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61)에게 놓인 최우선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추 후보자는 지난 5일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직후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요구가 됐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검찰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추 후보자는 검찰 개혁론자로 알려져 있다. 추 후보자는 당 대표 시절에도 검찰개혁을 반복해 언급했다. 2017년 1월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각각 “촛불민심이 바라는 재벌개혁, 검찰개혁, 사회개혁을 위해 전력투구해야 한다”, “재벌개혁, 검찰개혁, 사회개혁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이며 고질적인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추다르크’라는 별명과 겹쳐 검찰 개혁론자 이미지는 더 선명하다.
다만 추 후보자가 구체적인 검찰개혁 청사진을 밝힌 적은 없다. 검찰개혁을 다루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경력도 16대 국회(2001년 9월28일~10월5일, 2002년 8월13일~8월19일, 2002년 8월23일~9월2일), 20대 국회(2016년 6월28일~9월13일) 일부로 짧은 편이다.
오는 30일 추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추 후보자의 인터뷰, 저서, 칼럼, 공식 발언으로 추 후보자가 생각하는 검찰개혁의 방향과 추 후보자와 검찰의 인연 등을 살펴봤다.
■당론 반하는 특검제 도입 주장
“대정치인(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남 자체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판사의 직분에 부담이 되는 것이어서 정치참여를 하든 않든 사표를 미리 써놓고 약속장소에 나갔다”(<물러서지 않는 진심> 중)
추 후보자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면담이 잡혔을 때의 일화다. 추 후보자는 1995년 자신에게 정치 입문을 권유하려는 김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 사표를 미리 써놓고 갔다고 한다. 추 후보자는 당시 현직 판사였다. 그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설명한다.
‘정치적 중립’은 추 후보자의 초선의원 시절에도 등장한다. 추 후보자는 1998년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특검은 당시 여당이던 국민회의가 야당 시절 도입해야 한다고 했던 제도였다. 추 후보자는 1998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과거 우리는 검찰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성이 강한 사건 등을 특별검사에 맡기자는 제안을 했었다. 여야가 바뀌었다고 특검제도 도입 찬반 입장을 바꾸면 국민들이 어떻게 이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판사 재직 시절, 검찰 정치적 중립의 중요성을 경험한 일도 있다. 추 후보자의 저서와 칼럼에는 불온서적 압수수색 일화가 나온다. 추 후보자는 춘천지방법원 초임판사 시절, 조세희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을 보유한 서점을 압수수색하게 해달라는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받았다. 그는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추 후보자가 기각한 영장원본을 파기한 뒤 바뀐 영장담당판사에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추 후보자는 2011년 서울경제 칼럼에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권좌에 누가 앉아 있느냐에 따라 그때그때 달랐던 검찰이었다. 검찰개혁은 정치권에 맡겨진 오래된 과제”라고 했다.
■당 입장 대변한 검찰 비판
추 후보자의 검찰개혁 발언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대부분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를 대리한 발언이었다.
추 후보자는 2007년 검찰이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BBK 비리 의혹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추 후보자는 2012년 7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당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자 “검찰은 더 이상 근거 없이 야당 원내대표에게 시선을 돌리려고 안간힘을 쓰지 말고 증거와 증인이 널려 있는 이명박 대통령 대선자금을 제대로 수사하라”고 했다. 2012년 8월에는 재차 “대한민국 검찰도 한편으로는 수사기관이지만 한편으로는 심판관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으로 야당을 탄압하는 인상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추 후보자는 2017년 6월 당시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사퇴하자, 안 후보자의 낙마를 검찰 개혁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봤다. 추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보다 철저한 검찰개혁을 위해 어떠한 저지 움직임도 좌시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추 후보자는 2017년 7월 당시 박상기 신임 법무부장관에게는 “검찰개혁은 단칼로 쳐내듯 가감 없는 수술을 기대한다”고 했다. 추 후보자는 박 전 장관과 만나 “지난 정부의 검찰이 부패권력의 하수인 노릇을 하면서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의 역할보다 권력에 편승해서 부패권력을 엄호하고, 사수하고, 사회정의를 바로세우지 못했다. 권력기관 중에서 검찰 개혁이 가장 우선 순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8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만기 출소하자 재차 검찰을 비판했다. 한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추 후보자는 “기소독점주의 폐단으로 (한 전 총리가) 사법 부정(不正)의 피해를 입었다. 사법 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검찰의 기소만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까지 나온 사안을 여당 대표가 흔든다고 비판했다.
■세 차례의 검찰 수사
추 후보자가 국회에 진출한 뒤 직·간접적으로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적도 있다. 총 세 번이다.
추 후보자는 초선의원이던 1997년 국회에서 부산의 한 건설업체 자금이 국민신당에 유입됐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국민신당 측은 추 후보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당시 추 후보자에게 면책특권을 적용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추 후보자는 2016년 10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추 후보자는 총선을 앞둔 같은 해 3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16대 국회의원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만나 서울동부지법 존치를 요청해 존치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선거 공보물에는 ‘법원행정처장에게 동부지법 존치 약속을 받아낸 추미애 의원’이라고 표현했다. 검찰은 모두 허위사실로 판단하고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추 후보자를 재판에 넘겼다. 추 후보자는 “정치검찰의 야당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추 후보자는 검찰의 기소 직후 “명백한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다. 최순실, 우병우를 덮기 위한 물타기, 치졸한 정치공작이자 보복성 야당 탄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추 후보자는 1, 2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서 벌금 80만원이 확정돼 의원직을 유지했다. 국회의원은 선거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벌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된다.
추 후보자의 남편이 기소된 적도 있었다. 추 후보자는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남편인 서성환 변호사가 추 후보자 후원회의 회계책임자였다. 서 변호사는 2004년 17대 총선이 끝난 뒤 남은 정치자금을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당시 추 후보자의 보좌관, 비서관 9명에게 지급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1, 2심은 서 변호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2008년 6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