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대통령이나 정부가 실력도 없고 주관도 확실하지 않으면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작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두고 터지는 국론분열, 결국 미숙한 정권이 큰일을 낼 모양새다.
박근혜 정권은 사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문제가 없는 곳이 없으나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쥐고 놓치기 싫은 보수언론들이 세운 종편들의 ‘종북몰이’라는 호위 때문에 그나마 지탱하고 있다. 만약 종편이라도 없었으면 박근혜 정권은 이미 식물정권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종편들이 종북몰이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상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종편들의 논리로 하면 중국은 남쪽의 ‘종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왕종북’이다. 그럼에도 이들도 중국의 대북한 외교정책에 대해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왜? 만약 그랬다가 중국 집권층이 화가 나서 한국산 제품 수입금지 조치라도 내리면 한국 경제는 숨통이 끊어진다는 것쯤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종북몰이를 하더라도 중국을 어찌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이들도 속으로는 미칠 것 같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아버지 나라, 또는 큰집, 또는 보호국, 또는 위대한 구원자 나라인 미국이 “왜 우리가 미사일 방어기지 만들어 준다는데 안 받아?”라고 몰아쳐도 박근혜와 정부가 미적지근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불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이들은 이 문제에서만은 이렇게 미적지근한 박근혜 정권을 몰아치지 못한다. 박근혜 정권 핵심부가 “그랬다가 중국이 화나면 니들이 책임질래?”라고 눈짓을 하면 자기들로서 책임질 방법이 없어서다.
이들도 “그래 책임질게” 했다가 정말 박근혜가 중국이 반대하는데도 미국의 확실한 담보없이 공개적으로 미국 미사일 방어기지 받겠다고 하면서 중국과 외교마찰을 일으키고 그 연장선에서 기업의 수출길이 막혀버리면 큰 낭패라는 것을 안다.
중국의 수출길이 막히면 자기들 목숨 줄인 광고주들이 다 망하는데 어떻게 “그래 책임질게”할 수가 있는가? 없다. 그래서 지금 저들 박근혜와 조중동, 조중동과 친미우파 등의 카르텔이 사드문제에서만은 모두가 뜨거운 감자를 만지기 꺼려한다.
이런 와중에 오늘 미국발로 사드에 관한 두 가지 핫뉴스가 터졌다. 그 첫째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차관보를 통해서 나온 사드 관련 뉴스이고 둘째가 세계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한 사드 배치 지역관련 뉴스다.
방한 중인 러셀 미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사드와 관련해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리고는 “사드는 한국이 풀어야 할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를 사실상 압박했다. 17일 그는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드는 아직 한국에) 배치도 안 됐고 이론에 불과한 안보 시스템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제3국이 강하게 의사를 표했는데, 별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3국은 당연히 중국이다. 즉 러셀은 공개적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한 중국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것이다. 외교적 수사로 ‘별스럽다’고 포장했지만 강력한 불만이 담긴 내용이다.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의 북한 미사일 대응책을 중국이 반대하는 것이 싫다는 거다. 그리고는 “중국의 문제제기로 이미 공개적 논의가 시작됐다”며 “동맹 방어 차원에서 언제, 어떤 조치를 취할 지는 한국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국 측에 공을 넘기는 스킬도 발휘한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핫이슈는 미국이 이미 사드배치 후보지를 답사했으며 그곳은 ‘대구’라는 뉴스가 세계일보를 통해 터졌다. 19일 세계일보는 “주한미군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 지난해 11월 실사작업을 벌였고 대상 후보지로 평택 등이 아닌 ‘대구’ 한 곳만을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뉴스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세계는 주한미군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라는 보도소스를 인용 “한국에 들여올 사드는 1개 포대로 결정했으며, 이를 미 정부와 한국 정부에 모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주장하고 “지난해 11월 괌을 비롯한 미 본토에서 10여명 내외의 실사팀이 사드 배치 후보지 조사를 위해 방한해 한 달여 동안 적격지를 물색한 결과 대구를 선정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은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등을 고려해 가로, 세로 각 2㎞씩에 해당하는 새로운 부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이 관계자가 “당시 주한미군은 사전에 자신들이 보유한 한반도 지형 정보를 토대로 다른 지역은 살피지도 않았으며, 처음부터 대구를 정밀 실사했다”고 설명했다며, 이는 사드 레이더의 북한 미사일 탐지 각도와 요격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대구 인근이 최적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오자 그동안 사드 문제에 대해 침묵하던 국방부가 “미군이 후보지를 찾기 위한 실사는 진행했지만, 배치 여부는 물론 장소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19일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사드)배치장소에 대한 결정은 내려진 바 없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지금도 여기에서 진전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발표, 세계일보의 보도내용을 부인한 것이다. 그러나 김 대변인의 이런 반응은 세계일보의 단독보도가 팩트에서 틀리지 않다는 것을 인정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만약 팩트가 틀렸다면 “전혀 사실무근”이란 단어를 써가며 “법적조치도 불사”한다는 등 강력반박의 자세를 보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는 사드 배치를 공론화하자는 주장을 더 강하게 하고 있으며, 전략적으로 모호하게 가자는 청와대(정부)는 이런 여당에 대해 답변을 않고 있다. 청와대가 입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대통령이 어떤 결정도 못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결국은 당청간에도 입장 조율에 실패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이미 미국과 중국간에 힘겨루기에 들어가 있다. 그 실상을 러셀 차관보가 확인시켜 줬다. 결국 자주국방의 로드맵도 없는 정권이 나라의 영토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결린 중차대한 문제에서조차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이제 이 문제를 이 정권은 어떻게 받을 것인지 확실하게 결정하고 발표해야 한다. 그래야 현안이 정리가 된다.
그러나 단언하건데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안 된다. 사드는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만들기보다는 갈등과 긴장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트릴 위험이 크다. 미국의 뜻대로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북한은 더욱 반발하면서 북핵문제는 조율이 불가능한 상태로 내몰리면서 한반도는 급속하게 전쟁의 위기가 고조될 것이다.
또 러셀 차관보도 인정했듯이 아직은 ‘이론에 불과한 안보 시스템’으로서 미사일 방어에서 실효성과 효용성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더구나 박근혜 대통령 등 정권 핵심부도 우려하는대로 한중 관계의 파탄을 가져 올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다. 이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어야 한다. 그래야 여당 내에서조차 분분한 이론들이 수그러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