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카르텔 군내 성범죄①] 신체 만지고 포르노 영상 돌려도 모두 모른체
여군 1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여군을 대상으로 한 군내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갓 입대한 여군 하사가 수년간 부대 내에서 겪어야 했던 성폭력의 실태를 따라가보면서 군내 성범죄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① [단독] 18살 '미성년' 여군 하사에게 일상화된 성범죄 (계속) |
만 18살 미성년에 부사관으로 입대한 한 여군이 부대내에서 수차례 성추행과 성희롱을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손목을 긋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몇몇 상관으로부터 시작된 성범죄는 수개월간 공공연하게 지속됐지만 군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남군들은 누구하나 이를 문제삼지 않고 침묵할 뿐이었다.
◇ 회식 장소에서 만지고…카톡으로 추행하고
어렸을 때부터 장래희망이 군인이었던 A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여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1월생으로 이른바 '빠른년생'이었던 A씨는 주민등록상 미성년자의 나이에도 군 복무가 가능했다.
강직한 여군을 꿈꿨던 A 씨. 그러나 그 꿈은 교육훈련 뒤 경기 파주시의 한 부대로 자대배치를 받은지 2개월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지난 2012년 9월부터 세 달간 당시 상관인 이모(당시 32) 중사가 회식이 있을 때마다 A 씨의 가슴과 하반신 등 신체 주요부위를 수십회에 걸쳐 만지거나 끌어안았던 것.
같은 해 12월 오후 11시쯤에는 회식 후 노래방에서 A 씨를 강제로 껴안고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
심지어 막내 남군에게 "너 오늘 얘(A)랑 밖에서 자고 오늘 밤에는 관사에 복귀하지 마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는 게 A 씨 측의 설명이다.
어린 나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던 A 씨는 속으로 끙끙 앓을 수밖에 없었다.
이 중사의 추행은 더욱 끈질기고 집요하게 이어졌다.
한밤중에 SNS로 "너가 꿈에서 너무 야하게 나왔는데 너무 섹시해서 미치겠다"며 "(꿈꾼 이후)이불이 땅바닥에 다 찌그러져 있었다"고 성행위를 암시하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 일상화된 성추행…포르노 영상 돌려보기도
성추행은 SNS를 통해 A 씨의 일상 업무에까지 침투했다.
2013년 9월 A 씨를 포함해 군수 담당 실무자들로 구성된 업무용 SNS 단체 채팅방에서 포르노 영상이 게시됐다.
당시 또 다른 상관인 강모 상사가 "김정은이 대공포 미사일 포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는 보도"라며 영상을 첨부한 것.
그러나 해당 파일은 클릭하는 순간 남녀가 적나라하게 성관계를 맺는 포르노 영상이 재생 되도록 돼 있었다.
여배우들이 등장한 성인영화의 클립을 모은 주소도 함께 올라왔다.
수십 명의 남군들 사이에 여성은 A 씨 혼자였고 여기에 대해 문제 삼는 남군은 아무도 없었다.
참다못한 A 씨가 "공적인 업무를 위해 만들어진 곳에서 이런 영상을 올리니 상당히 불쾌하다"고 항의하자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것을 두려워한 남군들은 채팅방을 나가버릴 뿐이었다.
잇단 성추행에 A 씨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어려운 가족환경 때문에 해당 문제를 가족과 상의조차 할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받은 A 씨는 자신의 몸이 더럽다는 잘못된 생각에 스스로 허벅지를 마구 찔러 자해를 했고 심지어 목숨을 끊기위해 손목을 그었다. 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으로 살이 20kg이나 불었다.
불안장애와 우울장애를 진단받은 A 씨는 현재 일상생활이 어려워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 씨는 "청렴하고 강직한 군인을 꿈꾸며 지원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었다"라며 "당시엔 여성으로서 남들이 쉽게 가지 못하는 힘든 길을 가는 게 멋있어 보였는데 군인이 되려고 했는데 너무 후회된다"고 전했다.
◇ 결국 '징역 1년'…"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추행해"
올해 6월 군사법원은 A 씨를 성추행한 혐의(군인등준강제추행)로 이 중사에 대해 징역 1년에 처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 중사가 평소 여군들에 대해 신체접촉이 잦은 등 부적절한 행동을 자주 한 것으로 보인다"며 "만 18세 어린 나이에 임관해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를 강제추행해 그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 중사에 대해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A 씨가 미성년자인 줄 몰랐다"는 이 중사의 진술이 법정에서 인정된 것.
이에 대해 A 씨는 당시 이 중사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A 씨는 "회식을 할 때 가게에서 신분증 검사를 하는데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차질을 빚었던 적이 있었다"며 "이 중사나 부대 동료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 중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 진행중이다.
[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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