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왜 수사하지 않았나?..수사기록에는 “박형준 부인 조현이 계획한 것으로 보여”
뉴스타파가 입수한 검찰 수사기록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 목록. 뉴스타파가 입수한 '시나리오'라고 연두색으로 칠한 문건이 포함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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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부산 수영구 새누리당 공천 과정의 ‘막장 드라마’
박형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성추문 거짓 증언을 부산의 '국제신문'이 폭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박 후보의 성추문 공작을 부인 조현 씨가 주도했다는 것을 '뉴스타파'가 폭로했다. 아울러 검찰 기록까지 입수해 이번 부산 선거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에 박형준 후보 조현 씨와 당시 캠프 관계자들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검찰 수사기록을 입수했다. 검찰은 수사 기록에서, 거짓 폭로를 기획한 사람은 박형준 후보의 아내 조현 씨였고 거짓 폭로의 당사자를 설득하고 도와주고 피신시킨 것도 조현 씨의 측근들과 박형준 캠프 관계자들이었다고 봤다.
문건에 따르면, 처음 정보를 가져온 사람은 폭로자 김 씨의 지인 유 모 씨다. 유 씨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박형준 후보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한 열성 지지자였다. 또 박 후보의 아내 조현 씨가 운영하는 화랑의 커피숍에서 일을 도와주기도 하는 등 조 씨와도 친분이 있었다. 검찰은 유 씨를 통해 얘기를 듣게 된 조현 씨가 유 씨로 하여금 김 씨에게 접근해 설득하도록 계획했다고 봤다.
19대 총선거를 앞두고… (중략)... 유재중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조현은 제00 (박형준 캠프 관계자)과 상의하여 유00으로 하여금 김00와 관련한 유재중의 성추문 사실을 새누리당 공심위에 제출하게 하고, 이어 김00에게 접근하여 김00이 직접 나서도록 설득하기로 계획함” (전체 통화내역 분석으로 추정) -검찰 수사기록 중-
또한 조현은 유00를 통해 김00이 창원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실제 박형준의 지지자이나 표면적으로 박형준 선거 관련자 및 측근 등으로 드러나 있지 않고 자신과 깊은 친분을 가지고 있어 믿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상자인 창원 거주 A에게 제00 (박형준 캠프 관계자)과 함께 사전에 계획내용을 알려줌. (2.6-2.20 까지 A, 조현, 제00 모두 박형준 선거 사무실에서 만났던 것으로 통화내역 확인됨) -검찰 수사기록 중-
구체적인 계획 역시 박형준 후보의 부인 조현 씨의 주도 하에 세워졌으며, 또 다른 조력자 A를 섭외한 것도 조 씨였다고 검찰은 봤다. 그런데 검찰은 왜 수사하지 않았을까?
검찰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조현과 박형준 캠프 관계자들은 유재중 전 의원의 성추문을 거짓 폭로한 김 씨와 직간접적으로 오랫동안 접촉했다. 김 씨를 설득한 것은 조현의 측근이었고, 폭로 이후 김 씨를 피신시키고 보호한 것도 조현의 측근과 박형준 캠프 관계자였다.
공천심사위원회에 제출된 확인서는 조현 화랑에서 작성됐다고 검찰은 추정했다. 맞불 기자회견 이후 박형준 캠프 관계자는 폭로 당사자와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유재중 의원과 무관한 낙태 수술 기록을 거짓 증거로 제출한 것도 조현 측근의 조언에 따른 것이었다. 박형준 캠프로부터 5천만 원을 받았다는 폭로 당사자의 녹취록을 뒷받침해주는 정황들이다.
매체에 따르면 이 문건은 ‘시나리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완전히 사실로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통화 기록과 휴대전화 기지국 정보, 당사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작성된 문건이다. 그런데 검찰은 ‘시나리오’라는 제목으로 정치공작 상황을 상당 부분 파악해서 법원에 증거로 제출까지 하고도 구체적인 배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는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증거목록에 따르면, 박형준 캠프 관계자 제 모 씨만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을 뿐 박형준의 부인 조현 씨와 다른 캠프 관계자는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형준 후보의 통화 기록과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 기록 역시 법원에 제출된 증거 목록에서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사건의 피해자 격인 유재중 전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형준 후보 측은 뉴스타파의 거듭된 질의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현역이던 유재중 의원과 현 국힘당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부산 수영구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신청했다. 친박계인 유재중이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선을 2주 가량 앞둔 3월 4일, 유재중 후보 쪽에 초대형 악재가 터진다. 46살 여성 김 모 씨가 유재중 후보의 성추문 확인서를 다음과 같이 작성해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이다.
“유재중 후보가 부산 수영구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구청장실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이후 불륜 관계로 발전했으며 유 후보의 아이를 임신한 뒤 낙태까지 해 가정이 파탄났다”
성추문 소문이 번지자 유재중 후보는 삭발 기자회견을 단행한다. 경선을 사흘 앞둔 3월 14일이었다. “아무 근거도 증거도 없는 허위 사실”이며 “상대후보 측에 의해 철저히 조작된 시나리오”라는 것이었다. 폭로 당사자인 김 씨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김 씨는 같은 날 부산시 의회 기자실에서 얼굴을 드러내고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확인서 내용은 사실”이며 자신은 “어떤 정당에서 당원으로 일한 적이 없는 순수한 피해자”라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경선은 당초 예정됐던 3월 17일에서 21일로 미뤄졌다. 방식도 국민참여 경선에서 여론조사 경선으로 바뀌었다. 경선 이틀 전인 3월 19일, 김 씨는 서울로 올라와 국회 기자실을 찾았다. 유재중 의원의 성추문이 사실이라고 다시 한 번 주장하기 위해서였다.
2012년 3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성추문 폭로자 김 모씨 (출처 : 뉴스1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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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유재중의 성추문이 사실 무근이라는 해명은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유재중을 고발했다. 서로 맞고발을 했지만 유재중 의원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고 반면 폭로 당사자 김 씨와 조력자 유 모 씨는 1심에서 무고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선거가 끝난 뒤 재판 과정에서 김 씨의 거짓 진술이 드러난 것이다. 김 씨가 “유재중의 아이를 임신한 뒤 낙태 수술을 받았다”며 증거로 제출한 낙태 수술 기록은 김 씨가 주장한 성관계 날짜와 전혀 맞지 않았다.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하면 유재중을 더 확실히 보낼 수 있다”는 지인 유 모 씨의 말을 듣고 거짓말을 했다고 실토했다. 김 씨가 처음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구청장실의 구조도 김 씨의 기억과는 달랐고 김 씨가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한 모텔의 위치 역시 김 씨의 진술과는 달랐다.
유재중과의 불륜 때문에 가정이 파탄났다는 증언도 사실이 아니었다. 폭로자 김 씨의 전 남편은, 검찰 조사에서 “유재중 후보와는 전혀 무관한 사유로 이혼했다”라고 진술했다.
이러한 물증 앞에서도 지금도 박형준 후보는 토론회 등에서 여당의 흑색선전과 선거공작이라 몰아붙이며 자신이 터무니 없는 음해를 당하고 있다고 언론플레이로 일관하고 있다.
한 페부커가 SNS에 박형준 후보가 최근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시장 후보와의 토론에서 한 발언과 과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한 발언의 사진을 올리고 다음과 같이 적었다.
"박형준은 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하면 언론이 검증없이 보도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과 가족이 곤혹을 치르고 있단다. 조국 정국에 자신과 검언이 어떻게 했는지 찾아보라.토론을 보면 팩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박형준의 간사한 본질왜곡 논리와 세치혀에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순간회피 달변의 소유자다. 고로 우리가 끝까지 알리고 밭을 갈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