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팀 "한 검사장 비협조로 지연"
한동훈은 "권력반대 수사 보복"
"공직 쫓겨나도 이겨낼 것" 호소
‘검·언 유착’ 의혹 수사가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의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로 다시 기로에 놓였다.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 구속영장 발부를 동력 삼아 한 검사장과의 ‘공모’ 여부 입증에 수사력을 집중하려 했던 수사팀으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 쪽은 수사심의위 결과로 ‘검-언 유착 수사가 무리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입장이지만, 수사팀은 대검과의 갈등과 한 검사장의 비협조로 상당 기간 중단됐다가 재개된 수사인 만큼 이번 권고와 별개로 추가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_______ 수사팀 “추가 수사 필요”…한동훈 “보복 수사”
이번 수사의 핵심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 대한 협박성 취재의 ‘주체’가 누구냐다. 이 전 기자의 단독 행위인지, 한 검사장과 공모한 결과인지가 밝혀져야 하는 셈이다.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 대리인을 만나 한 검사장의 말이라 암시하며 녹취록을 보여주고, 후배 기자에게 “한 검사장이 ‘나를 팔아’라고 했다”는 진술 등이 나왔지만 이는 ‘직접 증거’가 아닌 모두 ‘전언’ 형태였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직접 나눈 대화였던 ‘2월13일 부산고검 대화록’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다.
그러나 대화록 전문이 공개된 뒤 법조계에서는 ‘공모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이 전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을 취재한다고 하자 한 검사장은 “그건 해볼 만하지”라거나 “그런 거 하다가 한두 개 걸리면 되지”라는 등의 발언을 한다. 동시에 한 검사장은 “유시민씨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모른다. 관심 없다”고도 했다.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의 취재 계획에 기계적으로 호응한 것이지, 구체적인 반응은 없었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저 두 문장만으로는 한 검사장과의 공모가 있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수사심의위에서 다른 근거가 없었다면 위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가 미진한 상황이 오히려 추가 수사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취지로 수사심의위에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4일 한 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의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두고 갈등이 이어지고,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휘·감독을 배제하는 수사지휘를 내린 뒤 윤 총장이 이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과정에서 한달 정도의 시간이 허비됐기 때문에, 핵심 피의자인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이뤄질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수사팀은 수사심의위의 의결 결과가 알려진 뒤 “한 검사장으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하고 피의자 1회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수사 계속’ 의견을 개진했음에도 수사심의위가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의결한 점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전 기자가 구속되고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수사 중단을 권고해버린 것이어서 수사팀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검사장은 수사심의위에서 “이번 수사가 ‘권력에 반대한 수사를 진행한 자신에 대한 보복’이라는 취지로 위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 1월까지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내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수사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 등을 지휘했다. 한 검사장은 수사심의위의 질의 과정에서 “저는 이 위원회가 저를 불기소하라는 결정을 하더라도, 법무부 장관과 수사팀이 저를 구속하거나 기소하려 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 광풍의 2020년 7월을 나중에 되돌아볼 때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 중 한곳만은 상식과 정의의 편에 서 있다는 기록을 남겨주시면, 억울하게 감옥에 가거나 공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끝까지 담담하게 이겨내겠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_______ 공모 여부 수사 계속 ‘촉각’
서울중앙지검은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과 법원의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취지, 수사심의위 심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앞으로의 수사 및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이 전 기자 구속영장을 발부한 만큼, ‘검찰 고위직과의 연결’ 여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는 24일 검찰이 휴대전화를 위법하게 압수수색했다는 이 전 기자의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 전에 이 전 기자 쪽에 일시와 장소 등을 통지하지 않았고, 포렌식 과정에서도 이 전 기자 쪽의 영장 제시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다만 검찰이 압수한 이 전 기자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은 이미 초기화가 완료돼 유의미한 증거가 들어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은 “기본적으로 압수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결정 취지를 검토하고 반환 및 불복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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