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관세율이 25%로 매겨지면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종언을 맞았다. 대부분의 품목에서 관세가 없이 이뤄지던 대미 무역은 앞으로 25% 관세를 기준으로 이뤄지게 된다. 앞서 품목별 관세가 매겨지며 상호 관세 대상에서 빠진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에는 이미 25% 관세가 부과됐거나 3일(현지 시각)부터 시행된다.
◇FTA 체결국 중 가장 높아.
25%에 이르는 상호 관세율은 미국이 맺은 20개 FTA 체결국 중 앞서 부과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당사국 멕시코, 캐나다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호주, 칠레, 싱가포르와 중남미 국가 등 11국은 기본 관세율 10%만 매겨졌고, 나머지도 이스라엘(17%), 니카라과(18%), 요르단(20%) 등 20% 수준에 그쳤다.
미국은 기존 관세율과 환율 조작, 무역 장벽 등을 감안해 미국에 각국이 부과하는 관세율을 정하고 여기서 최대 50%를 깎아 이른바 ‘할인된’ 상호 관세율을 제시했다. 미국은 이 계산에 따라 우리나라가 미국에 매기는 관세율을 50%로 산정하고, 절반 수준인 25%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급증한 무역적자가 배경 추정
트럼프 1기 때보다 급증한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 적자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미국의 우리나라에 대한 무역 적자 규모는 트럼프 1기 2년 차였던 2018년 179억달러(약 26조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658억달러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 대중 수출이 급감한 우리나라가 미국으로 자동차, 반도체 수출 등을 늘리며 흑자가 급증한 것이다.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은 2018년 743억달러에서 지난해 1315억달러로 2배 수준이 됐지만, 수출은 이 기간 563억달러에서 657억달러로 16%대 성장에 그쳤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엄청난 무역 장벽의 결과로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미 무역대표부(USTR)가 홈페이지에 올린 산정법에 따르면 해당 기준 관세율은 무역 적자를 수입액으로 나눈 것으로 풀이됐다. 수입의 가격 탄력성과 관세 비용을 수입업자가 부담하는 비율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지만, 결국 공식을 단순화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와 교역에서 무역적자(658억달러)를 수입액(1315억달러)으로 나누면 기준 관세율 50%가 나온다. 베트남, 일본 등도 같은 수치로 나온다.
◇중국 우회 수출 통로 의심도
여기에 우리나라가 미국이 1순위 타깃으로 삼는 중국의 수출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도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우리나라가 대미 우회 수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반도체 등 중국과 공급망이 얽힌 품목들이 이 같은 의심 품목으로 분류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리더십 문제로 미국에 제대로 된 반대급부를 제안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할인을 못 받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정상들이 만나는 각국과 달리 우리는 제대로 된 협상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제시하는 25%에서 더 낮아지지는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 관세, 후 협상 이어질 듯
일단 미 정부가 관세율을 발표하고 각국과 거래하는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선 과세, 후 협상’ 전략을 택함에 따라 하루빨리 미국과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단장은 “25%는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이런 내용을 조목조목 따지고,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중·일 FTA 등도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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