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9일 오후 서울 목동 CBS 사옥 앞에 몰려온 신천지 신도들. 황진환기자
법원이 CBS 특집다큐 8부작 <신천지에빠진사람들>의 공익성을 폭넓게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제15민사부는 지난 17일 신천지가 CBS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CBS가 반사회적, 반인륜적 실체를 폭로한 것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기성교회로부터 이단으로 판정받은 종교집단인 신천지 교리의 실체와 그 운영방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정적, 사회적 문제점들을 기독교인들과 비기독교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공익적 목적으로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했다”고 밝혔다.
또, “CBS는 종교적 목적을 위한 언론으로서 일반적인 언론, 출판에 비해 보다 고도의 보장을 받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2부 출연자인 신천지 신도 유 아무개 씨가 이단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모자이크 처리가 미숙했던 점을 지적하고, 유 씨에게 500만 원, 신천지 측에 3백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모자이크 처리가 얼굴 부분에 집중되어 있어 얼굴 아래 부분의 신체 윤곽, 옷차림, 몸짓 등의 인식이 가능하고, 음성변조 처리가 일부 불완전 해 유 씨가 피해자로 특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위자료 지급 사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신천지가 특집 다큐 8부작 전체를 트집 잡아 30가지 내용에 걸쳐 반론, 정정 보도를 청구했으나 법원은 10가지 사항에 대해서만 반론을 인정했고, 정정 보도를 인정한 것은 1건 뿐이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원은 신천지가 젊은이들의 인성을 파괴하고, 이혼을 장려한다는 부분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조건부 시한부 종말론 주장, 틀린 성경해석, 이만희 교주 표현, 종교사기, 만국회의 위장행사, 총회장 이만희의 신격화 부분, 신천지에 빠진 가출, 신천지에 빠진 자녀 때문에 자살한 어머니의 죽음, 이만희를 재림주, 구원자라고 한 부분 등 20가지 내용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CBS의 손을 들어줬다.
신천지 측이 방송에 출연해 신천지의 실체를 폭로한 이단 전문가 진용식, 신현욱 목사, 엄OO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역시 모두 기각됐다.
그러나 법원은 가출을 조장하고 천륜을 끊게 만든다는 내용을 비롯해 세뇌를 시킨다, 신천지는 반국가단체이다라고 지적한 부분 등 10가지에 대해서는 내용의 진실여부와 무관하게 신천지 측에 반론의 기회를 줄 수 있는 내용이라며, 신천지 측의 반론청구권리를 인정했다.
종합해보면 신천지가 CBS의 2천 시간 관찰보고서 <신천지에빠진사람들>로 인해 사회적 경각심이 생기는 등 위기의식이 커져 30억 원이라는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고, 출연자의 사회적 위신과 관련해 8백 만원의 위자료만 인정받은 것이다.
한편, CBS는 법원이 반론, 정정보도를 판결한 10가지 사항에 대해서도 충분히 입증가능하다고 보고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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