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살인·박해 등 비인도 행위…갈란트 전 국방장관도 공범"
이스라엘 "반유대적 조치…ICC, 중동 극단세력 정치도구로 전락"(런던·이스탄불=연합뉴스) 김지연 김동호 특파원 = 국제형사재판소(ICC)가 21일(현지시간) 전쟁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5월 20일 카림 칸 ICC 검사장이 영장을 청구한 지 6개월 만이다.
ICC는 성명에서 "작년 10월 8일부터 최소한 올해 5월 20일까지 저질러진 반인도주의 범죄와 전쟁범죄에 대해 네타냐후와 갈란트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살인·박해 등 비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공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할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ICC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이 가자지구 민간인의 생존 필수품을 고의로 박탈했다고 판단했다.
ICC는 "식량과 물, 전기, 연료, 특정 의료용품 부족이 가자지구 민간 인구 일부의 파멸(destruction)을 야기하는 환경을 조성했고 영양실조와 탈수로 어린이 등 민간인 죽음을 초래했다고 믿을 근거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전쟁 관련 사건을 다룰 사법관할권이 ICC에 없다는 이스라엘 주장도 반박했다.
ICC는 이미 2021년 재판부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까지 관할권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이스라엘이 ICC의 관할권을 받아들일지가 (영장 발부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ICC는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에 대한 체포 영장도 발부했다.
ICC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 기습 공격을 자행한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하마스 지도부는 야히야 신와르와 무함마드 데이프, 이스마일 하니예 등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이들 3명을 각각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마스는 데이프의 사망은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ICC 가입조약 '로마규정'에 따라 124개 회원국은 원칙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이 앞으로 자국을 방문할 경우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한국도 ICC에 가입돼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들에 대한 영장이 집행될 가능성은 작다는 시각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에도 해외 방문에 나섰다.
칸 검사장은 이날 별도 성명에서 "모든 가입국이 사법명령을 존중하고 준수해 로마규정에 대한 약속을 이행해달라"라며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영장 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ICC 비회원국에도 "국제법을 지지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칸 검사장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 폭력이 확산하고, 인도적 접근이 더 위축되고, 국제적 범죄 혐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보고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법은 모든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ICC의 영장 발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리를 파괴하려는 적들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자연적 권리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 이번 반유대주의적 조치의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갈란트 전 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ICC가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살인 지도자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유아 살해, 여성 성폭행, 노인 납치 등을 정당화했다"며 "살인과 테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엑스에서 "악의에 기반해 내려진 터무니없는 결정 때문에 보편적 정의가 웃음거리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도 엑스에서 "ICC가 존재와 활동에 대한 모든 정당성을 잃어버린 암울한 순간"이라며 "중동의 평화와 안보, 안정을 해치는 극단적 세력을 위한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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