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태경 연세대 교수, 지난 26일 지진 학술대회에서 주장..."응력 집중돼 약한 힘에도 강한 지진 발생 가능"
경주 지진 피해 현장 |
지난 26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2016 추계지질과학연합학술대회에서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컵에 물이 가득 차면 물 한방울만 떨어지더라도 넘칠 수 있다. 즉 경주 일대는 지난달 12일 발생한 지진으로 응력(지각에 쌓인 압력)이 쌓인 상태다. 여기에 현재 작은 힘만 가해져도 또 다른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문제는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5일 오후 7시57분쯤 경주 남동쪽 21km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4 지진은 그동안 경주지진을 유발한 단층의 연장방향에서 벗어난 지역에서 나타났다. 지난달 12일 규모 5.8 지진을 일으킨 단층은 북북동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발달한 단층인 것과 달리 이번 여진은 90도 각도를 이루는 방향에 위치하고 있다. 울산단층 쪽으로 뻗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거리도 20여km 떨어져 있다. 대부분의 여진은 경주 남서쪽, 남남서쪽 8~11km 부근에서 발생했다.
사진=기상청 홈페이지 |
홍 교수는 이날 발생한 여진이 9.12 경주 지진으로 인해 추가 응력이 쌓인 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응력이 쌓인 곳에 2.5bar정도의 힘이 가해지거나 이 지역에 활성단층이 있다면 또 다른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2~3bar 정도면 그리 큰 힘이라고 하진 않지만 이정도면 지진학적으로 지진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응력 증가량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홍 교수는 또 다른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해왔던 지표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2007년 1월20일 오대산에서 발생한 규모 4.8 지진이나 9.12 경주 지진에 대해 지표에서 아무런 흔적을 못 찾았다.
홍 교수에 따르면 정밀조사를 위해서는 단층을 찾으려는 지역을 조밀하게 쪼갠 뒤 지진계를 여러 개 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면 가로ㆍ세로 각 30km 지역에 지진계를 50~60개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 방식을 쓰면 미소지진까지 감지하게 돼 단층의 위치나 자세를 파악하는 데 효율적이다. 이에 홍 교수는 "평소에 지진이 안 나다보니 별로 관심이 없어 지진계를 이만큼 설치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놔두는 거다"라며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역부터 샅샅이 조사해 그 범위 내에서 숨겨진 단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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