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김건희 여사 모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로 23억 원 수익
검찰 종합의견서 명시된 내용… 심의위원 "법원 인정하지 않았다"
법정제재 남발에 뉴스타파 기자 "심의위원들 재판에 무지한 듯"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김건희 여사 모녀가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로 23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보도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가 반복적으로 중징계를 의결하고 있다. 23억 원이 명시된 검찰의 종합의견서를 보도한 것이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주장인데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혹 제기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23억 원 수익 보도에 법정제재 쏟아져
23일 기준 방심위와 선방심의위는 '김건희 여사 모녀 23억 원 수익' 내용을 다룬 방송 5건에 모두 법정제재 의견을 냈다. △1월16일자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관계자 징계) △2월25일자 MBC '스트레이트'(제작진 의견진술) △1월12일자 YTN '이브닝뉴스', '뉴스나이트'(경고) △1월16일자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경고) △1월16일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주의) 등이다.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에서 심의한 YTN '이브닝뉴스', '뉴스나이트'와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은 차후 전체회의에서 의결이 확정된다. 방심위 전체회의는 여야 6대2 구조로 일방적인 의결이 가능해 법정제재 의견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
선방심의위에서 심의한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와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은 제재가 확정됐다. MBC '스트레이트'는 제작진 질의응답 후 제재 수위를 정하는 '의견진술' 절차가 남아 있지만 심의위원들이 법정제재를 전제로 해 중징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제재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시 감점 사유로 적용돼 중징계로 인식된다.
김건희 여사 모녀 관련 보도가 심의에 오르기만 하면 심의위원들의 거친 발언이 이어진다. 김건희 여사 모녀의 23억 원 수익이 명시된 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검찰 종합의견서인데, 이 검찰 의견이 법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최철호 선방심의위원(국민의힘 추천)은 “마치 23억 원 수익을 낸 것처럼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편파적인 보도”(CBS '박재홍의 한판승부')라며 “법원이 판결문에서 (부당이익을 올린) 일당들과 (김 여사의) 인과관계가 맞지 않다고 했다. 이 금액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MBC '스트레이트')이라고 주장했다.
권재홍 선방심의위원(공정언론국민연대 추천)도 “판사가 보기에 이것만 가지고 (부당) 이익을 취했다고 확정할 수 없어서 증거자료로 안 쓴 것”(MBC '스트레이트'), “검찰이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연루된 걸 알면서도 23억 원에 대해 기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으로 (방송이) 몰고 간다”(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등의 발언을 했다.
이정옥 방심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23억 원이 명시된) 검찰 의견서만을 확인해서 보도했다고 돼 있다. 이게 법조계 출입 기자로서 맞는 태도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YTN '이브닝뉴스'·'뉴스나이트')고 말했다. 이정옥 위원은 “수조 원을 벌었든 액수는 자본주의에서 중요한 게 아니다. 주가조작 관여 여부가 핵심”이라며 “개인적으로 주가조작과 관련이 없으면 보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MBC '시선집중')고 단정하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 모녀 수익에 대한 심의는 여권 추천 위원 내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문재완 방심위원(윤석열 대통령 추천)은 YTN·MBC에 모두 '의결보류' 의견을 냈는데, 문 위원은 “기소 자체가 김건희 여사 모녀에 대한 것이 아니고 권오수 회장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법원 판단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부당) 수익이 얼마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태다. 추후 수사가 진행되면 그때 의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수 의견으로 법정제재를 막지 못했다.
권오수 전 회장 판결이 김건희 여사 모녀 수익과 무슨 상관?
보도 근거가 된 검찰 종합의견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시세 조종 행위로 기소된 사람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전 회장 일당으로 김건희 여사 모녀가 아니다. 재판에서 해당 문건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김건희 여사 모녀가 수익을 거뒀다는 사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건희 모녀는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녀의 수익도 법원의 판단 대상이 아니었다. 법원이 김건희 모녀 수익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심인보 기자는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건 두 가지다. 권오수 전 회장 관련 '미실현 이익'과 '차명계좌'”라며 “검찰은 권 전 회장이 아직 팔지 않은 주식까지 수익으로 잡았는데 이걸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고 이 사람의 수익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알 수 없는 차명계좌가 (수익에) 섞여 있었기 때문에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사들은 김건희 여사 모녀 23억 원 수익이 주가조작으로 인한 '부당이익'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다만 그 사건과 관련해 23억 원의 수익이 나왔고 검찰은 이에 대해 아직 김건희 여사 소환 조사 등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짚었을 뿐이다. 사실관계가 틀린 것이 없는데 중징계가 남발된 상황이다.
방송사들은 심의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YTN 제작진은 지난 16일 방심위 방송소위 서면 의견진술에서 “검찰 최종 의견서는 자체 검토 결과서가 아니라 한국거래소가 직접 분석해 제출한 것”이라며 “공신력 있는 데이터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의 별도 해명이나 반박이 없었고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대응도 없었다”며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다른 언론사 논조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정욱 MBC 라디오국 제작파트장 역시 지난 18일 선방심의위 의견진술에서 “23억 원이 명시된 검찰 의견서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내놓은 매우 공신력 있는 보고서”라며 “법원은 권오수 회장 일당에 대한 내용을 차명계좌 확인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 종합의견서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과 김건희 여사 모녀의 23억 원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방송사 모두 법정제재를 피하지 못했다.
심인보 기자는 통화에서 “김건희 모녀 수익과는 전혀 무관한데도 뭉뚱그려 법원 판결을 중징계 근거로 삼는다는 건 심의위원들이 재판 절차에 대해 무지하거나 일부러 사실을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라며 “김건희 모녀가 23억 원을 벌었다는 건 너무나 하드한 팩트다. 이것을 보도하는 게 문제가 되는 걸 상상해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초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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