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세계 경제, G20의 무대책
지난 2월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G20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모임이 막을 내렸습니다. (그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코뮤니케의 번역문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십시오.) (☞관련 기사 : 중국 상하이 G20 재무 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코뮤니케 전문)
이 코뮤니케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경착륙한다느니, 2008년 금융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느니, 세계 경제에 대한 암울한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G20 회의에 앞서 배포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지난 7~8년간 반복한 '완만한 회복세'가 주는 느낌보다 훨씬 칙칙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이미 IMF는 금년(2016년)과 내년(2017년)의 경제 성장률 예측을 0.2%포인트씩 낮췄고 앞으로도 더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자료 : IMF Note on Global Prospects and Policy Challenges)
세계 언론은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헤지 펀드들은 실제로 투기 공격에 나섰습니다. 중국의 주식 시장과 환율 시장이 요동을 쳤죠. 하지만 중국 경제 상황은 경착륙(hard landing)이라기보다 울퉁불퉁한 착륙(bumpy landing) 쯤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합니다.
전 세계적 침체 속에서 중국은 이중의 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외환 제도의 개혁이고, 또 하나는 산업 구조 조정이죠. 2015년 8월의 위안화 고시 환율 결정 전환, 9월 역내 은행 간 외환 시장의 개방, 11월 위안화의 SDR(IMF의 인출권) 편입, 12월 13개 통화의 환율로 구성한 위안화 인덱스 발표 등은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일련의 개혁입니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 가치가 요동을 쳤고 국제 투기꾼에겐 좋은 먹잇감으로 비쳤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한편 중국은 부품의 국산화와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내건 산업 구조 조정에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물론 중국의 성장률이 7%대 이하로 떨어진 것도 공격의 빌미가 됐죠. 중국의 통계를 의심해서 실제론 3%대라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은 고도성장기의 과잉 설비를 더욱 부풀렸습니다. 결국 중국 제조업은 2010년 이후 성장률이 뚝 떨어졌고,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의 부채 역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중국 정부의 계획적인 산업 구조 전환과 맞물려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장악력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2015년 중국 GDP 성장에 대한 소비의 기여는 66.4%로 14년에 비해 15%포인트 이상 늘어났고 서비스업의 GDP 비중은 50%를 넘어섰습니다. 전통적 중화학 공업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정보 기술(IT) 등 첨단 산업은 눈이 부실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죠.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구조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중의 대대적 구조 전환은 당연히 '울퉁불퉁한' 요동을 초래했고 금융 시장의 혼란을 빚었습니다. 세계 경제는 '중국 리스크' 외에도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뉴욕 대학교 교수 누리엘 루비니는 여섯 가지를 더 꼽았습니다.
신흥 경제가 겪고 있는 심각한 거시 불균형, 미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중동 등의 지정학적 위험, 유가 하락으로 인한 미국과 세계 주가의 하락, 음의 이자율 정책 등으로 인한 글로벌 은행의 수익 저하, 그렉시트나 브렉시트(그리스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으로 인한 EU와 유로존의 금융 불안 등이 그것입니다. 해서 루비니는 2008년이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2009년 이후 가장 심각한 금융 혼란을 예상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IMF 보고서와 G20 코뮤니케는 이례적으로 재정 정책과 국제 공조를 강조했습니다. 지난 8년간의 비전통적 금융 정책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인도의 재무 장관이 된 라구람 라잔은 이들 비전통적 금융 정책의 효과를 IMF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양적 완화 등 각종 금융 완화 정책으로 통화가 증가했어도 이 돈은 다시 중앙은행으로 돌아가거나 수익성이 높았던 신흥 경제로 빠져나갔으니까요. 결국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수수료를 물리는 마이너스 이자율까지 등장한 겁니다.
현재 은행은 돈을 배분하는 금융 기능을 거의 상실했고, 결과적으로 금융 정책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자는, "이웃 가난하게 만들기" 정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IMF 보고서나 G20 코뮤니케 모두 환율 전쟁의 중지를 호소한 겁니다.
IMF는 독일과 같은 흑자국에 확장적 재정 정책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독일 재무 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부채 주도 성장"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결국 G20 코뮤니케는 금융-재정-구조 정책 모두에 관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세계 경제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겁니다. 경제는 수렁 속으로 빠져 드는데 아무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자화자찬과 남 탓으로 일관하는 대통령
2016년 들어 발표된 경제 통계는 하나 같이 한국 경제가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은 2011년 이래 평균 소비 성향(소득 중 소비에 지출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은행이 25일에 발표한 '2016년 2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의 소비자 심리 지수(CCSI)는 메르스 사태가 불거졌던 2015년 6월(98)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소비자 심리 지수는 기준선(2003∼2015년 장기 평균치)인 100을 웃돌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뜻합니다. 이런 비관적 전망이 역전될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소비 성향과 주관적인 소비 심리를 떨어뜨리는 데 가계 부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한국은행의 '2015년 4분기 가계 신용'은 2015년 말, 가계 부채가 1200조 원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림 상으로는 미미하게 보이지만) 가계 부채 증가율은 2014년 이후 높아졌는데 최경환 당시 경제 부총리의 주택 정책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소비와 함께 한국 GDP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수출은 어떨까요? 22일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올해(2016년) 1월의 한국 수출액은 362억2300만 달러로 작년(2015년) 1월에 비해 18.8%포인트 감소했습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월 무역 지수 및 교역 조건'에서는 수출 금액 지수도 비슷하게 17.8%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특히 전기 및 전자 기기, 수송 장비, 화학제품 등 한국의 주력 상품이 크게 줄었습니다.
소비나 수출의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 추세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당연히 산업 생산도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16년 1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공공 행정 등)은 2015년 12월에 비해 1.2%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제조업 재고율은 128.4%를 기록했고 평균 가동률은 72.6%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생산이 위축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정책 실패가 현재의 위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3년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입니다. 세계의 악조건 속에서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는 거죠. 예의 엉터리 국제 순위나 무디스의 신용 평가가 또 등장합니다(우리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원본을 제시하지는 않겠습니다).
단 한 가지만 통계로 보여드리려 합니다. 요즘 박근혜 정부는 거의 모든 정책에서 청년을 앞세웁니다. 청년 고용에 정부의 운명을 건 듯 합니다. 하지만 통계청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통계청의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청년 실업률은 9.5%로 치솟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3년 평가에서 청년 고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통계는 반대로 말합니다.
위 그림을 보면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26.9%로, 지금 위기에 빠져 있는 스페인보다 조금 나을 뿐,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40.7%)이나 미국(48.6%)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게 다 서비스 민영화와 원샷법(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법), 해고를 원활하게 하는 노동 4법을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할 겁니다.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있는 법들은 공급 사이드의 정책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문제는 심각한 총수요 부족입니다. 남은 열 달이 결과를 말해 주겠죠. 경제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대통령은 자화자찬과 남 탓만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자화자찬에 대해 외신 기자의 평가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2월 27일 중국 상하이에서 G20 재무부 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모임이 막을 내렸습니다. (그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코뮤니케의 번역문은 아래 기사를 참조하십시오.) (☞관련 기사 : 중국 상하이 G20 재무 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코뮤니케 전문)
이 코뮤니케는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중국이 경착륙한다느니, 2008년 금융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느니, 세계 경제에 대한 암울한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별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G20 회의에 앞서 배포된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는 지난 7~8년간 반복한 '완만한 회복세'가 주는 느낌보다 훨씬 칙칙한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이미 IMF는 금년(2016년)과 내년(2017년)의 경제 성장률 예측을 0.2%포인트씩 낮췄고 앞으로도 더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자료 : IMF Note on Global Prospects and Policy Challenges)
세계 언론은 경제 위기의 원인으로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대대적으로 보도했고 헤지 펀드들은 실제로 투기 공격에 나섰습니다. 중국의 주식 시장과 환율 시장이 요동을 쳤죠. 하지만 중국 경제 상황은 경착륙(hard landing)이라기보다 울퉁불퉁한 착륙(bumpy landing) 쯤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듯합니다.
전 세계적 침체 속에서 중국은 이중의 구조 전환을 꾀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외환 제도의 개혁이고, 또 하나는 산업 구조 조정이죠. 2015년 8월의 위안화 고시 환율 결정 전환, 9월 역내 은행 간 외환 시장의 개방, 11월 위안화의 SDR(IMF의 인출권) 편입, 12월 13개 통화의 환율로 구성한 위안화 인덱스 발표 등은 위안화 국제화를 향한 일련의 개혁입니다. 이 과정에서 위안화 가치가 요동을 쳤고 국제 투기꾼에겐 좋은 먹잇감으로 비쳤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한편 중국은 부품의 국산화와 소비 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내건 산업 구조 조정에도 박차를 가했습니다. 물론 중국의 성장률이 7%대 이하로 떨어진 것도 공격의 빌미가 됐죠. 중국의 통계를 의심해서 실제론 3%대라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은 고도성장기의 과잉 설비를 더욱 부풀렸습니다. 결국 중국 제조업은 2010년 이후 성장률이 뚝 떨어졌고, 지방 정부와 국영 기업의 부채 역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중국 정부의 계획적인 산업 구조 전환과 맞물려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장악력을 무시해선 안 됩니다. 2015년 중국 GDP 성장에 대한 소비의 기여는 66.4%로 14년에 비해 15%포인트 이상 늘어났고 서비스업의 GDP 비중은 50%를 넘어섰습니다. 전통적 중화학 공업은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동시에 정보 기술(IT) 등 첨단 산업은 눈이 부실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거죠.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구조 전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중의 대대적 구조 전환은 당연히 '울퉁불퉁한' 요동을 초래했고 금융 시장의 혼란을 빚었습니다. 세계 경제는 '중국 리스크' 외에도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습니다. 뉴욕 대학교 교수 누리엘 루비니는 여섯 가지를 더 꼽았습니다.
신흥 경제가 겪고 있는 심각한 거시 불균형, 미연방준비제도(FRB) 이사회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 중동 등의 지정학적 위험, 유가 하락으로 인한 미국과 세계 주가의 하락, 음의 이자율 정책 등으로 인한 글로벌 은행의 수익 저하, 그렉시트나 브렉시트(그리스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등으로 인한 EU와 유로존의 금융 불안 등이 그것입니다. 해서 루비니는 2008년이 재현되지는 않겠지만 2009년 이후 가장 심각한 금융 혼란을 예상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IMF 보고서와 G20 코뮤니케는 이례적으로 재정 정책과 국제 공조를 강조했습니다. 지난 8년간의 비전통적 금융 정책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인도의 재무 장관이 된 라구람 라잔은 이들 비전통적 금융 정책의 효과를 IMF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양적 완화 등 각종 금융 완화 정책으로 통화가 증가했어도 이 돈은 다시 중앙은행으로 돌아가거나 수익성이 높았던 신흥 경제로 빠져나갔으니까요. 결국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오히려 수수료를 물리는 마이너스 이자율까지 등장한 겁니다.
현재 은행은 돈을 배분하는 금융 기능을 거의 상실했고, 결과적으로 금융 정책은 자국 통화의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자는, "이웃 가난하게 만들기" 정책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IMF 보고서나 G20 코뮤니케 모두 환율 전쟁의 중지를 호소한 겁니다.
IMF는 독일과 같은 흑자국에 확장적 재정 정책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독일 재무 장관 볼프강 쇼이블레는 "부채 주도 성장"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단호히 반대했습니다. 결국 G20 코뮤니케는 금융-재정-구조 정책 모두에 관한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세계 경제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겁니다. 경제는 수렁 속으로 빠져 드는데 아무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자화자찬과 남 탓으로 일관하는 대통령
2016년 들어 발표된 경제 통계는 하나 같이 한국 경제가 심각하다고 말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 동향은 2011년 이래 평균 소비 성향(소득 중 소비에 지출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한국은행이 25일에 발표한 '2016년 2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2월의 소비자 심리 지수(CCSI)는 메르스 사태가 불거졌던 2015년 6월(98)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소비자 심리 지수는 기준선(2003∼2015년 장기 평균치)인 100을 웃돌면 소비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임을 뜻합니다. 이런 비관적 전망이 역전될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소비 성향과 주관적인 소비 심리를 떨어뜨리는 데 가계 부채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한국은행의 '2015년 4분기 가계 신용'은 2015년 말, 가계 부채가 1200조 원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림 상으로는 미미하게 보이지만) 가계 부채 증가율은 2014년 이후 높아졌는데 최경환 당시 경제 부총리의 주택 정책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소비와 함께 한국 GDP의 50% 가량을 차지하는 수출은 어떨까요? 22일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올해(2016년) 1월의 한국 수출액은 362억2300만 달러로 작년(2015년) 1월에 비해 18.8%포인트 감소했습니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월 무역 지수 및 교역 조건'에서는 수출 금액 지수도 비슷하게 17.8%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특히 전기 및 전자 기기, 수송 장비, 화학제품 등 한국의 주력 상품이 크게 줄었습니다.
소비나 수출의 감소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 추세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당연히 산업 생산도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16년 1월 산업 활동 동향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광공업·서비스업·건설업·공공 행정 등)은 2015년 12월에 비해 1.2%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제조업 재고율은 128.4%를 기록했고 평균 가동률은 72.6%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금융 위기로 인해 생산이 위축된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정책 실패가 현재의 위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3년 평가"는 자화자찬 일색입니다. 세계의 악조건 속에서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는 거죠. 예의 엉터리 국제 순위나 무디스의 신용 평가가 또 등장합니다(우리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원본을 제시하지는 않겠습니다).
단 한 가지만 통계로 보여드리려 합니다. 요즘 박근혜 정부는 거의 모든 정책에서 청년을 앞세웁니다. 청년 고용에 정부의 운명을 건 듯 합니다. 하지만 통계청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통계청의 1월 고용 동향을 보면 청년 실업률은 9.5%로 치솟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3년 평가에서 청년 고용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국제 통계는 반대로 말합니다.
위 그림을 보면 한국의 청년 고용률은 26.9%로, 지금 위기에 빠져 있는 스페인보다 조금 나을 뿐,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40.7%)이나 미국(48.6%)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게 다 서비스 민영화와 원샷법(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법), 해고를 원활하게 하는 노동 4법을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변할 겁니다. 대통령이 목숨을 걸고 있는 법들은 공급 사이드의 정책들입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문제는 심각한 총수요 부족입니다. 남은 열 달이 결과를 말해 주겠죠. 경제는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대통령은 자화자찬과 남 탓만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한심한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자화자찬에 대해 외신 기자의 평가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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