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등을 지휘했거나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들이 지난 4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로 줄줄이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으로 '좌천'됐다. 이번 인사가 '조국의 복수'라도 되는 듯 7일 연수원 두 곳 앞에는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이 내건 ‘조국의 시간’ 현수막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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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측근', ’조국‘ 낙인 찍히면 줄줄이 연수원 行
이번 검찰 인사로 법무‧검찰 공무원 교육 기관인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과 법관 연수기관인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가깝거나 조국 수사를 지휘한 검찰 간부들의 집합소가 됐다.
우선 윤 전 총장 사퇴 후 검찰총장 직무대행 역할을 했던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56·연수원 24기)가 법무연수원장으로 전보됐다. 조 차장검사는 노무현 정부 특별감찰반장 출신으로 서울동부지검장, 추미애 전 장관 시절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결국 좌천 인사를 당한 것이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한 발만 물러나달라”고 소신 발언을 하고, 윤 전 총장 사퇴 이후 직무대행으로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불구속기소를 승인한 점 등이 불리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차장검사보다 먼저 윤 전 총장 아래에서 2019년 하반기 대검 차장이던 ‘검찰 내 2인자’ 역할을 했던 강남일 대전고검장(52·23기)과 지난해 상반기 대검 차장을 지낸 구본선 광주고검장(53·23기)도 검사장급이 가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사실상 강등됐다. 이들 역시 지난해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서 추 전 장관을 향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판단을 재고해달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었다.
윤 전 총장의 ‘오른팔’로 손꼽히며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조국 일가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한동훈 검사장(48·27기)의 일선 검찰청 복귀는 이번에도 무산됐다. 대신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이동했다. 사법연수원은 지난 2017년 사법시험 폐지 이후 법조인 양성기관에서 법관 연수기관으로 축소돼 현재 연수원 51기 1명만이 교육을 받고 있는 곳으로 검사는 부원장 한 명뿐이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조 전 장관 수사를 총괄했던 배성범 법무연수원장(59·23기)은 박범계 장관이 ‘강등 인사’를 예고하자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사건에 최선을 다한 검사들이 특정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인사 등에 부당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아예 사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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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지지자들은 두 연수원 찾았다
이같은 검찰 인사 결과에 2019년 조국 수호 촛불집회를 주도한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등 일부 커뮤니티와 유튜브에는 “검찰의 만행 그 진실을 밝힌다, 조국의 시간”이라는 문구가 실린 현수막을 내건 사진이나 동영상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좌천된 검찰 간부들이 모여 있는 법무연수원과 사법연수원은 물론이고 주변 거리나 지하철역 앞, 법무부 등에도 현수막은 걸렸다. 유튜브에서도 “#조국의 시간이 널 잡으러왔다 #사법연수원”이란 해시태그를 첨부한 동영상이 6시간 만에 3000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해당 글과 동영상에는 “살아있는 양심”,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다”, “고맙습니다”는 조국 전 장관 응원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현수막에 쓰인 『조국의 시간』은 최근 조 전 장관이 출간한 회고록 제목으로 지난 5일 기준 판매 부수 15만부를 돌파했다. 책 출간 이후 한동훈 검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조국 사태의 핵심은 비리 그 자체보다 권력으로 비리를 옹호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역시 “권력을 겨눈 검찰 수사를 막고 보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조국식(式) 검찰개혁’”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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