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위반행위와 관련해 일부 교회가 선관위의 집중 단속 대상으로 꼽혔다고 한다. 정교분리를 철칙으로 하는 교회가 특정 정파의 투표 운동원으로 의심이나 받고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다른 일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차별 없이 밥 한 끼 먹이는 문제를 둘러싼 것이니, 교회의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 있다.
선관위가 공연히 경고하고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서울의 일부 대형교회들은 무상급식 반대 서명운동 때부터 주동자로 지목받았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조용기 원로목사는 주민투표 청구자인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다. 이 단체의 부위원장은 주민투표 지지 모임에서, 주민투표 문안에 단계적 무상급식안이 상단에 위치한 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물론 교회를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려 애쓴 오세훈 시장과 한나라당의 잘못도 크다. 한나라당은 엊그제 교회·성당·절 등 종교단체와 접촉해 투표 독려 운동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라고 당협위원장에게 지시했다. 그 전에도 한 국회의원은 교회 목사를 3번이나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으며, 실제로 목사가 설교에서 투표 참여를 독려하더라고 자랑했다. 오 시장은 서명운동 때부터 순복음교회나 한국기독교총연맹 등을 찾아가 지지를 부탁했다.
그러나 이런 교회들이 수동적으로 끌려들어간 것만은 아니다. 일부 목사는 2007년 대통령선거 때는 설교 등을 통해 공공연히 이명박 후보 지지를 독려하다가 선관위의 경고를 받았으며, 2008년 총선 때는 투표 당일에 새벽기도회를 연다며 수천명의 신도를 모아놓고 특정인 지지를 독려한 목사도 있었다. 이번 주민투표에서도 한나라당이 투표율 33.3% 이상 달성하는 데 가장 기대하는 것도 바로 대형교회다. 일부 대형교회가 정치적이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절이나 성당도 언급됐지만, 불교계나 가톨릭은 몹시 불쾌해하고 있다.
교회의 정치적 발언과 행동은 소외된 사람, 핍박받는 사람들 편에 설 때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거나 스스로 권력이 되기 위해, 혹은 다른 신앙이나 신념을 억압하기 위한 정치 행위는 금물이다. 그건 그들의 신을 모독하는 행위다. 무상급식에 반대할 여력이 있다면, 밥 때문에 상처받는 아이들에게 따듯한 밥 한 끼, 따듯한 위로가 되기를 그들의 신은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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