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코로나19(COVID-19)가 들불처럼 번지며 한국을 향한 각국의 '방역 SOS'가 쇄도하고 있다. 120곳이 넘는 국가에서 앞다퉈 진단키트를 요청하는 통에 지원순위를 두고도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5일 정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까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통화한 각국 정상은 미국, 중국, 베트남 등을 포함해 16개국이다. 이들은 모두 봉쇄 정책 없이도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 한국의 노하우를 구하고자 했다.
이 외에도 각 외교 채널을 통해 진단키트와 의료기기 등 협조 요청을 들어온 곳은 120개국이 넘는다.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 손 소독제까지 수출 대상에 오르는 등 'K-방역'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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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개국에서 입국 제한 '미운 오리'에서 '방역 모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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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한국은 코로나19 발원지 중국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으로 코로나19가 빠르게 발병했다. 초기 1만건이 넘는 진단으로 확산자가 급속히 늘어 입국 제한을 하는 국가도 속출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의 철회 노력에도 한국발 입국 제한 국가·지역은 181곳에 달했다.
한국에 대한 편견은 세계 각국에 코로나19가 퍼지며 깨졌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며 오히려 한국의 방역이 우수한 수준임이 증명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의 진단 역량과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등 선진적 방역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유럽에서도 선방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 독일은 직접 한국에 대표단 파견 의사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방역문제로 차관급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싱가포르는 '자가진단 앱' 관련 기술협력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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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제한' 베트남, 비판만 하던 일본도 태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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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국발 입국자 제한에 앞장섰던 베트남의 태도 변화는 극적이다. 베트남은 지난 2월 한국발 여객기의 하노이 공항 착륙을 갑작스럽게 금지해 이미 이륙한 항공기가 회항하기도 했다. 한국 국민에 대한 14일간 시설격리를 해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었다.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는 지난 3일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양국의 협력 동반자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며 방역과 임상 분야 등에서 협력을 요청하며 변화된 태도를 보였다. 베트남은 240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입국제한과 비난 일색이던 일본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며 한국 배우기에 나섰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의 진단키트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과거 전염병 사태 때 대응에 실패했던 것을 교훈 삼아 신속하게 대처한 것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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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키트 SOS 120개국 넘어, 어디부터 도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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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개국 넘는 곳에서 진단키트 수출 의사를 물어오며 우선 지원 국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많은 국가의 요청이 몰리며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1950년 6.25전쟁 당시 우리를 도와줬던 에티오피아에 대한 지원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에티오피아는 마다가스카르 교민과 카메룬에 나간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 단원들의 귀국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펼쳤다. 정부 역시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에 방역, 검사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루마니아와 모로코, 세르비아 등에서 수송기를 띄워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공수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낙 진단키트 수요가 높다 보니 최근에는 진단키트 수송을 원하는 국가의 특별기편으로 교민들을 실어 오는 방식이 도입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되는 진단키트 물량의 약 90% 이상은 수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코로나19 등 진단키트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117% 늘어난 4865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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