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비 절감 기대"VS"외면 받을 것"..지속 모델 성장이 관건
배민을 비롯한 민간 앱들이 다양한 프로모션과 신속한 서비스로 성공한 것처럼 지속 모델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IT업계는 공공앱 출시에 회의적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배달의명수’ 같은 초기 성과를 근거로 앱 개발에 접근하는 것을 경계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앱 출시 초기 성과에 현혹돼 앱 개발을 추진하면 안된다”며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앱을 개발하는 것에만 치중해 정작 가장 중요한 유지·관리면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각 지자체들은 경쟁하듯 공공앱을 내놨지만, 사용자의 외면을 받아 줄줄이 폐기되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2018 공공앱 성과측정’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지자체가 운영 중인 공공앱은 총 372개중 64%인 240개가 개선 및 폐지, 폐지 권고의 결과를 받았다. 같은 해 전국 지자체에서 공공앱 개발, 운영에 투입한 비용은 334억6900만 원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앱을 다운로드한 후 유지하는 비율은 32.3%에 불과했다.
이재명표 배달앱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배달의민족(배민)’의 광고료 체제 개편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자, 5일 공공 배달앱을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6일 확정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하지만 공공 배달앱의 실효성에 대해 찬반이 갈린다. 소상공인들은 운영비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IT업계는 품질 낮은 서비스로 사용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을 점친다.
논란의 발단은 이달부터 시행 중인 배민의 수수료 개편이다. 배민은 지난 1일 수수료 제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소상공인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금액 제한이 있는 ‘정액제’에 비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늘어나는 ‘정률제’는 부담을 키운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이를 독과점의 횡포라고 판단했다. 가뜩이나 지난해 말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인수하기로 발표한 이후 독과점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중인 소상공인들은 공공 배달앱을 반기는 눈치다. 광고비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성남 분당에서 치킨집을 운영중인 A씨는 “어느새 고정비가 돼버린 광고비를 절감할 수만 있다면 공공 배달앱도 상관없다”며 “경기도가 운영하는 배달앱이 나온다면 배민에서 바로 갈아탈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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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앱 롤모델 '배달의 명수'…수수료·광고료 없고 가까운 거리순 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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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가 추진하는 공공 배달앱의 롤 모델은 군산시가 지난달 내놓은 ‘배달의 명수’다. 이미 강임준 군산시장으로부터 ‘배달의 명수’ 상표 공동사용도 허가받았다. 이날 경기도는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등 관련 기관과 대응 방침을 확정한다.
‘배달의 명수’는 수수료·광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월평균 25만원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군산시의 설명이다. 지역 음식점주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군산시에 따르면 ‘배달의 명수’는 지난 2일까지 20여일 동안 총 5344건의 주문을 처리했다. 금액으로 치면 1억2700여만원 규모다.
소비자 반응도 괜찮다. 카드 결제 중심 기존 배달앱과 달리 모바일 상품권 결제가 가능한 점이 주효했다. 게다가 민간 배달 앱에서는 불가한 ‘군산사랑상품권’으로 결제 시 음식값을 10% 할인받는다. 또 ‘배달의 명수’는 배민에 비해 가맹점들의 노출 경쟁 문제에서 자유롭다. 배민이 새로 도입한 ‘오픈서비스’는 우선 노출을 위해 가맹점 간 경쟁이 치열해 논란이 커졌다.
하지만 ‘배달의명수’는 소비자에게 가까운 거리순으로만 가맹점들을 노출해 형평성에 대한 잡음을 해결했다. 수수료·광고료가 없다는 특성 때문에 가맹점들의 불만이 없다. 김형옥 군산시청 유통혁신계장은 “가맹점들 대상으로 참여의 폭을 늘려가는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며 “할인 쿠폰 등을 통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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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시민 혜택도 없는데 혈세로 배달앱 운영 왜?” 명분 떨어져…“장기간 운영 어려운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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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에 개발자를 몇 명 뽑아 앱을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인력 등 인프라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그 비용은 어떻게 충당할 건가”라며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소비자와 음식점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특성상 고객센터도 필요하고 마케팅도 해야 한다”며 “추가로 혈세를 투입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서비스 품질과 함께 이용률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앱 유지·관리를 제대로 못한 탓에 공공앱들은 줄줄이 폐기돼왔다. 운영비로 세금과 민간 출연금은 한계가 있었다. 민간 앱과 경쟁이 되질 않았다. 초기에 반짝 성과를 냈다가 이용자가 늘면서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문을 닫은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또 지자체 특유의 조직 구조도 앱 운영과는 동떨어진 면이 있다. 지자체는 조직 구조상 민간 사업자보다 의사결정이 늦고, 담당자도 자주 바뀌는 경향이 있다. 앱과 같은 신속한 소통이 이뤄지는 사업을 운영하기엔 민간 사업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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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공공앱 줄줄이 실패·폐기…공공부문 시장 개입에 시장 혼돈 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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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택시 승차 거부를 근절한다며 내놨던 ‘S택시’와 ‘지브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이 앱 개발에 10억3000만원을 투입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운영을 중단했다. 제로페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8년 12월 서울시는 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높은 수수료율을 비판하며 ‘제로페이’를 만들었다. 출시 이후 1년간 누적 결제액은 696억원이다. 신용체크카드 결제액 추정치(910조원)의 0.007%를 차지했다. 553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은 결과 치고 참담하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2018년 서울시가 38억3100만원을 들여 개발한 공공앱(60개) 중 41.7%(25개)가 세금 낭비로 끝났다.
일각에선 지자체나 정부가 앱 시장에서 민간 사업자와 경쟁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리라고 본다. 세금 낭비는 물론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면서 신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공 부문은 민간 시장의 직접 경쟁자를 자처하기보다 제도와 행정 개선으로 독과점에 따른 폐해를 줄여나가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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