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청와대 압수영장 집행 거부 성토
“대통령은 특검 수사 제대로 받으라”
주최쪽 집계 40만…‘촛불 100일’ 자축도
‘염병하네’ 청소노동자도 무대 올라
“최순실, 나라 망하게 만들고도 뻔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4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1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2월 탄핵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서울 광화문광장에 촛불이 등장한 지 99일째인 4일, 박근혜 정권 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추산 40만명이 모여 “2월에는 탄핵하라”고 외쳤다.
지난주 설 때문에 한 주를 거르고 이날 오후 5시 ‘2월에는 탄핵하라’라는 주제로 열린 14차 촛불집회에 다시 모인 시민들은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를 집중 성토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도 비판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4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14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2월 탄핵 결정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울 동대문구에서 온 정범모(65)씨는 “대통령이 사과해도 시원찮을 판에 청와대의 탄핵 시간 끌기와 지연작전에 속상해서 나왔다”며 “지난 100일 동안 수백만 명이 광장에 모일 때의 뭉클함도 있었지만 대통령이 특검 수사 제대로 받는지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신아무개(43)씨는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나왔기 때문에 탄핵안도 가결돼 대통령 직무정지를 시켰고 세월호 문제도 다시 떠오를 수 있었다”며 “당장 어제 청와대가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해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고, 그 전엔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도 기각이 돼 재청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4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14차 촛불집회에 할아버지와 함께 참가한 어린이가 촛불을 들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촛불 100일’을 ‘새로운 민주주의 100일’로 규정하고 자축하는 행사도 이어졌다. 이날 본집회 무대에선 경기 성남에서 온 한 가족이 케이크를 가지고 나와 초를 불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촛불 100일을 다룬 무대 영상에서 지난해 12월9일 국회 탄핵안 가결 발표가 나올 땐 참석자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박수를 쳤다. 퇴진행동은 지방에서도 2만5천여명이 촛불을 켰다고 밝혔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4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14차 촛불집회에서 최순실씨가 특검에 출두하면서 민주주의를 외칠 때 `염병'이라고 꾸짖었던 청소노동자가 발언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순실씨가 지난달 25일 특검실에 강제 소환됐을 때 “억울하다”며 큰소리치자 “염병하네!”라고 소리쳐 화제가 된 청소노동자 임아무개(65)씨도 무대에 올랐다. 임씨는 발언자로 무대에 올라 “나이 60이 넘어 청소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다. 100만원 남짓 벌지만 그래도 세금을 꼬박꼬박 낸다”며 “그런데 (최씨가) 잘 먹고 잘살며 나라를 망하게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얼굴 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걸 보니 화가 치밀고 못 견딜 정도가 돼서 ‘염병하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화가 날 때마다 ‘염병하네’ 소리를 자주 해서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는데, 제가 여러분 속을 후련하게 했다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임씨가 당시처럼 “염병하네!”를 여러 번 외치자 집회 참석자들은 환호를 보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 4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14차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시민들이 삼청동 총리공관까지 행진을 벌여 경찰 저지선 앞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혼란에 공동책임이 있는 황 대행이 특검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2월 탄핵'과 황 대행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도 무대에 올랐다. 리더 윤덕원씨는 “(촛불집회가) 미쳐가는 세상을 막거나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표곡 ‘졸업’을 불렀다.
참가자들은 본집회가 끝난 저녁 7시30분께부터 청와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 방향으로 행진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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