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가 소리소문없이 이뤄졌다고 강조
[서울신문]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꺼내 읽은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의 저자인 이연주 변호사가 검사를 자해공갈단에 비유하며 검찰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책에서 이 변호사는 불공정 인사, 전관예우, 여성 차별, 스폰서 문화, 언론 유착, 사건 조작 등 자신이 직접 근무했던 검찰 조직의 민낯을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사들은 권력유지와 증식을 향한 욕망에 스스로 정치적 중립을 내팽개치고는 빼앗긴 것처럼 연기하기 때문에 자해공갈단과 똑같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2007~2009년 복무한 임채진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조명했다.
그에 따르면 임 전 총장은 2007년 11월 취임식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을 반드시 지켜 내겠다”고 밝혔지만, 2009년 사법연수원 27기 검사들과의 만찬장에서 만취해 “내가 참여정부 하에서 임명되었다고 청와대가 나의 충성을 의심한다. 노무현 일당들은 싸그리 나쁜 놈들인데, 내가 어련히 알아서 구속시킬까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그 발언에 너무나 충격을 받은 한 검사는 워드로 일기를 쓴 다음에 누가 볼까봐 두려워 비밀번호를 걸어두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에 의하여 임명되어 위기감을 느끼던 임 전 총장은 사실 이전부터 이명박 정부와 코드맞추기에 아주 열심이었다고 설명했다.
2008년 1월 “지나치게 포괄적인 기업 수사를 줄여달라”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당부에 대해 임 전 총장은 “기업 수사를 하다 혐의가 안 나올 경우 바로 덮어도 좋다”며 즉각 화답했다고 언급했다.
2009년 6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돌연한 죽음으로 사퇴하게 된 자리에서 임 전 총장은 돌연 “이쪽 저쪽 모두 검찰을 흔들었다”며 “치욕을 감내해야 하는 엄중하고 무거운 자리였다”고 하면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수사지휘를 세 차례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임 전 총장은 2008년 조중동(조선·중앙·동아) 신문 광고의 불매운동 사건을 포함해 총 3번의 법무부 수사지휘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2008년에 일어난 ‘조중동 광고불매운동’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시위를 연 시민들이 조중동 3개 신문에 광고를 싣지 않도록 광고주들에게 요구한 운동이다. 당시 김경한 법무부장관은 “일부 누리꾼들의 신문광고물 압박은 광고주에 대한 공격”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같은 날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전격적으로 수사했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때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가 소리소문없이 내려지고 검찰총장은 소리소문없이 수용했는데,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난리가 난다”면서 “참여정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려 하자 불구속 수사를 지휘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종빈 총장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한다”며 항의성 사표를 던졌다.
이 변호사는 “검찰지상주의자들은 정치권력의 충견이 되기 위해 정치적 중립을 헌신짝처럼 버렸다가 수틀리면 정치적 중립을 침해당했다고 하는 자해공갈단”이라며 “검찰에게는 충성해야 할 정권도, 저항해야 할 정권도 대통령의 임기가 다하면 그 뿐이며 검찰만이 영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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