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20여 일 앞두고 직접 목소리를 낸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정치적 해석이 이어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 씨는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 행위”라고 해석했다.
김 씨는 지난 18일 ‘뉴스공장’에서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의 기자회견에 대해 “메시지의 핵심은 민주당 찍지 말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본인(피해자) 이야기와 어제 행위(기자회견)는 전혀 다른 차원이 되는 것”이라며 “그간의 얘기와 어제의 행위, 둘이 섞이면 선거기간 적극적인 정치 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본인이 그러고 싶으면 그럴 자유는 있지만, 그렇게 하는 순간부터 별개의 정치 행위에 대한 비판은 다른 차원이 되기 때문에 그걸 비판한다고 (해서) 2차 가해라고 하면 안된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또 피해자를 향해 “굳이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했다.
다만 김 씨는 이날 방송을 마치며 “박원순 피해자 관련해 논평했는데, 요지는 선거기간 정치적으로 읽힐 수도 있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한 발언이었다”고 부연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관련 신고가 접수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신고 내용과 상황 등을 토대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친여 성향 커뮤니티 ‘딴지일보’의 한 회원은 공무원 신분인 피해자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 위반과 특정 정당을 떨어뜨리기 위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며 서울선관위에 신고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원은 피해자의 발언 중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었다”라고 했던 것을 문제 삼았다.
한편,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언론 앞에 나서게 된 계기에 대해 “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 이유가 많이 묻혔다”며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날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내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어 후회가 덜한 쪽을 택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을 ‘피해호소인’이라 칭한 의원들이 속한 더불어민주당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말하고 싶지만, 선거 기간에 의견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며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구체적인 사과의 방법으로는 민주당이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피해호소인’으로 명명했던 의원들에 대해 직접 사과하도록 박영선 후보가 따끔하게 혼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 의원들에 대한 당 차원의 징계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흔들었다”며 “저는 지난 1월에도 남인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 남 의원으로 인한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할 지경이다. 남 의원이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당 차원의 징계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회견 다음 날인 18일 이른바 ‘피해호소인 3인방’ 고민정, 남인순, 진선미 의원은 피해자에 사과의 뜻을 전하며 박 후보 캠프에서 하차 의사를 밝혔다.
박지혜 (nonam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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