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0조, 코스피 30위로
코로나 충격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3월 이후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신풍제약이 지난 18일 하루에 2조원 이상 거래되며 또다시 상한가를 찍었다. 증권업계에선 신풍제약이 ‘수익률 킹’에 올랐지만 영업이익이 20억원에 불과한데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해 미스터리 현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던 지난 3월 19일 이후 이달 18일까지 2300여 상장 종목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신풍제약이었다. 신풍제약의 주가는 해당 기간 6610원에서 19만8000원으로 급등해 2895% 수익률을 올렸다.
신풍제약은 지난 1962년 설립된 의약품 제조업체다. 혈압약이나 소염진통제 같은 복제약을 여러 종류 파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풍제약의 말라리아 치료제인 ‘피라맥스’에 대해 코로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 2상 시험을 승인해주면서 반전이 생겼다. 임상 3상까지 끝내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코로나 치료제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 시가총액이 불어나자 지난 8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에 편입됐고 이달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에 포함됐다.
지난 18일 신풍제약은 FTSE 지수 편입에 따른 외국인 매수(1879억원) 덕에 상한가(전날보다 30% 상승)를 찍어 19만8000원에 장을 마쳤다. 거래 대금은 2조512억원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통틀어 1위였다. 2위인 LG화학보다 거래 대금이 1조원이나 많았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0조4910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기준 30위였다. 지난해 3조2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하나금융지주나 2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우리금융지주보다도 시총이 높다. 또 국내 3대 제약사(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의 시총을 합친 것보다도 1조3000억원이나 많다.
하지만 신풍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억원에 불과하고, 심지어 2017년 90억원, 2018년 69억원으로 매년 줄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풍제약이 상한가를 찍으면서 10조짜리 대마(大馬)가 된 것은, 말 그대로 ‘기계’의 한계를 보여준다”면서 “코스피나 FTSE 등 지수를 따르는 펀드들은 무조건 그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을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기업 가치와 상관없는 주가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풍제약은 시가총액이 10조원 넘는 초대형 종목이 됐지만 아직까지 증권사 리서치센터 분석 보고서가 하나도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몇몇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신풍제약 탐방을 다녀왔지만 투자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 보고서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면서 “회사 실적이 가시화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뒷북 투자를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신풍제약 지분 28%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 일가의 주식 매매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적이나 가치 대비 주가가 과대 평가되었다면 대량 매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1000억원대였던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는 현재 3조원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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