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기 등록금 고지서가 속속 날아들고 있다. 지난 5, 6월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달궜고 이에 정치권은 반값에는 미치지 못해도 ‘어쨌든’ 등록금 인하를 약속했었지만, 등록금은 깎이지 않았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촉구하는 대학생들의 외침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봄 거리에 섰던 대학생들은 정부여당의 등록금 인하 방안이 퇴보하고 있는 데 반발, 지난 12일엔 국회 본청 앞에서 기습시위를 벌였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과 대학생 224명에게 소환장을 보내며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대학생 80여 명은 또다시 연행을 각오하고 이날 국회로 진입,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3시간여 동안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결국 전원 강제 연행됐다.
한대련 산하 서울지역대학생연합의 김준한 의장(서강대 총학생회장·컴퓨터공학과 4학년)도 반값 등록금 투쟁으로 지난 5월 29일과 6월 10일 두 차례 연행돼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졌다. 그럼에도 김 의장은 지난 12일에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야당 의원들과 기자회견에 나서, 대학생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정부여당에 반값 등록금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김 의장은 14일 <폴리뉴스>와 만나 “2학기 등록금 고지서가 나왔다. 485만 원이다. 이 액수가 말이 되는 건가”라며 “대학생들이 5월 말부터 이렇게 투쟁했는데 단 일 원도 깎이지 않은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국회시위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요구를 한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약속했고 한나라당에서 먼저 말을 꺼냈던 반값 등록금을 왜 실현하지 않느냐고 정당한 주장을 한 것”이라며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민의를 듣는 국회라는 데서 오히려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공권력을 투입해 모조리 연행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학우들에게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총학생회장에 당선됐으니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등록금 투쟁의 최전선에 앞장서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에서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 만들고 약속했었다. 이 공약 덕에 많은 표를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민적 촛불에도 등록금이 단 한 푼 깎이지 않은 걸 보면서 우리는 ‘이명박 정부의 심판 없이는 대학생의 미래는 없다’고까지 생각하게 된 상황”이라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정당, 정치인은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대련 서울지역대학생연합 김준한 의장과의 일문일답]
- 12일 국회 본청 앞에서 반값 등록금 시위를 벌였던 대학생들이 강제 연행됐다. 등록금 문제를 두고 태도를 바꾼 한나라당은 대학생들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었고, 앞서 두 차례 연행된 경험이 있던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 대학생들은 새로운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5월 말까지 계속 외쳐왔던 요구를 반복한 것뿐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약속했고, 먼저 말을 꺼냈던 반값 등록금 정책을 왜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한 것이었다.
서강대도 등록금 고지서가 나왔는데, 한 푼도 안 깎였다. 나는 컴퓨터공학 전공인데, 485만 원이 나왔다. 이 액수가 말이 되는 건가. 한 학기에 5백만 원이 말이 되는 건가. 그런데 먼저 그 얘기를 꺼낸 한나라당은 점점 말을 바뀌고 있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은 돼야 하지 않겠냐고 하다가 촛불이 타오르고 6월 10일엔 국민들도 나서고 하니 6월 23일에 실제 등록금을 30%까지 인하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방학이 되고 촛불 사그라드니 이전보다 훨씬 후퇴된 안을 갖고 나왔다. 실질 등록금 인하는 없고 소득에 따라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촛불에 따라 눈치보기 식으로 정책을 바꾸니,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굉장히 의심스럽다.
학생들이 국회까지 가면서 홍준표 대표에게 반값 등록금을 약속해달라고, 8월 임시국회에서 등록금 문제를 다룰 것을 약속해달라고 요청한 우리 학생들의 주장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나라당 의원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민의를 듣는 국회라는 자리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공권력 투입해서 모조리 연행하는 상황을 보면서 국회가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건지 안타까웠다.
국가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국가의 주인이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정당과 정치인들은 얼마 남지 않은 총선과 대선에서 심판받게 될 것이다.
- 앞서 5월 29일, 6월 10일 등록금 투쟁을 벌이다 연행됐었다. 특히 6월 10일엔 청와대로 향해서, 연행을 각오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 당시 기분은 어땠나.
= 연행을 각오했다기보단 불사하고 간 것이다. 나는 학우들에게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총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해 학우들의 표를 받아 당선됐으니 등록금 문제의 최전선에 설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나.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대선에서 등록금절반인하위원회를 만들고 약속했었다. 이 공약 덕에 많은 표를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령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대통령이 약속했고, 정말 많은 학생들이 힘들어하고 학부모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정당한 요구를 한 건데, 목소리를 들어주긴커녕 무자비하게 연행당하면서 착잡했다. 면회를 온 부모님은 굉장히 놀라셨다. 부모님 보면서 굉장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갑갑하고, 슬펐다.
대학생활 5년 째인데, 2011년 대한민국의 대학생으로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게, 더불어 함께 행복할 수 없는 세상을 산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김제동 씨가 반값 등록금 집회에 와서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나는 3000cc 차를 타고 돈도 많다. 등록금하고 상관도 없다. 그럼에도 내가 왜 여기 온 건, 혼자 잘살아선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 함께 행복해야 행복할 수 있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무한경쟁에 내몰리게 된 대학생들, 아직까지도 경제개발논리로 기업에만 특혜를 주고 부자감세하고 민생은 돌보지 않는 이런 사회를 보면서, 그래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으로 지금 이 때라도 내가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한다.
- 정치권에서 반값 등록금을 언급했음에도 인하되지 않은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든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 분노다. 대학생들이 촛불 들고 투쟁했는데 단 일 원도 깎이지 않았구나, 분노스럽다.
5월 말부터 학생들이 해볼 수 있는 건 정말 다 해봤다고 생각한다. 비단 올해뿐 아니라 2006년부터 등록금 투쟁을 해왔지만 올해 큰 이슈가 된 건데, 올해까지 정말 많은 걸 했다. 기자회견, 공청회 요구, 삭발, 연행... 특히 올해는 국민적 촛불이 타올랐음에도 등록금이 단 한 푼도 깎이지 않을 걸 보면서 대학생들은 ‘이명박 정부 심판 없이는 대학생의 미래는 없다’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된 상황이다.
- 취임후 반값 등록금 화두를 던진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지난 6월 10일엔 한대련 대표단과 면담을 갖기도 했었다. 그 자리에도 있었는데, 어땠나.
= 황우여 원내대표 만날 때, 시립대 회장이 반값 등록금하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질문을 거듭 격하게 했었다. 그런데 황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등록금 완화 대책이라고 하더라. 최소한 반값 등록금은 되야 하지 않겠냐라고 해놓고 그렇게 말한 적 없다고 해서 실망했다. 한대련 의장이 등록금 해결의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하니 한나라당 의원 한 명은 오히려 그 쪽 학생들은 진정성이 있느냐고 했다. 학생들이 심지어 자살도 하고, 많은 친구들과 부모들이 힘든 상황인 걸 알기 때문에 연행되면서까지 등록금 좀 낮춰달라고 말하고 있는데 진정성을 의심하니 굉장히 분노를 느꼈었다. 구체적인 해결 방향을 얘기하기보단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니까 정리하고 수습하려고만 하는 느낌이 강했다. 굉장히 바쁜데 시간 내서 온 것이라는 투였다. 그런데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바쁜 일 아닌가.
- 반값 등록금은 포퓰리즘이라는 주장엔 어떻게 생각하나.
=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라고 하는데, 고등교육 재정은 OECD 재정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값 등록금이 포퓰리즘이라는 건 사실상 교육철학과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아이들 먹거리는 책임질 수 있는 나라, 돈 없어서 교육 못 받는 대학생이 없는 나라, 더불어 잘 사는 나라로 이제는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 대학생들이 다른 현안에 대해선 움직이지 않으면서 반값 등록금 투쟁에만 나선다는 일각의 비판도 있다.
= 예전엔 자기계발서 위주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였지만, 요새는 『정의란 무엇인가』, 『분노하라』 류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이는 사회 전반의, 우리 대학생들의 의식 수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본다. 대학생들이 이 시대에 대해서, 자기가 살아가는 현실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고민을 하게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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