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이 내부에서부터 허물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 주변 참모들이 각종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정권의 도덕성은 상처를 입었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로 전통적 지지기반에서 균열 조짐이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수 언론들도 정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아군이 ‘짐’이 되거나 등을 돌린 것으로, 내부 기반이 무너졌다는 점에서 타격이 더 크다.
■적은 내부에 있었다.
힘이 빠지는 집권 4년차의 중심을 잡아야 할 박 대통령 측근들이 오히려 더 부담이 되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 신뢰하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온 우병우 민정수석, 최경환 의원 등 정권의 투톱이 붕괴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우 수석은 넥슨과 1300억원대 부적절한 부동산 거래를 한 의혹,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몰래변론 의혹 등에 휩싸였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대통령 핵심 측근이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선 것은 국정운영에 타격이다. 당장 우 수석이 주도했던 전방위 사정정국은 차질을 빚게 됐다. 우 수석 재산도 여론을 악화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지난 18일 “(우 수석 부동산 거래) 보도를 접한 99% ‘개·돼지’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힐난했다.
최 의원이 4·13 총선 공천과정에서 “대통령의 뜻”을 내세우며 개입한 사실도 육성으로 드러났다. 대통령 정무특보 출신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도 “대통령 뜻”이라며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고 김성회 전 의원을 사실상 협박한 것도 공개됐다. 종합하면 청와대 지시를 받은 새누리당 친박 핵심들이 사정당국 자료까지 동원하면서 공천 전횡을 휘둘렀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무너진 지지기반
우선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의 민심 이반이 심상찮다. 성주 사드 배치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6시간여 동안 주민들에게 포위당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구·경북 새누리당 의원들도 성주 사드 배치 결정에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 지역 의원 25명 중 21명은 지난 13일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보상책을 내놓으라는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열기도 했다. 4·13 총선에서 더민주 의원이 5명이나 당선된 부산지역 민심은 이미 여당 텃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비판적이 됐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 언론들도 비판 기조로 돌아섰다.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은 우병우 수석과 넥슨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또 각종 기사와 사설, 칼럼들을 통해 우 수석 사퇴가 불가피하며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보수 신문은 현 정권과 ‘전쟁’을 선포했다는 말까지 돌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국면을 전환할 뾰족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분위기 쇄신을 위한 전면 개각 카드가 여권에서 거론되지만 이미 빛이 바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사 검증 최고책임자인 우 수석이 오히려 각종 의혹으로 ‘검증대’에 오른 것이 걸림돌이다. 현 상태에서 우 수석이 인사 검증 작업을 제대로 해내겠느냐는 의구심, 이미 후보에 대한 스크린이 끝났더라도 우 수석이 검증한 인사가 여론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 등이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9일 “우병우(수석)가 검증한 인사를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7191700001&code=910203&nv=stand#csidx6f1abbcbcf20ead9dd0aa2f695f40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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