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삼고초려 끝에 새 대법원장으로 지명했다는 양승태 전 대법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편향’적인 행보를 보여왔던 양 전 대법관의 과거 전력 탓이다. 여기에 대법원장의 임기가 6년에 달하는 만큼, 당분간 대법원의 판결에 보수적인 색채가 깔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19일 논평을 내고 “양 전 대법관이야말로 역대 최악의 대법원장 후보”라고 규정했다.
김선수 회장의 명의로 발표된 성명에서 민변은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생각과 국민에 대한 배려와 성찰, 우리사회에 대한 건전한 시각과 보편적 양식을 갖추어야 한다”며 “그러나 양 전 대법관은 정권의 안전판 노릇에 충실하고 특정한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혀있는 ‘있는 자, 가진 자, 힘센 자’ 들을 추종해온 대표 법관”이라고 밝혔다.
민변은 “양 전 대법관은 유신헌법을 철저히 관철하고 긴급조치 위반사건으로 기소된 학생, 시민들에게 모조리 유죄를 선고해 합법이라는 정당성을 부여한 대표적 판사”라며 “작년 중앙선관위원장 재직시 4대강 반대운동과 무상급식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직권으로 고발결정을 한 장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변은 “헌재는 2003년 기간임용제를 채택한 사립대학법이 위헌은 아니지만 재임용과 관련, 객관적인 기준의 재임용 거부사유, 교원의 진술기회, 재임용 거부 사전통지, 불복절차 등에 관란 보완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해 이를 반영해 법률이 개정됐지만 양 전 대법관은 ‘임기만료로 교수지위는 자동상실’이라는 판결을 내려 사립대의 전횡에 항의하다 재임용에서 탈락한 수많은 교수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덧붙였다.
민변이 내세운 이유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민변은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사랑의 몰래산타’, 청년실업 해소 요구, 남북간 긴장의 완화와 평화체제를 논의하던 한국청년단체협의회를, 남북공동선언 실천연대를 ‘궁극적으로는 북한이 주장하는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며 냉정 수구적 판결을 했던 장본인도 양 전 대법관”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민변은 “지난 2003년 소위 사법파동 당시 책임지고 물러나겠다고 사직을 선언하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별다른 사정변경이 없음에도 이를 번복하고 법원장 대법관을 지냈던 인물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민변은 “우리는 사법부를 개혁할 적임자로서의 대법원장이 필요하지 기득권을 수호하고 정권의 안전판 노릇을 하면서 입신양명을 노리는 엘리트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며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부는 지명을 철회하고 합리적이고 양심적인 인사를 새로이 지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정권으로부터 독립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의 수장마저도 청와대 코드 인사로 채워진다면 이 나라의 사법정의는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우 대변인은 “양 지명자는 중앙선관위원장 시절,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운동을 불법 선거운동으로 내몰았던 인사다. 국민 다수가 반대한 4대강 사업을 이명박 정권의 사업이라고 손 들어준 인사가 국민이 바라는 사법부를 이끌어나갈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한, “대법원장마저 강경 보수인사, 청와대 코드인사로 채워진다면 우리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은 기대 불가”라며 “결국 사법부 개혁에는 관심없고 대법원장에 보수인사를 세워 정권이 교체돼도 사법부를 계속 우경화, 보수화하겠다는 이명박 정권과 보수세력의 불순한 의도에 다름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 대변인은 “이번 인사가 강행된다면 극심한 이념논쟁을 불러올 것이며 각종 편파논란으로 사법부의 권위는 더욱 땅에 떨어질 것”이라며 “정치권력으로부터 재판의 독립을 지키지 못할 때 권력의 부당한 탄압에 인권과 민주주의가 어떻게 짓밟히는지 우리 국민은 똑똑히 알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지명을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앞서,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현안브리핑을 통해 “우리사회는 독선적 국정운영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기본권이 훼손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며 “양승태 내정자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내고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많은 네타즌들도 양 전 대법관의 대법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분위기다. 트위터 상에는 “얕은 꾀로 부리는 수가 보이니 허탈해진다”, “내년 총선 투표 후 결과를 조용히 지켜보겠다”, “진짜 기가막힐 일”, “선관위원장을 맡앗던 기간에 유독 말이 많았었죠” 등의 반응들이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어떤 상황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법원의 개혁과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시대의 변화에 걸맞는 법원의 수장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편, 양 전 대법관은 1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법관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거치며 이미 청문회를 두 번 치러봤기 때문에 잘 되지 않겠느냐”고 향후 인사청문회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양 전 대법관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동의안이 통과돼야 대법원장에 취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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