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국방부가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능을 대폭 조정하는 고강도 개혁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23일 전해졌다. 사이버사와 기무사의 기능 조정은 국가정보원 개혁과 맞물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영무 국방장관은 후보자 시절 “군의 정보기관 개혁은 국정원 개혁과 발을 맞추어 혁신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기무사의 군내 사찰 및 동향보고 기능을 폐지하고 본연의 임무인 대북정보와 방첩기능에 집중하도록 하겠다”며 “군내 여러 정보기관들의 기능을 조정하여 기능과 역할이 중복되거나 누락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확고한 대북 정보우위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사이버사는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전후로 ‘정치 댓글’을 달아 파문을 일으켰다. 사이버사 ‘댓글 부대’는 청와대와 군내 특정세력의 비호로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기무사는 ‘사찰’에 가까운 군 인사 정보와 동향을 수집한다는 군 간부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군 소식통은 이날 “국방부가 송영무 장관 취임 이후 사이버사와 기무사에 대한 개혁안을 마련 중”이라며 “사이버사와 기무사가 정치적 오해를 사거나 사찰에 가까운 동향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직할부대인 사이버사와 기무사, 국방정보본부 등의 중복되는 업무에 대한 ‘교통 정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의 군내 사찰 및 동향 파악 기능의 폐지 뿐만 아니라, 국방정보본부나 정보사령부, 국방부 감사관실 등 기관과 기능·역할이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군내 여러 기관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북 정보나 방첩기능에서 빠진 부분이 있으면 채워 나갈 계획이다.
국방부는 기무사의 군인사찰을 금지하기 위해 군 인사 정보와 동향 파악을 주요 업무로 하는 1처의 폐지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국정원의 국내파트 폐지와 발맞추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기무사는 1처 외에 방산·보안을 담당하는 2처와 방첩·대북정보를 맡고 있는 3처 등으로 주요 기능이 이뤄졌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기무사 존재의 가장 큰 목적이 군부의 쿠데타 시도나 모의 동향 등을 적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는 새시대에 맞게 기무사의 임무를 조정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기무사령관은 육·해·공군이 돌아가면서 보임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사령관의 계급은 3성 장군에서 소장급으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신임 기무사령관은 육군이 아닌 해군(해병대 포함)이나 공군 장성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유력 후보자로 거론하는 황우현 해병대 소장(해사 37기)은 자신의 정년 시한인 2018년 11월에 앞서 명예전역을 신청해 놓은 상태다. 당초 알려진 명예전역 예정일은 이달 말로, 본인이 명예전역 신청을 철회했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정부에서도 기무사의 음성적인 군내 동향보고 폐지를 골자로 한 개혁안을 내놓았으나 단 한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보고도 노무현 정부 때 폐지됐으나,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활했다.
심지어 기무사는 김종태 사령관 때인 2010년 3월 국군기무사령을 개정해 기무사의 군 관련 첩보 수집 범위에 군인과 군무원, 군인사법에 따른 장교, 부사관 임용예정자, 군무원인사법에 따른 군무원 임용예정자에 관한 첩보 수집도 포함하도록 명문화했다.
국방부는 기무사의 본연의 임무를 다시 ‘군사보안’ ‘방위산업 보안’ ‘방첩 수사’ ‘대간첩 색출·대테러 탐지’로 명확히 한정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군 동향수집 및 지휘계통을 뛰어넘는 보고 관행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무사 조직의 슬림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목된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