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위축에 기업 자금 조달 차질 우려…환율 불안도
서학개미 컴백 조건은 국장 상승…"'밸류업'이 관건"(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돈에는 국경이 없다'고 하지만 '서학개미'의 등장은 한국 경제에 썩 달가운 소식이 아니다. 국내에서 돌아야 할 돈이 해외로 나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한국 증시를 외면하면 당장 기업의 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게 되고, 중장기적으로 국가 성장 잠재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환율 불안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덤이다.
서학개미가 다시 '국장(한국 주식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밸류업'을 통해 코스피와 코스닥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8일 한국은행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순대외금융자산 잔액은 8310억 달러(약 1149조19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억 달러(약 33조6000억 원) 늘었다.
순대외금융자산은 대외금융자산(국내 거주자의 해외투자)에서 대외금융부채(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뺀 값을 의미한다. 대외금융자산이 클 경우,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서 사들인 금융상품이나 국내 기업이 해외 직접투자를 한 금액이 외국인의 한국 투자보다 크다는 의미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늘어나면서 순대외금융자산이 급격히 불어났다. 2020년 말 4872억 달러(약 673조8500억 원)이던 순대외금융자산은 3년 3개월 만에 70.5% 증가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플러스(+)면 자산을 팔아 그만큼 달러를 들여올 수 있기에 한국 경제의 외화 방파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당장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면 자본시장이 위축되고,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서 차질이 우려된다.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흔들리는 셈이다.
자금 조달이 힘들어지면 기업의 연구·개발(R&D)이 줄어들고, 신규 투자가 막힐 수 있다. 기업의 성장이 꺾이면 실적이 줄어들고, 그 여파는 실물경제로 이어진다. '투자자 외면→자금 조달 차질→신규 사업 중단·실적 악화→실물경제 충격→투자자 외면'의 악순환 구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면 자본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악순환 구조로 이어지면 경제에 큰 악영향"이라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대우도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경기 회복 지연 및 국내 자본시장 발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투자의 해외유출이 지속되면 단기적으로는 실물 경기 회복 지연이,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잠재력 약화를 유발할 수 있고, 환율 불안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미 일부 기업들은 정체된 국내 증시 대신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3년 전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이어, 지난달 네이버 자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WBTN)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야놀자를 비롯한 국내 유니콘 기업들도 해외 상장을 추진 중이다.
거시경제 불안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증권사들은 해외 주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 달러 수요가 증가하면 달러 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달러값이 비싸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실장은 "국내 증권사가 달러를 매입하면서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달러 강세는 물가 상승 압력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가 거시 경제적으로도 불안 요인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서학개미의 컴백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한국 증시가 '레벨업'하면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 이탈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밸류업이 성공하면 개인투자자들도 다시 국내 증시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ke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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