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 좋은 상태로 만들려는 것” 반발
‘익스프레스’ 매각, 인수자 못찾고 난항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계속해서 점포를 폐점·매각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앞서 매물로 따로 내놓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 작업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 갈등까지 깊어지는 모양새다.
17일 유통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홈플러스는 전날 사내망을 통해 “안산선부점과 동청주점의 임대 계약기간이 만료돼 영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실적 부진 장기화로 인한 영업손실 누적으로 안산시 단원구 안산선부점은 내년 말까지, 청주시 청원구 동청주점은 2026년 상반기까지만 각각 운영할 계획”이라며 “두 개 점포 직원은 100% 고용을 보장해 가능한 인근 점포로 재배치하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홈플러스는 올해 2월 부산 서면점, 6월 서울 목동점을 폐점한 데 이어 서대전점과 안양점도 7~8월 중에 문을 닫기로 했다. 또한 부천상동·부천소사·동대문·내당·부산반여·광주계림·순천풍덕 등 모두 11개 점포에 대해 임대 기간 종료에 따른 폐점 또는 자산 유동화를 하겠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한 바 있다.
노조 쪽은 “사모펀드인 대주주 엠비케이(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의 장기적 전망보다 오로지 투자자에게 더 많은 배당을 주기 위해 홈플러스를 ‘팔기 좋은 상태’로 만들고 있다”며 “오는 2027년과 2028년엔 각각 8개 점포의 임대 계약이 종료되는데, 홈플러스가 매각을 위해 계속 폐점을 이어간다면 대량 실업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목동점은 건물 소유주인 양천구청이 재개발 추진으로 재계약을 거부했고, 부천상동점·부천소사점·동대문점 등은 임대주와 재개발 후 재입점을 하기로 확정했다. 매각을 염두에 두고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는 노조의 주장은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노조가 잇단 폐점 움직임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최근 대주주인 엠비케이가 홈플러스의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물로 내놓으며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7조2천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엠비케이는 금융권과 사모펀드에서 자금을 끌어모았다. 사모펀드 투자자에겐 20%의 배당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여개 점포를 폐점 또는 매각 후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홈플러스 자산을 처분한 엠비케이는 빚 4조원 가량만 갚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엠비케이가 인수 만 9년째인 올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에 나섰는데, 이후 경영 효율화를 통해 몸집을 줄인 뒤 홈플러스도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인수자로 꼽히던 기업들은 줄줄이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 농협중앙회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일부 점포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보도에 대해 “추진 중인 바 없다”고 부인했다. 앞서 쿠팡은 지난 11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인수설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지난달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가 “인수합병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업계에선 엠비케이 쪽이 전국 310여개 매장 중 대부분(235개)이 수도권에 있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1조원가량에 매각하고 싶어하지만, 유통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매각 작업은 이제 주관사(모건스탠리)가 정해진 초기 단계인데, 어떤 기업이 매수설을 부인했다던가, 매각 대금이 얼마라던가 하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시기상조다. 올 가을이 지나면 구체적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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