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정치권 한편에서는 이번 장마로 4대강 사업의 홍수 피해 방지 효과가 입증됐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가혁 기자와 바로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
이가혁 기자, 우선 온라인에서 보 개방과 관련된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현 정부 들어서 일부 보의 수문을 열어놓기로 한 것 때문에 홍수 피해가 커졌다 이런 주장인데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집중호우 같은 상황에서 많은 양의 물을 가둬서 홍수를 조절하는 게 댐이죠.
이 댐과 달리 보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화면으로 보 영상이 나가고 있죠.
많은 물을 가둬둘 능력이 없습니다.
물이 많을 때 만약 보 수문을 안 열면 지금 영상처럼 물을 찰랑찰랑하게 그냥 흘러가게 하는 게 최대입니다.
그러니까 오히려 홍수 때는 수문을 완전히 열어서 물을 빨리 흘려보내는 게 보 운영의 원칙입니다.
보의 홍수조절 기능이 없다는 건 4대강 계획 때부터 알려진 내용입니다.
2009년에 이명박 정부 4대강 마스터플랜에도 홍수 시에 보 수문을 조작해서 문제없도록 운영하겠다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 산하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 보고서에도 홍수를 막는 능력은 보 덕분이 아니라 원래 계획했던 대로 강바닥을 준설한 효과라고 나와 있습니다.
2018년 감사원 조사 결과도 보 설치가 치수 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돼 있습니다.
홍수 때는 보를 못 여는 돌발 상황이 생기는 게 문제인 거지 보 수문을 열거나 없애서 홍수가 났다는 주장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습니다.
[앵커]
그래서 오히려 야당에서는 4대강 지역에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강조하잖아요. 4대강의 홍수 예방능력이 드러났다. 4대강 사업 안 했으면 피해가 더 컸을 거다, 어쩔 뻔했냐 이런 식의 주장인 거잖아요. 어떤가요?
[기자]
4대강 홍수예방 효과 주장의 근거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이른바 물그릇 키우기 효과라고 하는데요.
이렇게 강 본류 바닥의 흙을 파내는 준설을 하면 강 수위가 낮아진다. 그러면 그 강으로 흘러드는 옆에 있는, 옆으로 흐르는 지류 하천 수위도 낮아져서 전체적으로 홍수를 막는다 이런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치수 효과를 확인하려면 여러 외부 요인을 통제를 해서 실제 검증을 해야 합니다.
2018년 감사원 조사 결과를 보시죠.
연세대 산학협력단 연구 결과 본류 수위가 일부 지류의 수위를 낮추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각 유역별로 11%에서 36% 정도였습니다.
이론적으로 관계가 없지는 않은 건데 여전히 4대강 지류나 지천에서 홍수 피해가 나고 있는 상황을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이번처럼 피해가 큰 상황에서는 말이죠.
또 이 연구는 이번처럼 이례적으로 비가 많이 온 실제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것은 아닙니다.
또 같은 감사원 조사보고서에서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4대강 사업에 따른 홍수 예방 편익을 0이라고 결론을 냈는데 그 이유로 아직 홍수 피해 예방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후 조건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실증적인 사례 연구를 더 해야 한다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미 2년 전에 저희 팩트체크 시간에 4대강 공사 때문에 홍수 피해액이 줄었다 이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분석을 했었죠.
이번에도 이때보다 더 확실한 결론을 내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이번에 수해 복구도 최우선으로 잘해야겠지만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 원인을 분석을 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지금의 추측과 정쟁에서 벗어나서 좀 더 진전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팩트체크 이가혁 기자였습니다.
※JTBC 팩트체크는 국내 유일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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