어서 좋았죠."
- MBC에서 제의 왔을 땐 어땠어요?
"어떤 식으로든 세월호 다큐를 만들고 싶었는데 망설여진 부분은 딱 하나였어요. 시간이 많이 걸리잖아요. 더구나 현장이 목포에 있고요. 제가 현재 작은 회사를 꾸리고 있는 중인데 영세한 곳인데다 제작하는 다른 프로그램도 없어서 유지가 힘들어요. 3개월 이상 촬영을 해야 했고 카메라맨도 많아야 했어요. 그런 걸 고려했을 때 제가 제작하기엔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었어요. 하고 싶었지만 회사 차원으로 생각하면 어려운 상황이었죠. 그래도 '해보자' 한 거죠."
- 지금 되돌아보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세요?
"잘한 거죠. 그 결정 하고 나니 속이 편하던데요. 돈이 얼마가 들어도 잘 만들자고 했어요. 돈이 얼마가 든다고 해도 좋은 다큐멘터리로 남아 앞으로 도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에 그 결정 빨리할 수 있었어요."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세 가지 목적
지난 5월 10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옆으로 누워있던 세월호가 4년 만에 바로 세워졌다. ⓒ유성호
- 방송분을 보면,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다가 중간에 직립일 상황을 삽입하셨던데 이유가 있을까요?
"전체 구성은 그날의 일이에요. 5월 10일이라는 하루의 기록인데 그때를 기점으로 5월 10일이 오기까지 과정이 있잖아요. 바로 세우기 위한 작업 과정이 있고 유가족은 그들대로 중간 중간 일들이 있었죠. 5월 10일이라는 날을 기준으로 오가는 구성을 만든 거죠."
- 어떤 사람이 밤에 아이들 사진에 비비탄 총을 쏜 장면이 나오던데요.
"컨테이너에서 어머님들이 숙식하세요. 전날 밤 10시 이후인 것 같아요, 어머님들 말에 의하면 폭주족 비슷한 차가 왕왕거리면서 지나갔대요. 그땐 '왜 이리 시끄럽냐' 정도였는데 이튿날 보니 그런 거죠. 그래서 폭주족 사람들이란 의심을 하시고 인양분과장님이 CCTV 확인한다고 하셨는데 저희는 못 오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까지 못 담았죠."
- 어디에 중점을 두고 이번 다큐를 만드셨나요?
"제목이 '누운 배 94일의 기록'이잖아요. 바로 세우는 목적이 미수습자들 더 찾기 위해서잖아요. 또 침몰 원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명확히 규명된 건 하나도 없잖아요.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적폐를 바로 세운다는 거죠. 이 세 가지가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목적이거든요. 방송 중간 중간 멘트가 나갔어요. 그런 부분을 가지고 뼈를 만들어서 간 거죠."
- 마지막 부분에서 세월호 내부를 담으셨던데.
"내부 모습은 꼭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배 안에서 아이들이 뛰어놀았고 4월 15일 잠을 잤죠. 아이들이 부푼 마음으로 갔을, 수학 여행길의 마지막 장소라서 꼭 보여주고 싶었죠. 시청자들이 그걸 보고 비록 지금은 망가졌지만, 저 안에 차가 있었고 등등... 침몰 전 모습을  상상하면 좋겠어요."
- 방송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보면 다를 것 같아요. 실제 내부 모습은 어땠나요?
"저는 2월 5일 밤에 목포 신항에 가서 세월호를 봤어요. 불이 켜져 있었는데 유가족분이 옆을 지나치며 아이들이 옆으로 매달려 있는 거 같다는 말씀을 하더라고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하늘로 올라간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바로 세워서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부에선 특히 기관실이 굉장히 위험해요. 저희도 처음 갔을 땐 못 들어갔는데, 소장님 설득해서 선조위 사무처장님하고 같이 들어갔거든요. 촬영하는 사람은 그런 위험 요소를 생각하고 가긴 하는데 '이게 과연 배였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A데크, B데크가 객실이고 C데크, D데크가 화물칸이고 E데크가 기관실이에요. 저희는 기관실까지 들어간 거죠. C, D데크는 넓어요. 기관실은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곳이에요. 기관실은 일하는 사람 이외엔 못 들어가는데 거기서 일반인 유해가 나왔어요. 물에 쓸려 들어간 거죠. 기관실 쪽은 그 당시에도 위험했어요. 미끄럽고 뻘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제작하는 사람 입장에선 위험보다는 저곳에 어떤 의문이 있을지가 더 궁금했어요."
- 촬영하며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않았는데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촬영 초반엔 유가족분들이 마음을 안 열어주셨어요. 거기에선 416연대 기록단이 상주하며 촬영하고 있었거든요. MBC 이미지가 달라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과거의 그런 껄끄러움이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 MBC 스페셜 >로 다큐 한다고 잘 설명해드렸지만 저희와 거리를 두는 게 보였어요. 저희는 빨리 친해져야 할 분들인데... 제가 416연대에서 활동했다거나 이전에 유가족들을 만난 것도 아니어서 같은 마음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밤에 야식을 사가지고 가서 같이 먹기도 했고요, 매일 출근해서 촬영 전에 유가족 컨테이너에 가서 인사드리고 그랬어요. 유가족분들 마음을 열기까지가 가장 힘들었죠."
- 촬영하며 느낀 점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늦게 애를 낳았지만 비슷한 부모 세대거든요. 젊은 부모 중 한 명일 수도 있어요. 저 역시 부모 마음이었어요. 저렇게 만든 원인이 뭘까 생각하게 됐죠. 같은 부모로서 분노가 있었고 그 다음 감정은 창피함이었어요. 직접 와서 보니 마음으로 와 닿는데... 분향소 있을 때 안산 간 것 외에는 없거든요. 그런 부분 때문에 굉장히 미안했어요. 세월호를 왜 세워야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면서 이게 반드시 세워져서 유가족분들이 원하는 정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부모님들은 세월호가 바로 서는 것이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했어요. 사실 전 잘 이해를 못 했는데, 현장에 가보니 알겠더라고요."
"대한민국의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했다"
세월호 참가 유가족들이 지난 5월 10일 오전 전남 목포신항에서 옆으로 누워있던 세월호 바로 세우기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유성호
- 촬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엔 세월호 현장 일반인 참관시간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님도 있었고 (세월호 희생자들) 또래인 대학교 2학년 학생들이 단체로 온 적도 있었어요. 특히 4월 말 비 오던 일요일에는 목포 소재 여고생들이 단체로 왔는데 세월호 모습을 보고 우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왜 우냐고 물어보니 '저 안에 언니·오빠들이 며칠 동안 얼마나 춥고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고 왜 어른들이 빨리 구해주지 않았을까란 생각에 어른들이 미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대한민국의 같은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했고 더 이상 질문을 하지 못했어요. 집에 있는 우리 딸도 같은 생각이겠구나 했지요.
제가 20여 년 동안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처음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뷰어 앞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4월 15일 밤 노란나비를 만들고 있는 유가족 컨테이너에서 어머니들께 질문을 하고 있었어요. 건우 어머님이 정문 앞에 있는 아이들 사진을 매일 닦으며 '이 사진 속에 우리 아이가 없었으면 난 유가족이 아닐 텐데'라고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로서 꿈같은 간절함이 느껴졌어요. 원래 PD는 인터뷰어 앞에서 감정을 비치면 안 되는데 그때 처음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다신 이런 일어나지 말아야죠. 아픈 일로 인터뷰하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 이번 다큐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일부에선 '돈 그렇게 들여서 굳이 세워야 하냐'고도 말해요. 그런 분들이 방송을 보시고 왜 이 배가 세워져야 하는지 그 이유를 한 가지라도 알면 좋겠어요."

Thursday, May 31, 2018

김명수 대법원장, "'재판 거래' 엄중징계, 자료공개. 형사조치 의견수렴" 대국민 담화문 발표 "'좋은 재판' 하는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겠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31일 전임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파문과 관련, "국민의 질책을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계기로 삼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징계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며, 조사자료 중 의혹 해소를 위해 필요한 부분의 공개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지난주 특별조사단이 발표한 참혹한 조사 결과로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행정권 남용이 자행된 시기에 법원에 몸담은 한 명의 법관으로서 참회하고, 사법부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최대 논란인 '양승태 형사고소'에 대해선 "그러나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대법원이 형사조치를 하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에 저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 '전국법원장간담회', '전국법관대표회의' 및 각계의 의견을 종합하여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상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그러면서 "저는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절차와는 별개로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겠다"며 "먼저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가 사법행정권이라는 이름 아래 재판의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고 재판기관인 대법원을 운영하는 조직과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원행정처의 조직을 인적·물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법원행정처를 대법원 청사 외부로 이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며 "법원행정처에 상근하는 법관들을 사법행정 전문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한 노력도 조속히 시작하겠다"며 해체 수준의 법원행정처 개혁을 약속했다.

또한 "법관의 서열화를 조장하는 승진 인사를 과감히 폐지하는 등 사법부 관료화를 방지할 대책을 시행하여, 법관들이 인사권자나 사법행정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남용의 우려가 상존하는 사법부 내의 수직적이고 관료적인 의사결정 구조 역시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이미 제안한 바 있는 수평적인 합의제 의사결정구조로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의 재판에는 누구도 부정한 방법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최소한의 믿음을 얻지 못한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존립의 근거가 없고 미래도 없다"며 "사법부는 향후 국민들께서 주시는 모든 채찍을 달게 받으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좋은 재판’을 구현하는 법원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文대통령 "남북경협에 대비해 재정 역할 준비하라" "혁신성장 아직 성과 안 보여", "최저임금 부작용 대책 강구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서도 미리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남북과 북미 관계가 개선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면 우리 경제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재정 준비'는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지출과 세금 신설(세칭 통일세) 모두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돼, 독일이 통일후 도입한 '연대 부가세(solidarity surcharge)'가 향후 본격적으로 검토의 벤치마킹 모델이 될 전망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회복이냐 침체냐를 놓고 정부여권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경제상황과 관련해선 "작년에 3%대 성장을 회복, 올해 1·4분기에도 1.1%의 성장률을 기록해 올해도 3%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1·4분기 중 전체 가계소득은 전년동기대비 3.7% 증가했고 임시일용직 근로자가 감소하고 상용직 근로자가 증가하는 등 고용의 질도 개선됐다. 여러 거시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는 전체적으로 좋아지고 있고 재정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회복론'에 방점을 찍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우리 정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혁신성장에 대해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주시고, 더욱 규제혁파에도 속도를 내 주시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논란에 대해선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 증가와 격차 완화, 중산층 가구의 소득증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라며 "이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할 때 우리가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다만 분명한 것은 고용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그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더 높게 증가하여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된 반면, 고용에서 밀려난 근로빈곤층의 소득이 하락했다는 사실"이라며 "그 결과, 근로자 가구는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으나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감소가 가구소득격차 확대의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이 줄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일 수 있으므로 정부는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며 "철저한 점검과 함께 소득하위계층, 특히 고령층의 소득 감소에 대한 대책을 더 강화해주길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지시했다.

文대통령 "최저임금 인상은 긍정적 효과가 90%" "당정, 긍정 효과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해야"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최빈층 소득 감소로 빈부격차가 최악으로 벌어진 것과 관련, "이를 소득주도성장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는데, 이에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 1세션이 끝난 뒤 마무리발언에서 "1·4분기 가구소득 1분위 소득이 많이 감소한 것은 아픈 대목으로, 당연히 대책이 필요하다"면서도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통계를 보면 고용시장 내 고용된 근로자 임금이 다 늘었고 특히 저임금 근로자 쪽 임금이 크게 늘었다. 상용직도 많이 늘고 있고 근로자 가구 소득도 많이 증가했다. 최저임금 증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긍정 효과"라면서 "영세자영업자 등에 따른 문제는 검토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만 이것은 별개 문제로,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를 충분히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 긍정적 효과가 90%다"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에 대해 완벽하게 설계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당정은 긍정 효과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해야 한다"며 거듭 당정에 적극적 대응을 지시했다.

Wednesday, May 30, 2018

'양승태 사법농단' 피해자들 절규 "이 나라가 법치국가 맞습니까?" '재판거래' 피해자들, 양승태 처벌 촉구 기자회견... "가만 두어선 안 된다"

 KTX해고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KTX해고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거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거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가만두어선 안 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의 대법원에서 벌어진 '사법 농단' 피해자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사법부를 '최후의 보루'로 여겼다는 점에서, '재판 거래' 의혹을 받는 판결 이후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그들의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다.

초여름 더위가 시작된 30일 오후 1시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 동문 앞에는 각양각색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짙은 남색의 '금속노조' 조끼를 입은 조합원과 검은색 정장을 입은 중년 여성, 한쪽 어깨에 가방을 멘 청년까지 50여 명이었다.

내리 쬐는 햇볕 아래에서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동고발 입장발표"라고 쓴 녹색 현수막을 펼쳤다. 맨 하단에 열거해 놓은 주최 단체는 '키코공동대책위원회' 포함 13개나 됐다. 지난 2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특조단)이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내세운 재판 관련자들이다.

이틀째 대법원 찾은 해고 승무원들... "양승태 처벌하라"
 KTX해고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KTX해고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마치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무산 스님 영결식 참석한 양승태 30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 신흥사에서 열린 설악 무산 대종사의 영결식에 참석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 무산 스님 영결식 참석한 양승태 30일 강원 속초시 설악산 신흥사에서 열린 설악 무산 대종사의 영결식에 참석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고 승무원인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은 "오늘로서 4474일째 투쟁하고 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 서부역 천막농성장에서 한뎃잠을 자는 등 13년째 고통받고 있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아직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라며 "이 문제를 만든 모든 사람을 처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은 전날 사법농단의 피해자로서 가장 먼저 대법원에 찾아와 항의했다. 항소심까지 승소했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이 대법원에서 뒤집어졌고, 이후 한 해고 노동자가 생활고 등으로 목숨을 끊었다.

한 사람의 생명까지 좌우한 판결이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내부보고서에 이를 청와대와의 '협상카드'로 기재했다. 전날 해고승무원들이 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정을 기습 점거한 이유다. 이 과정에서 김 지부장은 "내 친구를 살려내라"라며 울먹였다.

10년째 복직을 요구하며 싸우고 있는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역시 '양승태 대법원'에서 소송 결과가 뒤바뀐 당사자다. 이 자리에서 "하루하루가 정말 절박하다"라고 토로한 그는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조사보고서를 보고 정말 기가 찼다"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 포함,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정리해고된 154명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고등법원까지 승리했지만 대법원에서 결과가 뒤집히고 말았다.

김 지부장은 "대법원이 최선의 판결을 최악의 판결로 되돌려줬다"라면서 "그 판결 이후 4명의 동료를 떠나보냈다"라고 토로했다.

12년째 복직투쟁 중인 이인근 콜트콜텍지회장 역시 "사법부가 노동자의 아픔에 함께하기 보다는 아픈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라면서 "그것이 권력과 거래 속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더욱 분노스럽다"라고 일갈했다. 강석현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중소기업 죽이기 판결로 사업주는 죽거나, 병에 걸리거나, 경제사범이 되었다"라고 분노했다.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
 '법원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며 구속과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법원 사법농단 피해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고발하며 구속과 강제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거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전국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거래'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과 판결 원상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 이희훈
오후 1시 정각에 시작한 기자회견은 피해자들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40분을 훌쩍 넘겼다. 황당한 심경을 모두 털어놓기에 허락된 시간은 몹시 부족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친누나 이경진씨는 "무슨 말을 먼저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손에 든 흰색 피켓은 부들부들 떨렸다. 이씨는 "청와대와 사법부가 재판을 두고 물밑 거래한 정황이 분명한데도 (이 전 의원이) 아직 갇혀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며 "이 나라가 법치주의 국가가 맞느냐"라고 되물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내란음모죄는 최종 무죄로 결정됐지만, 내란선동 등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면서 5년째 수감중이다. 이 사건 역시 '양승태 대법원' 내부 보고서에 "청와대 국정운영 협조사례"로 기재돼 있다.

이사랑 진실의힘 간사는 사법부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고 외쳤다. '양승태 대법원'에서 이미 위헌으로 결정된 긴급조치 관련 사건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회피하는 판결을 내린 것을 성토한 것이다. 이런 판결들은 역시나 '협조사례'로 기재됐다.

이 간사는 "손해배상은 국가가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아주 최소한의 사죄"라면서 "이런 판결은 진실규명을 위한 피해자들의 노력과 삶에 대한 쿠데타"라고 강조했다.

사법농단 피해자들은 오는 6월 5일에 양 전 원장과 사건 관련자 전부를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동시에 특조단이 공개하지 않고 봉인한 사법행정권 남용 보고서들을 전부 공개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금의 위태로운 사법부가 바로설 때까지 끈질기게 노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대법원 민원실에는 김명수 현 대법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면담요청서가 하나둘 쌓였다. 잇따른 기자회견으로 경찰병력이 배치된 대법원 문 앞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족문제연구소, 긴급조치피해자모임 등이 준비해온 면담요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대기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전국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정미정 총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 철도노조 양한웅 수석부위원장,이한일기획총괄심의관, 김환수 비서실장.
KTX 해고 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전국철도노조 KTX열차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 정미정 총무,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 철도노조 양한웅 수석부위원장,이한일기획총괄심의관, 김환수 비서실장.ⓒ 이희훈
 KTX 해고 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KTX 해고 승무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이희훈
한편, 전날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했던 KTX 해고 승무원들은 이날 오후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해고 승무원들은 자신들의 사건에 대해 대법원의 '직권재심'을 요청하며 "대법원의 잘못된 판결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다. 대법원 스스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 비서실장은 "대법원이 여러 각도로 의견을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늦지 않는 시간 내에 관련 내용을 발표하겠다"라며 "모든 의견을 대법원장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하겠다. KTX 해고 승무원들의 아픔을 이해한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그:#양승태#KTX

이탈리아, '제2의 그리스'되나…세계금융시장 '유럽불안' 증폭

유로화 존속에 우려 제기…"伊 부채·EU 정세, 2012년 재정위기 연상"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오성운동 디마이오 대표 [EPA=연합뉴스]
지지자들과 인사하는 오성운동 디마이오 대표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이탈리아 정국 불안이 유럽 경제 향방에 대한 우려를 키우면서 유럽을 넘어 미주, 아시아 금융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29일(현지시간)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와 유럽·미국 금융주, 유로화를 팔아치우고 미국·독일 국채, 미국 달러, 스위스 프랑 등 안전자산을 사들였다.
뉴욕 증시의 금융부문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금융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7% 급락했다. JP모건체이스 주가는 4.27%, 모건스탠리는 5.75% 떨어졌다.
밀라노 증시의 은행주들도 4∼5% 이상 급락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 차(스프레드)는 장중 한때 3.2%포인트(320bp)까지 치솟았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2.7594%까지 하락했다.
유로는 급락세다. 유로화 환율은 작년 7월 이후 최저인 유로당 1.1539달러까지 밀렸고 스위스프랑에 대해서도 작년 10월 이후 최저인 유로당 1.14403프랑까지 내렸다.
아시아 시장도 30일 오전 급락세를 보였다. 오전 11시 20분 현재 일본 닛케이지수는 1.52% 내렸고 한국 코스피는 1.82%, 홍콩 항셍지수는 1.45%, 상하이 종합지수는 1.47%의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이탈리아 정치 혼란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탈리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전망 때문이다.
뉴욕증시 [AP=연합뉴스]
뉴욕증시 [AP=연합뉴스]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3월 총선 승리 이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한 혼란스러운 상황은 이미 수개월째 지속됐다.
하지만 오성운동이 극우 동맹과 손을 잡자 이번엔 유로존 3번째 경제국인 이탈리아에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 반대하는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번졌다.
킷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외환전략 책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올여름 재선거로 간다면 단일통화(유로)를 둘러싼 실질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금융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떻게 이 사태를 벗어나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이탈리아발(發) 불안이 진짜 위기로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재무부의 고위 관리는 이탈리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가 유로존 안에서 심대한 변화를 일으키지 않고 일을 해결해 간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유럽이 2012년 그리스발 재정위기의 늪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점을 기억하면서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크고 부채도 많은 이탈리아가 흔들린다면 유럽과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줄 것이란 우려를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제 규모는 1조7천169억유로(2천141조원)로 독일, 프랑스에 이어 유로존 3위다. 그리스(1천777억유로)의 10배 수준이다.
여기에 이탈리아 국가 부채는 2조3천23억유로(2천871조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30%를 넘는다.
런던 금융허브 [EPA=연합뉴스]
런던 금융허브 [EPA=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오성운동과 동맹이 내놓은 국정운영안은 재정지출 확대, 연금개혁안 폐지 등으로 연간 1천억유로(약 125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이탈리아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란 불안감도 크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고 더 나쁠 수도 있다"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둘러싸고 EU의 맏형격인 독일과 유로존 '주변국'간 정치적 균열이 엿보인다는 점에서도 그리스 부채 위기를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에도 채무국들의 개혁 의무를 강조한 독일과 남유럽 채무국들이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독일 국적의 귄터 외팅거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금융시장 불안 때문에 이탈리아인들이 포퓰리즘 세력에 투표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탈리아 정치인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로이터통신은 이탈리아 경제 규모가 그리스의 최소 10배에 달한다면서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 구제금융에 2천500억유로(약 315조원)를 쏟아부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이탈리아에 필요한 지원 규모는 '엄청날(eyewatering)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IMF가 화력을 집중해 5천억유로를 끌어모으고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최대한 4천억유로를 끌어와도 이탈리아를 완전히 커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스먼드 라크먼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최근 블로그에 "이탈리아 경제는 부채 위기로 유로존 근간을 흔든 그리스의 10배"라며 "이탈리아가 이탈한다면 유로화는 현재 형태로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erora@yna.co.kr

선관위, 안철수의 지하철내 '공약 브리핑' 조사 착수 서울시 선관위 "사전선거운동 위반 소지도"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30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공직선거법상 연설이 금지된 지하철에서 공약 발표를 한 데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안 후보는 지난 28일 국회에서 경부선, 중앙선, 경원선, 경의선, 경인선, 경춘선 등 서울시내를 가로지르는 국철 6개 노선 57km를 전면 지하화하고 철길을 산책로로 꾸미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울개벽 프로젝트' 공약을 발표한 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노량진역부터 금천구청역 구간을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공약을 설명했다.

안 후보는 당시 지하철에서 공약 브리핑을 하면서 "오늘 제가 지하철에 와서 설명을 하는 이유가 서울시민들께 오늘 제가 발표한 공약 설명드리러 왔다. '서울 개벽 프로젝트'"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공직선거법 상 지하철에서의 연설은 금지돼 있다는 것. 공직선거법 제80조의 3은 '선박·정기여객자동차·열차·전동차·항공기의 안과 그 터미널구내 및 지하철역구내' 등을 연설 금지장소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 후보 캠프 핵심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해서 (지하철) 구간을 보면서 설명한 것"이라며 " 선거법 위반이라는게 대중연설과 대담을 하고 그래야하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안 후보의 공약 발표는 사전선거운동 금지 위반 소지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공개장소에서의 연설, 대담은 공식선거운동이 개시되는 31일 이후 가능하며, 예비후보 기간에는 공개장소에서의 연설, 대담등의 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위반 소지가 많다"며 "흔히 유세라고 하는 것은 내일부터 가능하다. 사전선거운동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콜센터는 '80cm 닭장'..화장실 오갈 때도 "출발" "착석" 보고

[창간30돌 특별기획 - 노동 orz]
2부 '샌드위치 노동자', 콜센터 상담원 ① 물샐 틈 없는 노동 감시

좁은 자리엔 모니터와 전화기·헤드셋
관리자는 모니터에 눈 고정하고
누가 전화 덜 받는지 '전자 감시'
볼일 볼 때도, 물 마실 때도 보고받아
"화장실 순서 정해진 곳도 있어"
커피도 물도 끊고 최대한 참는 수밖에

[한겨레]
일러스트 이재임
<한겨레>는 창간 30돌 특별기획 ‘노동orz’를 통해 낮게 웅크린 우리, 노동자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의 부속품이 되어 낮밤을 바꿔가며 일하는 맞교대 노동자의 삶과 일터가 첫 번째 장면이었습니다.
이번엔 ‘사무직 공장’(White-collar Factory)이라 불리는 노동 현장, 콜센터입니다. 70~80㎝ 간격의 좁은 칸막이 사이에 앉아 종일 전화를 받는 상담원들의 삶이, 밀려드는 부품을 꾸역꾸역 조립하는 공장 노동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기 너머 마주하게 되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노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서울 서남권의 한 홈쇼핑 콜센터가 두 번째 현장입니다.
콜센터 지원서를 쓰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원서는 간단했다. 이름과 성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주소, 고졸인지 대졸인지 기재하는 최종학력과 경력사항만 적으면 끝이었다. 회사는 지원자에게 왜 콜센터 상담원이 되려 하는지, 어떤 각오로 일할 것인지 묻지 않았다. 채용 안내문에 나온 “1분 안에 지원 가능”이란 문구가 새삼 눈에 들어왔다. 언제 어디서 무슨 아르바이트를 했는지 좀 더 빨리 떠올렸더라면 정말로 1분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써넣은 글자 수를 세어보니 합쳐도 200자가 되지 않았다. 혹시 항목을 빼먹은 건 아닐까 두세 번 스크롤을 올렸다 내렸지만 빠진 건 없었다. 회사가 지원자에게 궁금한 것은 더 없어 보였다. ‘제출’ 버튼을 눌렀다.
두 시간쯤 뒤 전화가 왔다. “서류전형에 합격했으니 내일 오후 면접 보러 오세요.” 다음날 면접이 끝나고 세 시간도 지나지 않아 어제와 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최종 합격했으니 월요일부터 출근하세요.” 그때가 지난 2월23일 오후 4시30분께였다. 기자는 약 48시간 만에 지원서 작성과 면접을 마치고 한 홈쇼핑 회사의 콜센터 아웃소싱 업체 상담원이 됐다.
콜센터는 서울 서남권에 있다. 이 지역에는 다양한 회사의 콜센터 아웃소싱 업체가 밀집했다. 기자가 취직한 콜센터 아래층에는 전자제품 판매회사의 콜센터가 있고, 건물을 나오면 저축은행 콜센터가 있다. 조금 더 걸으면 컴퓨터 제조회사의 콜센터가,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는 보험사 콜센터와 카드사 콜센터, 통신사 콜센터도 있었다. 콜센터 상담원을 했던 김진숙(가명·이하 모두 가명) 언니(동료를 부르는 일반적 호칭)에게 “왜 여기 콜센터가 몰려 있느냐”고 물어보니, 땅값이 비교적 싼 지역이라 그렇단다. 하긴 콜센터가 굳이 땅값 비싼 곳에 있을 이유는 전혀 없다. 부산이든 제주도든 전화와 인터넷이 되고 일할 사람만 있으면 된다. 2006년에 한국노동연구원이 낸 보고서를 보면, 10년도 더 전부터 기업들은 콜센터 상담원을 고용하는 대신 아웃소싱해 비용을 줄여왔다. 콜센터는 돈을 벌어오는 부서가 아니어서 늘 외주화의 1순위였다. 그래서 콜센터 상담원은 광화문이나 강남으로 출근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기자가 일했던 콜센터의 전경. 좁은 칸막이로 나뉜 상담원의 자리엔 모니터와 전화, 헤드셋 등이 놓여있다.
■ 내 직장은 닭장 업종은 다르지만 일이 같으니 콜센터의 풍경은 어디나 비슷할 것이다. “닭장이지 닭장.” 출근 첫날 상담원 휴게실에서 한 언니가 하는 얘기를 들었다. 상담원의 유일한 쉼터인 휴게실에는 동그란 테이블 몇 개와 의자, 길쭉한 소파 하나, 냉장고, 전자레인지, 커피 자판기가 있다. 네모반듯하게 ‘깍둑썰기’ 하듯 규격화된 업무 공간 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공간이다. 언니는 편의점에서 산 네모난 도시락을 펼쳐놓고 또 다른 인스턴트 도시락을 먹고 있는 동료 언니에게 작은 목소리로 푸념했다. “양계장에서 닭이 알 낳는 기분이 이런 건가 싶어. 앉아서 종일 전화받는 거”.
닭장이란 단어는 이미 익숙했다. 콜센터 취업을 준비하며 포털사이트의 콜센터 상담원 카페에 들어갔을 때 ‘닭장’이란 단어를 종종 접했다. “몸에 딱 맞는 닭장에 갇혀 기계처럼 알만 낳는 느낌이었어요.” “화장실 가는 시간도 눈치 보이고 온종일 닭장에 갇혀 있다가 나오는 것 같아요.”
좁은 공간에 갇혀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같은 일만 반복하는 공간. 국외 연구자들은 콜센터를 ‘화이트칼라 공장’(White-collar Factory), ‘전자 착취 공장’(Electronic Sweatshop) 등의 이름으로 부르곤 한다.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업무 특성을 볼 때 콜센터와 컨베이어 벨트 공장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5일간의 교육을 받은 뒤 기자는 ‘닭장’에 투입됐다. 2월26일 첫 출근에서 마주한 콜센터의 모습에 기자는 주눅이 들었다. 200명은 돼 보이는 상담원이 쉴 새 없이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통화에 열중하고 있었다. 센터 문을 열면 파란색 칸막이로 나뉜 콜센터의 워크스테이션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는데, 10명이 서로 마주 보면서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책상이 20개는 넘어 보였다. 문에서 가장 먼 안쪽 자리까지 가려면 못해도 오십 걸음은 걸어야 했다. 수많은 상담원을 지나쳐 한참을 걸어가야 해 어떤 언니들은 그 길을 ‘런웨이’라고 불렀다. 런웨이를 따라 걸으면 칸마다 통화 중인 상담원의 뒤통수만 보였다.
기자의 자리는 문에서 멀지 않았다. 파란색 칸막이로 앞면과 양옆, 삼면을 메운 200여개의 자리 중 한 곳이었다. 자리가 다들 똑같이 생겨서, 한동안 칸막이 위에 붙은 이름을 보고 자리를 찾아야 했다. 자리의 폭은 약 70~80㎝ 정도. 모니터 두 개가 에누리 없이 딱 들어가는 공간이었다. 왼쪽 모니터 앞에는 전화기가 있었고, 전화기에는 마이크가 달린 헤드셋이 연결돼 있었다. 출근 첫날, 맞은편 상담원은 이미 출근해 전화를 받고 있었다.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상담원 언니는 이내 다시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바빠 보여 차마 말을 건넬 수 없었다. 정수리에 대고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았다.
기자는 오전 11시에 출근해 저녁 8시에 퇴근하는 시간대를 배정받았다. 홈쇼핑은 365일 24시간 방송된다. 당연히 콜센터도 24시간 돌아가야 한다. 아침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상담원은 소수였고 대부분의 상담원은 제각기 다른 시간대에 근무했다. 오후 3시에 출근해 자정에 퇴근하는 팀도 있었다. 밤늦게까지 일해야 해서 다들 기피할 줄 알았는데, 야간수당이 붙고 ‘투잡’을 뛰기에 유리한 시간대라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고 했다.
자리에 앉아 칸막이에 걸려 있는 헤드셋을 쓰니 콜센터에 왔다는 실감이 났다. 앞으로 이곳에서 하루에 8시간 전화를 받을 것이다. 컴퓨터 바탕화면엔 직전 상담원이 적어놓은 듯한 메모가 빼곡했다. “전화 끊기 전에 꼭 ‘더 궁금하신 점 없습니까’ 물을 것!”, “해요체 ×”, “주문번호 □□□□□□ 다시 확인”, “기준 외 반품 처리법: △△△△△△△△△.” 메모로 볼 때 이 자리의 전 주인은 ‘다나까’로 끝나는 말투를 쓰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상표를 제거한 옷을 반품하겠다는 고객의 전화를 자주 받았을 것이다. 메모를 하나씩 읽다가 “전산(콜을 받고 주문 등을 입력하는 내부 시스템)에 빨리 로그인하라”는 관리자의 말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누가 전화 덜 받는지 실시간 체크…엉덩이 뗄 수 없었다
■ 화장실도 자유롭게 못 가는 곳 업무 자체는 단순했다. 콜센터로 오는 전화는 크게 ‘주문’과 ‘시에스’(CS, Customer Satisfaction)로 나뉜다. 주문은 말 그대로 방송에 나오는 상품을 주문한 고객의 집으로 배송해주는 것이고 시에스는 반품, 교환 등 주문 외 고객의 모든 요구사항을 뜻한다. 교육을 받을 때 주문, 반품, 취소, 교환, 포인트 적립, 에이에스(AS·애프터서비스) 신청, 상품 불만 접수, 회원가입 탈퇴 등 고객이 걸 수 있는 전화 유형에 어떻게 응대하면 되는지 적혀 있는 스크립트를 받았다. 매우 꼼꼼하게 적혀 있어 ‘이것만 있으면 걱정은 없겠다’ 싶었다. 오산이었다.
현장에는 교재에는 나오지 않는 언어들이 있었다. 3월5일, 신입사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관리자가 신입들을 모아놓고 주의사항을 전했다. “화장실 갈 때는 꼭 메신저에 ‘화출’, ‘화착’이라고 남기세요.” 화출? 화착? 두 단어를 인터넷 국어사전에서 검색해봤지만 나오지 않았다. ‘화출’은 화장실로 ‘출(出)’발한다, ‘화착’은 화장실에서 돌아와 자리에 ‘착(着)’석했다는 의미로 짐작됐다. 왜 이런 수수께끼 같은 단어를 써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생리 현상을 해결 중이라는 사실이 모두에게 공지돼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인가?
용기를 내어 엉거주춤 손을 들었다. “꼭 남겨야 하나요?” 관리자가 안경 너머로 물끄러미 쳐다봤다. “바쁠 때 우르르 화장실에 가면 안 되지 않겠어요?” 팀장은 한꺼번에 화장실을 가면 대기 콜이 쌓일 수 있어 꼭 보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누군가 화장실에 가 있으면, 대기 콜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상담원은 화장실 가는 걸 눈치껏 자제하라는 뜻이었다.
화장실만 그런 게 아니었다. 물을 마시러 휴게실에 가거나 ‘진상 고객’ 때문에 열 받아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가더라도 자리에서 엉덩이를 떼는 순간 일일이 메신저 채팅방에 보고해야 했다. 점점 화장실 가는 데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8시간 동안 한두 번 화장실에 가는 팀원도 있는데, 나만 한두 시간에 한 번씩 ‘화출’, ‘화착’을 남길 순 없었다. 커피를 끊고 최대한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 참았다. 애연가인 팀장은 한 시간에 한 번씩 꼭 담배를 피우러 갔지만, 그는 관리자여서 메신저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3월7일, 기자와 입사 동기인 유정(27), 진숙 언니와 점심으로 불고기비빔밥을 먹던 중 유정이 말을 꺼냈다. “화장실 가는 것까지 얘기하고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회복지사로 일했었고, 콜센터 근무는 처음이라는 유정도 콜센터의 ‘보고 문화’에 당혹해하는 눈치였다. 반면 콜센터 경험이 많은 진숙 언니는 생각이 달랐다. “한꺼번에 화장실에 가면 지장이 있긴 하지. 앉아 있는 사람이 전화를 당겨야 하고.” 진숙 언니는 언제부터 저렇게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콜센터 상담원이 방광염과 치질을 직업병처럼 달고 사는 이유도 이런 화장실 통제에서 비롯된다. 부산여성회가 2015년 콜센터 노동자 10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상담원의 32.1%는 불면증 및 방광염을 앓고 있다고 했고 26.6%는 치질이 있다고 했다. 당시 조사에 응했던 한 상담원은 “정신없이 들어오는 콜을 당겨 받느라 화장실을 하루 두 번밖에 가지 못하는 일이 많다 보니 방광염이나 치질에 걸린 사람이 많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콜센터는 여전히 상담원이 화장실에 갈 수 있는 시간을 아예 정해놓거나 순번제로 운영하는 등 더 심한 통제를 하는 게 현실이다. “전에 다니던 데는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아예 정해져 있었고 한 번에 한 사람씩만 화장실에 갈 수 있었거든. 뒷사람한테 미안하니까 빨리빨리 다녀와야 했지.” 한 금융사 콜센터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조은혜 언니가 귀띔했다. 여긴 그 정도는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쓴웃음이 나왔다.
기자가 근무한 콜센터 자리의 모습. 듀얼 모니터를 사용해 한쪽에는 전산시스템을, 다른 쪽에는 상품정보나 현재 방송중인 홈쇼핑 화면 등을 띄워놓았다. 모니터 말고도 전화기와 헤드셋 등이 놓여있고, ‘스타카토 어법으로 이름을 말할 것’ 등 상담 시 주의해야 할 점도 메모처럼 붙어있다.
■ 나는 네가 8시간 동안 한 일을 알고 있다 회사는 굳이 보고하지 않아도 상담원이 자리를 비운 사실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매니저와 팀장, 선임상담원 등 관리자급만 볼 수 있는 화면에는 모든 상담원의 현재 상태가 ‘통화 중’, ‘대기 중’, ‘후처리’, ‘휴식’ 등으로 뜬다. 상담원이 전화를 받고 있는지, 전화를 기다리는지, 전화를 끊고 사후처리를 하는 중인지, 그도 아니면 자리를 비웠는지 등을 100%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이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은 전화가 밀려들 때다. 기자가 일했던 아웃소싱 업체의 ‘고객사’였던 홈쇼핑 회사는 다이아몬드도 팔고 에어컨도 팔고 여행상품도 팔지만, 주문전화는 사과 9㎏에 2만9900원, 여성용 항공점퍼 두 종에 4만9800원, 블라우스 5종에 3만9800원 등의 상품이 방송될 때 밀려들었다. 이때 후처리를 하는 상담원이 있다 싶으면 매니저는 어김없이 단체 쪽지를 보냈다. “후처리 관리하세요.” “후처리 빨리 풀어주세요. 대기콜 올라옵니다.” “블라우스 방송 시간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최대한 콜 소화해주세요.”
맨 윗자리에 자리잡은 팀장은 언제나 상담원을 지켜봤다. 바쁜 시간이 아니더라도 팀장은 후처리 시간을 조금만 길게 잡는다 싶으면 어김없이 “뭐 하냐”고 물었다. 3월13일, 기자가 강성 고객의 항의 전화에 애를 먹던 짧은 순간, 팀장이 칸막이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뭐 해?” 분명 일을 하고 있었지만 기자는 궁색한 변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게요, 고객이 배송확인 요청을 해서 일단 택배 기사님한테 확인 전화를 했더니….” “후처리 너무 오래 잡는 거 좋지 않아. 알았지?” 팀장은 기자의 말을 자르고 칸막이 너머로 사라졌다. 화면을 보니 후처리 시간이 5분을 지나고 있었다. 팀장의 “뭐 해?” 앞에는 ‘전화 안 받고’라는 말이 생략돼 있었다는 걸 팀장이 사라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콜센터의 이런 행태를 모두 ‘전자감시’로 본다. 전자감시는 10년 전부터 콜센터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꼽혀왔다. 인권위가 2009년 진행한 콜센터 여성 상담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산을 이용해 상담원의 통화·대기·휴식 여부, 하루 누적 통화 수 및 통화 시간, 통화당 소요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행위를 열거한 뒤 ‘전자감시’라고 규정했다. 당시 인권위는 “콜센터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인권침해의 소지가 크다”며 “노동감시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고, 관련법은 여전히 없다.
그사이 전자감시의 영역은 점점 더 커졌다. 3월13일 저녁 8시, 퇴근 시간에 딱 맞춰 전산에서 로그아웃 했다가 꾸지람을 들었다. 로그아웃 하자마자 달려온 팀장은 “너무 정시에 퇴근하는 것도 보기에 좋지 않다. 8시가 돼도 한두 콜 정도는 더 받고 퇴근하라”고 했다. 전산을 보던 팀장이 친히 “점심시간 끝났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밀려드는 전화를 받으라는 뜻이었다.
팀장은 상담원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있었다. 업무 시간에는 팀 메신저에 팀원 각각이 지금까지 받은 콜 수를 올려놓고 모두가 볼 수 있게 했다. 기자의 콜 수는 대체로 팀에서 꼴찌이거나 꼴찌에서 바로 위였고, 센터 전체에선 맨 뒤에서 세 번째 정도였다. 팀장은 “첫 달이니까 아직 괜찮다”고 했지만, 중간중간 콜 수 통계를 보며 “오늘은 더 적네. 이유가 뭐야?” 같은 말을 했다.
사정이 이러니 점심시간 외에 잠시 쉬기도 쉽지 않다. 3월20일, 기자와 같은 팀 은혜 언니가 15분 정도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다른 팀 관리자가 전산 시스템을 보고 은혜 언니를 찾으러 자리에 왔다. 바쁜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 관리자는 상담원이 15분이나 자리를 비웠단 사실에 놀라 달려온 것이다. 나중에 은혜 언니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날 팀장한테 호되게 혼났어. 내 상태를 자기만 보는 게 아니라고 엄청 뭐라고 하더라고….”
정현철 사무금융노조 조직국장은 “콜센터 채용공고를 보면 잘 정비된 휴게실 사진 등을 함께 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상담원들이 휴게실을 사용할 틈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라며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라고 말했다.
팀장이 고객과 대화까지 엿들어…내 통화 탈탈 털렸다
■ ‘콜 품질’을 빙자한 감청 무엇보다 소름 끼치는 순간은 회사가 내 통화 내용을 듣고 있을 때였다. 현업 배치 2주차였던 3월17일, 전화를 끊자마자 팀장에게 메시지가 왔다. ‘불러드릴까요(×) 안내해드릴까요(○) / 안 나와 있습니다(×) 확인되지 않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방금 통화에 대한 지적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상품에 대해 꼼꼼히 묻는 고객에게 기자는 “안내서에 적힌 내용을 불러드릴까요?”, “죄송하게도 그 부분에 관해선 설명이 안 나와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팀장은 이런 표현이 상담 용어로 적절하지 않다고 질책한 것이다.
콜센터는 상담원의 통화 내용을 자주 듣는다. 상담원의 통화 내용을 직접 들어보고 ‘콜 품질’을 평가한다는 취지다. 대부분의 콜센터에는 큐에이(QA, Quality Assurance)라는 제도가 있다. 회사에 있는 큐에이 강사들은 상담원이 통화 중일 때 아무 전화나 임의로 들어보고 평가한다. 모든 상담원의 통화는 녹음되니, 녹음 파일을 들어보고 점수를 매기기도 한다. 큐에이 강사들은 콜 품질 평가의 기준이 되는 수십 개의 항목을 놓고, 상담원이 이에 맞게 말하고 있는지 점수를 매긴다. 이 점수는 성과급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담원들은 평가에 민감하다.
업무 시작 10일째였던 3월14일, 기자에게 큐에이 강사의 메시지가 왔다. 큐에이 강사는 “‘호응어’를 더 써달라”고 했다. 호응어란 쉽게 말해 맞장구다. 고객이 한 말에 상담원은 적절히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 고객이 “제가 물건을 샀는데 반품하려고요”라고 하면, 상담원은 “네”가 아니고 “아, 그러십니까”라고 호응해줘야 한다. 고객이 뭔가 확인하기 위해 상담원에게 “잠시만요”라고 말하면, 상담원은 “네”라고 하면 안 되고 “네,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해야 한다. 콜센터 교육 때 받은 ‘상담 품질 모니터링 평가표’를 보면, 단조로운 표현은 상담원의 ‘공감 점수’에 마이너스가 된다. 호응어가 입에 잘 붙지 않았던 기자는 줄곧 “네”라고 답했고, 큐에이 강사가 이를 들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큐에이 강사가 기자의 통화를 듣고 있다는 표시는 따로 전산 시스템에 뜨지 않았다. 강사는 상담원이 모르는 새에 전화를 듣고 평가했을 것이다. 보통의 노동자들은 결과물에 대해 평가받지만, 콜센터 상담원은 콜 수 같은 노동의 결과뿐 아니라 노동 과정까지도 매 순간이 평가를 받는다. 감시 노동의 다른 이름은 ‘상시화된 성과 평가’였다.
비용절감을 추구하는 콜센터의 논리 앞에서 상담원 개인의 불쾌함이나 불안함은 별다른 고려 대상이 되지 못한다. 회사 입장에서 ‘감청’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상담원의 상담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장치였다. 콜센터는 최저임금을 주면서 저숙련 초보 상담원을 고용한다. 이직이 잦은 콜센터 상담원이 숙련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일이다. 업체는 일정 수준의 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상담원을 늘 감시한다. 감시당하는 노동자의 감정과 인권은 고려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다.
상담원들이 목소리를 내면 바뀔 수 있을지 모른다. 은혜 언니는 “회사의 감시 노동이 심각하다”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수연 언니는 한술 더 떴다. “큐에이 그거 고객 입장에서도 되게 불쾌한 일 아니야? 상담원이랑 둘이 통화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제삼자가 몰래 통화 내용을 듣고 있다는 거잖아. 개인정보인데 고객한테 동의를 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언니들은 회사를 욕하는 것 말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2006년 발간된 논문 ‘콜센터의 고용관계와 노동문제’를 보면, 상담원들은 그때도 지금과 똑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화장실에 몇 번 갔는지 기록에 남는다” “어느 순간에 내 목소리를 누군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 콜센터 노동에 대한 잇단 문제 제기에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조사와 인권위 권고 등도 이어졌다. 그러나 변한 것은 없었다. 콜센터의 감시 노동을 제재할 법과 제도는 2006년에도 지금도 없다.
답답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2ℓ 생수통을 사 들고 참았던 물을 꿀꺽꿀꺽 마시며 본 스마트폰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발달로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큰 직업으로 콜센터 상담원이 꼽혔다’란 뉴스가 떠 있었다. ‘전자감시도 모자라 이젠 인공지능이구나.’ 아득한 퇴근길, 물맛이 썼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Monday, May 28, 2018

"가열담배, 중독을 부추기는 또 다른 담배일 뿐"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유해물질이 적다며 흡연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중독을 부추기는 또 다른 담배일 뿐이라는 학회 주장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담배보다 냄새나 유해물질이 적다며 궐련형 전자담배(가열담배)를 피우는 흡연자가 크게 늘고 있다.
담배시장에서 가열담배 비중이 지난해 12월 6.1%에서 올해 1월 9.1%로 늘어났다(기획재정부). 지난해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가열담배는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 BAT코리아의 글로, KT&G의 릴 등이 나와 있다.
일부 흡연자는 가열담배를 금연 목적으로 피워도 된다고 오인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다. 그러나 가열담배는 중독을 부추기는 ‘또 다른 담배’일 뿐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금연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정신중독의학회(이사장 이상규)는 3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금연의 날’을 맞아 “가열담배는 또 다른 담배에 지나지 않는다”며 “니코틴 중독은 가열담배가 아니라 금연치료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학회는 “니코틴은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담배를 끊기 어렵게 만드는 담배중독(담배사용장애)의 주원인”이라며 “담배회사와 관련없이 연구된 결과에 따르면 기존 담배와 가열담배의 니코틴 농도가 거의 비슷했다”고 했다.
학회는 또 간접흡연으로 흡입되는 가열담배에 의한 에어로졸의 니코틴 농도도 기존 담배와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따라서 “가열담배도 기존 담배와 마찬가지로 니코틴 중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학회는 설명했다.
심지어 일부 가열담배에는 비인두암, 골수성 백혈병 발병과 연관된 포름알데히드가 74% 포함돼 기존 담배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담배회사와 관계없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코스에는 비인두암과 골수성 백혈병 발병과 연관된 포름알데히드가 기존 담배의 74%를, 살충제 원료로 사용되는 아세나프텐은 기존 담배보다 3배나 더 많이 포함하고 있다.
학회는 “게다가 전자담배를 첫 담배로 시작한 청소년이 흡연하지 않는 청소년보다 이후에 기존 담배를 피울 위험이 3배 높다는 연구결과를 고려하면 다양한 연령대와 흡연상태를 반영한 객관적 연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전자담배와 가열담배를 흡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금연의 한 가지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노성원 학회 학술이사(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흡연으로 인한 건강 위험을 줄이는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금연치료 뿐"이라며 “다른 담배에 지나지 않은 가열담배를 피울 것이 아니라 확실하고 정확하며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는 금연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LGU+, 또 요금제 파격..이번엔 '데이터 무제한 로밍'

[경향신문] ㆍ작년 ‘최저요금제 데이터양 확대’부터 이통사 요금경쟁 주도
ㆍSK텔레콤·KT도 맞불…저가요금제 부문까지 확대될지 주목
‘3등’ LG유플러스가 데이터와 로밍 요금제에서 혁신을 거듭하며 이동통신 시장에서 요금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이에 놀란 1, 2위 업체인 SK텔레콤과 KT도 가격인하 및 서비스 개선에 나서고 있다.
3사 과점상태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3위 주도의 요금혁신으로 체질이 개선될지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1월 300MB로 묶여 있던 최저요금제 데이터양을 700MB로 늘리면서 약정이 끝난 이용자들이 재약정을 하지 않아도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했다. 이에 질세라 경쟁업체 KT는 지난 3월 이를 ‘업그레이드’해서 내놨다. 데이터양을 1GB로 늘린 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한 것이다. 1위 업체 SK텔레콤은 지난 3월 포인트를 3000~9000점 지급하는 무약정 고객 포인트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약정이 끝난 뒤에도 스마트폰을 교체하지 않는 이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선택 폭이 늘어난 것이다.
요금경쟁의 분기점은 LG유플러스가 지난 2월에 내놓은 속도·용량 제한 없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였다. 대역폭당 가입자 수가 23만명으로, SK텔레콤의 32만명에 비해 LTE 주파수 여유분이 있는 LG유플러스가 데이터 상한선을 걷어낸 것이다. 시장점유율 3등이라는 약점을 활용한 셈이다. LTE 주파수 대역폭 및 가입자는 각각 SK텔레콤이 70㎒에 2285만명, KT는 50㎒에 1452만명, LG유플러스는 50㎒에 1191만명 순이다.
요금이 낮아지니 소비자들은 환영하고 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가입자가 기존보다 9배 정도 늘었다”며 “장기적으로는 통신사 이동에 대한 의향률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T도 이 같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가입자가 많고 주파수 여유가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가 밀집한 도심에서는 데이터 과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네트워크를 대대적으로 확충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아 투자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LG유플러스가 출시한 속도·용량 제한 없는 로밍 요금제도 개편의 분기점이 될지도 주목된다. 유플러스가 내놓은 로밍 요금제는 주요 37개국에서 하루 1만3200원에 모바일 데이터와 테더링을 무제한 쓸 수 있도록 했다. 9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지만 반응이 좋으면 정규 서비스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무제한 테더링(노트북 등을 휴대폰에 연결하여 인터넷을 사용할 수 기능)을 이용하면 타사 가입자에게도 데이터를 나눠줄 수 있다. 즉 가족 중 한 명만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가족 수만큼 이용 가능하다는 게 이점이다.
그동안 3사는 로밍 요금이 비싸다는 비판이 제기될 때마다 “로밍 요금은 해외 사업자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조율이 쉽지 않다”는 대답을 내놨었다. 하지만 LG유플러스가 몇 달간 해외 통신 사업자들과의 협의 끝에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면서 조율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했다. KT는 3월 로밍 요금을 분 단위에서 초 단위로 부과하는 개편안을 내놨고 SK텔레콤도 3분 무료 통화 등을 내놓으며 경쟁업체 견제에 나섰다.
한편 이 같은 요금경쟁이 저가요금제 부문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이통사들은 그간 이용자 차별이 심각한 저가요금제 영역에서는 별다른 개편안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오영훈·안민석 "원희룡 도정농단 즉각 수사해야"

자료사진.
28일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의혹 최초 제보자도 참석 

원희룡 제주도지사 후보 최측근의 조직폭력배 연루설과 도정 운영 개입 의혹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국회의원(제주시을)과 안민석 국회의원(경기 오산시)이 이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28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 지사를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박근혜 국정농단에 이은 원희룡 도정농단"이라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원 지사 뒤에 최순실과 같은 비선실세가 있었고 그에 의해 부정과 비리가 벌어졌다"며 "원 지사의 정책보좌관실장을 지낸 A씨가 조직폭력배 B씨와 결탁해 제주도 호텔 인허가에 대한 이권에 개입하고 도정운영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검찰은 즉각적인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원 지사를 상대로 "관련 의혹에 대해 스스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오 의원은 "빠른 시일 내에 이번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 6·13 지방선거에서 도민의 올바른 선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A씨와 B씨의 대화녹취록 공개 등을 통해 관련 의혹을 최초 제보한 이승룡씨가 자리해 "제주판 국정농단 사건"이라고 밝혔다. 서울=김하나 기자
김하나 기자  hana455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