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퇴 규모의 대폭 축소는 청와대와 법무부, 윤 후보자의 적극적인 개입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유례없는 기수 파괴 인사의 배경으로 검찰의 조직문화를 바꾸려는 청와대의 의도가 지목된 가운데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조직문화 쇄신 차원에서도 그런 기수 문화를 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못을 박았다. 여기에 윤 후보자가 직접 나서 최고 선배인 연수원 19기의 황철규 부산고검장과 조은석 법무연수원장까지 조직에 남아 있어 달라면서 사퇴를 적극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관예우가 점차 사라지는 변호사 업계의 어려운 상황도 줄사퇴를 막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관예우 금지법으로 퇴임지 관할에서 1년 동안 사건 수임을 못하는 상황에서 개정 공직자윤리법은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3년 동안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 로펌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을 더욱 강화했다. 2년 전 개인 법률사무소를 연 검찰 고위 간부 출신 B변호사는 “전관이라는 이유로 용퇴 후 2~3년 바짝 돈을 쓸어 담던 시대는 끝났다”면서 “개인 역량에 따라 수익 편차가 워낙 커지고 있어 뚜렷한 생존 전략 없이 일단 사표부터 던지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이 한꺼번에 변호사 시장으로 쏟아질 경우 전관의 경쟁력이 그만큼 약화할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대규모 용퇴의 방어막이 되고 있다. 2017년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파격 발탁되자 이틀 사이에 11명의 검찰 고위직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변호사 업계는 전관 홍수를 맞았고 옷을 벗은 간부들은 제대로 대접을 못받았다는 푸념이 쏟아진 적이 있다.
이런 흐름이 검찰의 패거리 기수 문화를 없앨 수 있는 긍정적 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검장급 간부 A씨는 “경력 변호사로 검사를 충원하면서 연수원 중심 문화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고, 검사동일체 원칙도 과거처럼 불문율이 아닌 시절”이라며 “용퇴가 검사의 멋이라고 생각하는 구세대들이 거의 없어지면서 용퇴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검찰 내부에 뿌리를 제대로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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