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팀이 오는 22일로 예정된 정봉주 전 의원의 대법원 판결과 관련 기발한 형식의 집회를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1천5백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정봉주는 달리고 싶다! 촬영대회’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퍼포먼스 형태로 진행됐기 때문에 경찰도 저지하지 못했고 집회마다 반복됐던 ‘해산 명령’도 전혀 없었다.
구호도 ‘정봉주는 달려야 한다’, ‘김용민은 먹어야 한다’, ‘주진우는 사랑해야 한다’, ‘김어준은 헤어져야 한다’, ‘공지영은 결혼해야 한다’ 등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역설적인 내용으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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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을 응원하는 ‘정봉주는 달리고 싶다! 촬영대회’가 열렸다. ⓒ 트위터 ‘korea486’ |
‘나꼼수’측은 이날 오후 8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정 전 의원을 응원하는 ‘정봉주는 달리고 싶다! 촬영대회’를 열었다. 정 전 의원이 감옥을 상징하는 1.5평 테두리 안에서 달리는 동안 시민들이 차례로 나와 설치된 카메라를 향해 응원메시지를 남기는 형식이다. 응원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시민들은 100m나 길게 줄을 서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1천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했으며 촛불을 들고 정 전 의원을 응원했다.
시민들은 “정봉주를 저격하지 마라”, “정봉주는 무죄다” “대한민국에 상식과 양심, 법이 살아 있다면 정봉주는 무죄다”란 문구를 적은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대법원에 무죄 판결을 촉구했다.
산타 복장을 하고 나온 한 시민은 “산타할아버지도 가카에게 BBK, 빅엿을 선물하기 위하여 정봉주 의원과 함께 달립니다. 씨바! 쫄지마!”라는 손팻말 문구로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정봉주 전 의원은 1.5평짜리 테두리 안에서 뛰면서 시민들에게 “‘달려라 정봉주’가 2등인데 1등 만들어 달라, 먹고 살기 힘들다”며 “오죽하면 원숭이 퍼포먼스까지 하겠나, 1인 3권 운동을 전개해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진행을 맡은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가 “힘들지 않냐”고 묻자 정 전 의원은 “끝까지 달릴 것이다, 포레스트 검프는 한 달을 달렸다”고 답했다. 땀이 나는지 정 전 의원은 목도리와 윗옷 등을 차례로 벗었다.
이어 도착한 시사평론가 김용민 PD가 마이크를 잡자 시민들은 조현오 경찰청장 성대모사를 주문했다. 김 PD는 곧장 조 청장 말투로 “안녕하십니까. 경찰청장 조현옵니다. 진짜 조현오 인기 많은 줄 알까”라며 “정봉주 이 인간 아직도 구속이 안됐어. 언제 구속 될 거야? 어디서 큰소리야. 물대포 맛을 덜 본 모양이구만. 다 연행해”라고 성대모사를 해 시민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김 PD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 성대모사에 들어갔다. 그는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말라, 나쁜 신문 보지 말라,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이라도...”라며 “욕을 어떻게 하느냐”라고 물었다. 이어 김 PD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성대모사로 “야이 샹노무새퀴야”, “염병지랄하고 자빠졌네 시발러머새퀴야” 등 전라도 사투리로 욕을 퍼부어 시민들을 박장대소하게 했다.
김 PD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성대모사로 “야 조현오. 너 우리집 안 와봤지. 우리집 앞마당에 파묻으면 아무도 몰라”라며 “우리 집에 풍산개 키우는데 개 이름이 조현오야”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 PD는 “무서워하거나 쫄지 않고 감옥을 가더라도 유쾌하게 싸우겠다”며 “우리도 쫄지 말고 파이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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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미디어’ 미디어몽구가 20일 오후 9시경 빌딩 위에서 찍은 대한문 앞 모습. ⓒ 미디어몽구 트위터 |
진행 중간 중간 탁현민 교수는 시민들에게 “많이들 나와서 촬영해 달라, 불편해도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없다”며 응원 영상 메시지 촬영에 적극 참여할 것을 호소했다.
이어 등장한 주진우 시사IN 기자는 “정봉주 전 의원은 감옥에 간다, 다음 타자는 주진우이고 그리고 김어준 총수다”라며 “선배들이 감옥 가서 이룬 민주화다. 감옥 가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봉주 전 의원은 김용민 PD를 겨냥해 “돼지는 옆에서 잠만 잤대, 교도소에 맞는 방이 없대, 교도소에 쌀이 모자라 안돼”라고 농담을 했다.
김어준 총수는 “정봉주가 구속되면 우리 모두가 구속되는 것 아니냐”며 “절대 그렇게 돼서는 안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게 되면 365일 다른 사식을 넣어주겠다, 만약 가게 된다고 해도 끝까지 혼자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총수가 “뭘로 해주면 좋겠어?”라고 묻자 정 전 의원은 “나는 회를 좋아한다, 거기에 여러분 사랑을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정봉주 의원이 구속되면 정의는 땅에 떨어지는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웅을 만들어주는 것이다”고 웃음을 자아낸 뒤 “항상 앞에서 계속 응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탁 교수는 중간중간 시민들에게 “정봉주는 달려야 한다”, “김용민은 먹어야 한다”, “주진우는 사랑해야 한다”, “김어준은 헤어져야 한다”, “공지영은 결혼해야 한다” 등 재치있는 구호를 외치도록 했다. 시민들은 박장대소하면서도 이날 이벤트의 핵심적인 구호인 “정봉주는 달려야 한다”를 간절하게 외쳤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의원은 “기각될 것이라고 믿지만 만에 하나 감옥에 가게 되면 구출해야 한다”며 “민주통합당이 전당대회를 하는데, 당대표를 뽑는데, 뽑는 사람이 일반 시민이다, 정봉주 전 의원이 옥중출마하면 대표로 당선될 것 같다”고 제안을 했다.
정 의원은 “수감되면 옥중출마를 하라고 권했다. 피선거권이 문제인데 민주통합당에서 자격있다고 유권해석하면 된다”며 “정봉주 전 의원이 출마선언하면 선거인단 등록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이종걸 의원은 “오늘이 바로 정봉주 의원을 낳으신 어머니의 생신이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정봉주를 불효자로 만들려고 하는데 정봉주를 절대로 감옥으로 보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 인사에서 정 전 의원은 “사실 선고일자를 받고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며 “하지만 옆을 보니 나꼼수 친구들, 민주통합당, 그리고 진심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시는 여러분이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4월27일 시작한 나꼼수는 여러분들의 모습이었다. 여러분들의 양심의 소리였다”며 “여러분을 대신해 광대가 돼서 여러분 목소리를 대변한 것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꼼수를 막기 위해 재판하는 것이라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이다”며 “나꼼수는 죽지 않는다. 다시 2007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부도덕한 지도자와 정치인의 비리를 파헤치는 데 앞장 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전 의원은 “여러분이 제가 광대가 되길 원하면 광대가 될 것이고, BBK, FTA 저격수가 되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이고, 최전방 공격수가 되길 원하면 맨 앞에 서서 끝까지 싸우겠다”며 “승리의 그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달리겠다”고 외쳤다.
마지막 연설이 끝나자 김용민 PD가 정 전 의원을 들어 올려 어깨에 목마를 태웠다. 퀸의 ‘We will rock you’란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지지자들은 “정봉주” 이름과 “정봉주는 달려야 한다”, “쫄지마, 쫄지마” 등의 구호를 연호하며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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